다큐에 나온 이야기이다. 한 할아버지가 여자 친구랑 재혼하려고 자식들에게 소개하니, 사귀기만 하고 집에는 데려오지 말라고 반대했다. 나중에 집을 자식들에게 증여하고, 재산 정리를 끝내니 “이제 재혼해도 된다”라고 했다.
긍정적으로 보면 자식들은 아버지의 돈을 보고 여자가 접근했을까 봐 우려한 것이고, 부정적으로 보면 부모님의 유산을 빼앗길까 봐 반대한 것이다. 결국 황혼 재혼에는 재산과 자식들의 찬성 여부가 가장 큰 고려 사항이다.
수명이 늘어나고, 노인들의 재혼에 대한 관념이 달라지면서 예전보다 긍정적으로 재혼을 생각하게 되었다. 외롭게 오래 살면 치매도 앞당긴다고 한다.
2002년 70대 노인들의 실제 성생활을 다룬 영화 <죽어도 좋아>가 개봉되었다. 당시 중년이었던 나만 해도 그 영화를 받아들일 수 없어서 보지 않았다. 마치 굳이 알고 싶지 않은 부모의 성생활 같았다. 하지만 그 이후 점점 더 노인의 성과 사랑, 재혼들이 객관적 담론이 되어 심심치 않게 언론에 등장했다. 이제 황혼 재혼은 남 보기 우세스러운 일이 아니라, 사회적 한 현상이 되었다.
통계에서 보듯이, 20년 이상 산 부부의 이혼율은 2013년 28.1%에서 2023년 35.6%로 늘었다. 이제 이혼하는 부부의 1/3 이상이 20년 이상 같이 산 부부이다. 특히 30년 이상 산 부부의 이혼율은 10년 사이 8.1%에서 16.1%로 두 배가량 늘었다.
이혼이 느니 잇달아 재혼도 는다. 2023년의 통계청 자료를 보면 전체 재혼 중 60세 이상 재혼은 남자 22.93%, 여자 13.44%이다. 아직 재혼 후 이혼의 통계는 추측만 있을 뿐이지 정확한 자료는 없다.
EBS 다큐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는 실버타운에 사는 노인들의 연애를 다루고 있다.
“총각 때 사랑하고 애인 생각하는 감정은 지금이나 그때나 똑같아. 변함이 없어.” (80세, 변태옥)
이들을 보면서 90세에도 이성을 보면 설렌다는 말을 떠올리고, ‘12월의 결혼(December Marriage)’이라 부르는 황혼의 결혼을 다시 생각한다.
환갑을 넘은 나이에 황혼 로맨스를 기대하고, 재혼을 꿈꾸는 이들은 말한다.
“재혼 상대의 학벌은 중요하지 않다. 부자가 아니어도 된다. 다만 나와 대화가 통하고 건강한 사람이면 좋겠다.”
고 말하는 이는 대졸자고, 전 남편이 미국 명문대 교수였다. 이렇듯이 지금은 취미와 여가를 함께 즐기며 여생의 동반자로 지낼 사람을 찾는 경향이 강해졌다.
출처 : ebook 『황혼 재혼』, 강희남, 2018년 12월
일반적으로 재혼에서는 경제력이 먼저이지만, 황혼 재혼에서는 성격과 건강이 더 중요해진다. 젊은 재혼은 돈이나 밥부터 고려하지만, 늙으면 함께 할 수 있는 취미에 더 끌린다.
젊지도 늙지도 않은 51세에 재혼한 나는 남편과 비슷한 나이여서 공유할 수 있는 게 많았고, 그 점이 가장 좋았다.
“그 당시에 당신은 뭐 했어?”
“그래? 난 그때 이런 일이 있었는데, 당신은 그랬구나.”
서로 살아온 시간을 이야기 나누며 같은 동네에서 산 것이 신기했고, 유튜브에서 서로가 좋아하는 음악을 찾아 들려주며 놀았고, 여행 가서 밤늦게까지 술 한잔하면서 수다 떨기도 했다. 15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늘 대화를 나눈다.
“여보. 늙은 부부들이 서로 찌푸린 얼굴로 말없이 살다 보면 치매에 걸린대. 그러니 상대가 치매에 걸리지 않게 하려면 웃는 얼굴로 이야기를 나눠야 한대.”
“왜 부부끼리 할 말이 없지?”
어제저녁 식탁에서 둘이 나눈 이야기이다.
그러니 젊은 여자를 원하는 남자 노인들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셈이다. 나이 차이가 나면 웃음을 터뜨리는 포인트가 달라진다. 결혼 생활에서 공감은 가장 큰 몫이다.
자녀들이 재혼을 반대하는 경우, 6~70대 남성은 ‘애인으로 만나겠다’는 의견이 많았고, 여성은 ‘안 만나겠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자녀가 재혼을 반대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3가지 해법을 제안합니다.
1. 이성 친구로 만남을 유지하면서 기회를 찾아보세요.
2. 또 자녀들과 솔직하게 대화할 필요도 있습니다.
자녀와 친밀도가 높을수록 부모의 재혼을 찬성하는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3. 반대하는 이유를 해결해 보세요.
상속 문제 등으로 부모의 재혼을 반대하는 자녀들도 있는데요. 한 60대 남성은 자녀들에게 미리 재산상속을 해준 다음 재혼했다고 합니다.
- 결혼정보회사 선우 커플매니저, 이성미 (cs@couple.net)
남은 시간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 황혼 재혼하고 싶다.
20대의 감성으로 70대가 연애한다.
아직도 일부 사람에겐 이해 가지 않고 거부감을 느끼는 일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여자 노인은 혼자됐으면 그저 혼자 사는 게 편하고, 남자는 됐다는 데 공감할 것이다. 나도 그렇다. 하지만 만일 부모님이 황혼 재혼을 원했다면? 마음이 복잡했겠지만, 아마 찬성했을 것이다.
죽어도 좋을 만큼 상대가 좋더라도 남은 시간이 얼마 없더라도 서두르지 말자. 만나 보고, 살아보고 결정하자. 황혼 재혼의 90%가 넘게 이혼한다는 설이 사실이건 아니건 다시 불행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상대를 오래 봐야 한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StockSnap님의 이미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