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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채리 Oct 29. 2020

케이크가 무서워

파나마에서 연남동으로

도연에게.


이번에도 너의 편지를 받은 지 열흘이 지나서야 답장을 쓰게 된 것을 미안하게 생각한다. ㅋㅋㅋ

그렇지만 나의 지난 열흘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너도 나를 이해할 수 있을 거야!


이번 주말이 바로 시호의 첫 생일이거든. 돌은 한국에 가서 예쁘게 한복을 입고 가족들과 모여 축하해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끈기 있는 코로나 때문에 여기서 우리끼리 소박하게 시호의 첫 생일을 축하해주게 되었는데 어떻게 기념하면 좋을까 지난 몇 개월 고민을 많이 했어. 어쨌든 내가 고민한 것들을 준비하느라 바빴던 지난 일주일이었지.


그중 가장 메인이벤트가 cake smash라는 거야.

 한국에서는 돌잡이를 하는 문화가 있다면 서양에서는 아기가 케이크를 마음대로 뭉개가며 먹는 걸 사진으로 담아두는 문화가 있어. 왜 그런 문화가 있을까 생각해 봤는데, 두 돌만 되어도 아기가 그렇게 엉망진창으로 뭉개지 않는다는 거야! 조심스럽게 먹거나 포크를 달라고 하거나! 그래서 첫 생일에만 담을 수 있는 모습이라 그런 문화가 있나 봐.


그런데 도저히 돌잡이는 왜 하는지 아직도 이해를 못하겠다니까. ㅋㅋㅋ 우리나라는 옛날 옛적부터 점치기를 좋아해서인가? 심지어 우리 엄마는 내가 돌잡이 때 뭘 잡았는지도 모르더라고?? 태몽도 기억이 안 난대고... 아무튼 나는 돌잡이의 의미를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시호 돌잡이는 해줄 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반전이지 ㅋㅋㅋ


아! cake smash 얘기를 마저 해줘야지. 엊그제 cake smash 사진을 찍어주려고 시호 데리고 공원에 갔어. 시호 컨디션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그럭저럭 예쁜 사진 몇 장을 찍어주고는 대망의 cake smash를 시작하기로 했지.

내가 미리 주문한 꿀단지 케이크(진짜 귀여운 케이크야)를 시호 앞에 딱 놔줬거든.  내가 생각한 그림은 시호가 꿀벌 떼어내고 뭐 뭉개고 난리 칠 줄 알았는데...

웬걸..? 무섭다고 눈물 콧물 쏟아내며 우는 바람에 케이크 스매시는 엉망진창이 되었어. 졸려서 그런가? 싶어 일단 공원에서 철수하고 집으로 와서 시호 낮잠을 재웠어. 다시 공원으로 나서기는 무리지 싶고.. 아파트 수영장에서라도 아쉬운 대로 다시 도전해보자! 해서 다시 풍선, 케이크, 옷, 고깔모자 세팅해서 내려갔는데... 또 울더라고^^^^^^^^ 이 쫄보ㅠㅠㅠㅠ

됐다, 그만하자! 애가 이렇게 무서워하는데.. 어쩔 수 없지! 하고 케이크는 구석에 밀어 두고 수영복으로 갈아 입혀 물놀이를 한참 했어. 그러고 나니 배가 고픈지 그 케이크를 막 퍼먹는 거야 ㅋㅋㅋㅋㅋ


이거라도 찍자! 하며 슬그머니 머리에 고깔을 얹고 옆에 풍선도 두고 ㅋㅋㅋ 시호는 몸에서 물을 뚝뚝 흘리며 제대로 cake smash를 해버렸어. 비록 내가 생각한 그림은 아니었지만 말이야! 사진 몇 장을 마지막에 첨부해둘게!


오늘은 시호의 1년 성장 동영상을 만들 작정이야. 주말에 시누이 가족과 친한 이웃집을 초대해 시호 돌잡이도 하고~ 떡과 음식들을 나누어 먹을 거라 이번 주도 계속 정신이 없을 예정이야.


너의 결혼 소식 반응 중에 낮술 했냐? 가 제일 와 닿는다. ㅋㅋㅋㅋㅋ푸하하하

너의 방식으로 치른 너의 결혼을 너무너무 축하해. 한국이었다면 가족식으로 한다는 네 결혼식에 가족인척 참석했을 것 같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분간 주말부부를 하다가 내년이면 인제로 간다고? 사실 말이야, 우리도 내년엔 파나마에 없을 수도 있어. 파나마가 아니라면.. 아마도 과테말라에 있을 확률이 높지! 네가 여행을 온다면 과테말라로 오게 될지도 모르겠다!! 과테말라가 더 보여주고 싶은 곳이 많아서 나는 좋은데~ 파나마든 과테말라든 다시 여행을 오갈 수 있는 그 날이 오면 좋겠어!


그날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오늘도 잘 살아보자!


P.s. 시간 날 때 답장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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