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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같은 내 새끼 네 새끼 (2)

by 진양






“좋은 소식과 듣기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이야기 두 가지가 있는데, 뭐부터 들을래?”



최대한 무겁지 않게, 유쾌하게 말문을 열었다. 그럼에도 N의 얼굴에는 불안한 기색이 스쳤다.



“좋은 소식이요.”

“남편과 이야기를 나눠 봤는데, 이번 명절에도 너와 딴딴에게 보너스를 주기로 했어.”


금새 N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아들의 방문이 거북하단 이야기를 하는데, 아무리 가볍게 건넨다 하더라도 N의 입장에선 듣기 좋을 리 없었다. 그래서 아직 일주일이나 남은 더띤주 명절 보너스 소식을 일부러 함께 전하기로 했던 것이다.



“그리고 나쁜 이야기 쪽은… 너희 아들이 나쁜 뜻으로 우리집에 찾아온 게 아니라는 건 알아. 하지만 사전에 미리 이야기도 없이 누군가 불쑥 집에 찾아오는 건 한국에서도, 캐나다에서도 익숙하지 않은 행동이야. 앞으로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역시 N의 표정은 어두웠다.



“남편과 나는 네 아들이 상처 받는 걸 원하지 않아. 그러니 우리가 당황했다는 이야긴 전하지 말고, 네가 잘 컨트롤해줘.”



그녀는 알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기분이 상했을지도 모르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곳은 내 집이고 나와 내 가족이 불편한 일이 또 일어나는 걸 원하지 않았다.



잠시 의기소침했던 N은 다행히 이내 평소의 활기를 되찾았다.



그녀가 아들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전했는지는 모르지만, 이후로 소년이 불쑥 우리 집에 오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 일이 있고 난 한 달 쯤 지났을까.



N은 며칠 뒤가 아들의 생일이라고 말했다.



“무슨 선물해줄거야?”

“태블릿을 가지고 싶어하지만 지금 당장은 사줄 수가 없어요. 매달 조금씩 돈을 모으고 있어요. 내년쯤이면 비싸지 않은 브랜드 중에서 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올해는 케이크를 하나 사주려구요.”



아들의 생일에 맞춰 그녀의 동네에서 케이크를 주문할 거라고 했다.



생일 전 날, 나는 우리 집 앞의 일본계 빵집에서 아들의 생일 케이크를 사오라며 그녀에게 돈을 주었다. 그녀는 기뻐하며 빵집으로 달려갔다. 나는 아이를 돌보며 N이 돌아오길 기다렸다.



잠시 후 그녀는 케이크를 사서 돌아왔다. 내가 준 돈에서 아주 조금 모자랐다고 한다. 나는 그녀가 보탠 돈을 계산해 더 주었다.



“그래야 온전하게 내 선물이 되니까. 생일 축하한다고 아들한테 전해줘.”

“고마워요. 이름도 적었어요. 그래서 조금 늦었어요.”

“그래? 구경해보자.”



N은 상자를 열어 케이크를 보여주었다.


단순한 모양의 치즈 케이크였다.



“난 좀 더 화려하거나, 캐릭터가 그려진 케이크를 살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 걸 아이들이 좋아하니까.”

“아들도 예전에는 그런 케이크를 좋아했지만 지금은 다 컸는걸요. 치즈 케이크를 좋아해요.”



신난 그녀의 얼굴을 보니 얼마간 남아 있던 마음 속 미안함이 조금 가시는 기분이 들었다.


소년의 생일 케이크



N은 케이크를 다시 조심스럽게 상자 안에 넣고 냉장고에 보관하다가 퇴근할 때 가지고 돌아갔다.



다음날 출근한 N은 아들이 정말 행복해했다며 고맙다는 말을 다시 했다.



케이크 하나에 행복해하는 소년을, 서프라이즈 라고 해맑게 소리치며 문 앞에 서 있던 그 아이를 부담스러워했던 일을 떠올리면 여전히 자책감이 느껴진다.



내 아이가 누군가에게 사랑받지 못한다는 것, 환영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상대방에게 직접 들어야 했던 N의 마음을 감히 헤아리기도 힘들다.



그럼에도 만약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 하더라도 나는 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다.



나와 아기만 집에 있을 때, 청년같이 큰 남자 아이가 불쑥 찾아오는 건 원하지 않았다.



그 아이를 위한 더 큰 지출도 싫었다. 생일 선물로 케이크를 사서 전해줄 수 있는 그 정도의 거리, 한국에 다녀올 때 학용품 정도를 사다줄 수 있는 딱 그 만큼의 관계가 부담 없었다.


소중한 내 아이를 돌봐주는 N, 그런 그녀에게 가장 소중한 아들에게 나도 마땅히 마음을 내어주고 또 가능한 도움을 주는 것이 사람으로서의 도리가 아닐까 하는 갈등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로 인한 죄책감과 미안함은 내가 안고 가야 할 것 같다.



이번에 아기 돌을 맞아 가족들을 만나러 한국을 방문한다.



돌아올 때 N의 -남아 있을지도 모를- 서운함을 달래줄 수 있는 아들을 위한 선물을 사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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