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재혼에 대해 온갖 자극적인 제목에,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혀를 찼다.
‘재혼 절대 하지 마세요!’
‘재혼 커플 중 60%가 재혼 2년 안에 재이혼한다.’
‘나이 육십이 넘으면 재이혼율은 90% 이상이다.’
‘주위에서 재혼 15년이 지난 부부를 본 적이 없다.’
제가 해봤나, 싶을 정도로 남의 일이라고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
뭐든 자기가 직접 겪지 않은 일은 쉽게 단정하지만, 유독 재혼에 대해서는 비아냥 비슷한 편견을 자주 목격한다. 그래서 어지간히 친해지지 않으면 재혼 부부임을 자청해서 밝히지는 않는다.
“남편분이 젊어서도 그렇게 다정하셨어요?”
최근에 가깝게 지내는 모임에서 이런 질문을 받을 때쯤이면, 그제야 웃으며 밝힌다.
“아, 저희는 재혼 부부라서 젊은 시절 모습은 몰라요.”
재혼 15년. 어떤 이는 주위에서 본 적이 없다고 할 정도지만 나는 고개를 젓는다. 소리 소문 없이 젊어서 재혼해 잘 사는 부부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재혼에 대해 간략하게 정의하는 질문을 던져 보았다.
외로움 때문이다. 지금도 나는 남편이 없거나 늦으면 심심하고, 집안이 빈듯하다. 대화 없이 각자의 일을 하더라도 집에 있으면 든든하다.
남편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집사람이 여행 가느라 집 비우면 첫날은 편한데, 둘째 날부터는 어쩐지 버림받은 심정이야.”
친구에게 하는 말을 듣고 곁에서 웃음을 터트렸다.
남녀가 사랑해서 결혼하였어도 십 년 지나면 사랑만으로 살지는 않는다. 그 이상의 동지애나 서로의 보호자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죽는 날까지 우리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내가 가장 행복한 시간은 둘이 정원을 돌보는 때이다. 남편은 나무를 손질하고, 아내는 풀을 뽑는다. 더러 음악을 틀어놓기도 하고, 바람이 불어와 꽃잎이나 나무 이파리를 흔드는 그 시간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다.
힘을 얻는다. 아직도 우리는 대화를 많이 하고, 이야기가 통하는 상대이다.
다행히 취미도 비슷하고, 내가 하지 않는 상대의 취미도 충분히 공감하고 응원해 줄 수 있다. 남편의 드럼 연습은 십 년 후 훌륭한 연주회를 기대할 수 있고, 나의 외국어 공부도 함께 여행 가면 도움이 될 것이라 남편의 지지를 받는다. 이렇듯이 자기만의 생활을 오롯이 즐기며 살 수 있다.
물론 서로의 자녀 문제였다. 우리가 큰 위기에 처했던 것도 서로의 자녀 문제였다. 하지만 아이들은 자란다. 지금은 모두 성인이 되어 자녀들이 우리를 챙기기도 한다. 앞으로는 더욱 그럴 것이다.
절대 아니다. 결혼 후는 누구나 한 3년 동안은 적응의 과정이다. 싸울 수도 있고, 갈라질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그러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조율해 나가게 된다. 아플 때 끝내면 바보다. 참지 말고 터뜨리라. 그래야 고름이 되지 않고, 상처가 부드럽게 재생된다.
긍정적이다.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부엌에 들어가는 남자이다. 창조적으로 요리하는 걸 즐긴다.
내가 바쁠 때는 항상 도와주려고 애쓴다.
그래서 동거인으로서도 만족한 상대이다.
반드시 살아보라 하겠다. 적어도 6개월, 1년은 동거해 보고 난 후 법적으로 부부가 되고 식 올리기를 바란다. 자녀가 어리다면 또 다른 상처가 될 수도 있겠지만, 6개월을 살아보면 앞으로 겪을 일들을 알 수 있다. 식은 제일 나중에 올려도 된다. 서둘지 말자.
재혼도 결혼이다. 초혼과 본질이 다를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