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한 달 살기로는 적응 안 되는 것들

뉴욕 한 달 살기 17

by 꼬낀느


1. 신호등 무시하고 건너기



traffic light.jfif 손과 사람이 동시에 나오지는 않는다. ^^


뉴욕 사람들은 신호등에 빨간 손이 켜져 있어도 대부분 건넌다. 나는 안 나가고 싶어서 하얀 사람이 켜질 때까지 기다린다. 그래도 차도 없고, 사람들 다들 건너면 멀뚱 서 있는 나만 바보 같아 가끔 따라서 같이 건넌다. 빨간 신호에 건널 때마다, 몸의 자동 반사와 일치하지 않아 마음이 안 편하다.



2. 음식 쓰레기 마구 버리기


trash.jpg 올해 새로 바뀐 거리 쓰레기통. 아직 직접 만난 적은 없다. (뉴욕타임스 사진)


94년 독일에서 분리수거를 배웠다. 처음에는 큰 스트레스였고, 뭘 어떻게 분리해야 할지 몰랐다. 프라이부르크는 환경 도시라 사람들이 요구르트 통과 우유팩도 깨끗하게 씻고 말려서 버렸고, 종이에서 비닐이나 테이프 모두 깔끔하게 분리해서 버렸다. 그 후 우리나라도 분리수거가 점점 철저해졌고, 나도 습관이 들었다.


그런데 뉴욕은 여전히 쓰레기통이 두 개다. 재활용되는 것과 아닌 것. 재활용되는 것에는 우리가 아는 품목들이 모두 같이 들어간다. 나머지는 전부 일반 쓰레기통이다. 식사 준비하면서 나온 양파 껍질 등 온갖 야채를 쓸어 버릴 때면, 분리수거에 습관이 된 나는 마음이 편치 못하다. 그게 ‘아, 편하다.’가 안 된다.

“언니, 이 통 뭐에 쓰려고?”

음식이 담겨 배달온 플라스틱 통을 얌전히 씻어서 엎어놨더니 동생이 묻는다.

“아니, 그거 씻어서 버리려고.”



3. 팁 문화


세상에 아까운 게 팁이다. 그 팁으로 사는 사람들이 있어도, 우리나라에서 그다지 습관 되지 않은 팁은 나가서 먹고 마실 때마다 아깝다.


한국 동네에 가서 점심으로 둘이 초당골 순두부를 먹었다.

음식값 35불 + 팁 20%, 7불=> 42불

지중해 음식점 미리암에서 셋이 저녁을 먹었다. 고급 레스토랑 아니고, 동네 사람들 주말에 모여 수다 떨기 좋은 그런 곳이다.

음식값 185불 + 팁 22%, 40불 => 225불

보통 음식값에서 세금과 팁 포함하여 한 30%는 더한다고 생각하란다.



4. 비싼 물가


지하철 요금 2.9불 (3,990원)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커피 4.6, 팁1불 포함 5.6불 (7,500원).

뉴욕시 담배 18불 (24,000원)

청소 아줌마 두시간에 130불 (174,000원)


뉴욕에서 벌어서 쓰면 몰라도, 한국에서 번 돈으로 여기 와서 쓰기는 아깝다. 그래도 평생 한 번쯤의 장기 여행이니 먹고 마시고 쓴다. 동생 집에서는 숙식비 안 내고 세끼 다 먹고 김치에 신라면도 간혹 먹어가면서 산다. 그래서 가끔 외식하러 갈 때 두 번 내가 냈다.


제주에서 남편과 둘이 외식할 때, 일인 분 10만 원이 넘어가면 고급 식사가 된다. 가끔 기념일에 둘이 먹으러 갈 때 그런 곳을 간다. 그런데 여기는 일인 분 10만 원은 그냥 보통 레스토랑이다. 그래서 아주 우아한 정통 레스토랑에 가보는 것은 포기했다. 일인 분에 30만 원은 들어야 하니, 셋이 가면 백만 원 돈이다. 그 돈이면 동생이 한국에 왔을 때 맛있는 거 듬뿍 사주는 게 가성비가 훨씬 낫다 싶었다.



5. 낡은 지하철


어제 클로이스터스(MET Cloisters)에 오고 가면서 지하철 A를 처음 탔다. 그곳은 맨해튼의 저 위에 있다. 혼자 북쪽으로 가는 것은 좀 안 편하다. 그러니 콜럼버스 서클에서 A를 타고 가는 20여 분 동안 내내 불안했다. 건너편에 앉은 아저씨의 시선도 이상하게 의심스러운데, 급행 기차는 덜컹덜컹 마치 한국 옛날 완행같이 흔들린다. 오죽하면 자리 맞은편 벽에 라네즈 화장품 광고를 보며 위안받았을까.

‘저거 한국 화장품인 거 알까?’


구경 잘하고 돌아오는 길, 다시 A를 타고 온다. 타고 보니 처음으로 보는 새 기차이다. 환하고, 깨끗하고, 감청색 의자도 근사하다. 벽에는 우리나라 지하철처럼 디지털 화면이 노선과 다음역을 보여 주고 있고, 광고 화면이 아루바 해변의 눈부신 모래와 바다의 대비를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sub.jpg 마치 한국 지하철처럼 깨끗하다.


깨끗한 새 기차는 더 안전하고, 이상한 사람들은 하나도 없는 듯 사람들이 환해 보였다. 뉴욕시는 지금 이민자들 때문에 골치가 아파도, 지하철역과 기차를 빨리 새롭게 해야겠다. 무엇보다 전 세계 사람들의 뉴욕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는 데 큰 몫을 할 거니까.


오늘은 뉴욕에서 마지막 날이다. 이제 내일이면 포틀랜드로 떠나고 주말에 시애틀에서 귀국한다. 올 때도 좋았고, 갈 때는 더 좋다. 성공적인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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