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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채리 Aug 03. 2021

여름의 열매

-과테말라에서 강원도로

도연에게.


어느덧 우리는 8월을 목전이 두었네.(임시저장 해둘 때만 해도 7월이었던 모양이야..ㅋ) 여름의 한가운데에 있는 요즘, 강원도는 그래도 조금 시원하니? 서울에 있는 친구들과 가족들은 덥다고들 아우성이던데 말이야. 

시호의 유아식을 담아내는 인스타그램 계정에 들어가면 다른 집 아이들의 식단 피드가 잔뜩 뜨는데, 아이의 식판에 담긴 초당옥수수와 신비 복숭아(신비 복숭아가 어떤 특성을 가진 복숭아인지 너무 궁금해..!! 신비한 복숭아니? ㅋㅋㅋㅋㅋㅋ)가 자주 올라오더라. 그걸 보며 멀리서나마 한국의 여름을 체감했어. 아.. 한국은 그런 계절에 있구나... 생으로 와그작와그작 먹어도 과일처럼 달콤하다는(한 번도 먹어본 적 없음..) 초당 옥수수를 먹고, 더위에 젖어 복숭아처럼 발그레진 뺨으로 달콤한 복숭아를 추릅 추릅 먹는 계절. 공공기관은 25도 이하로 에어컨 온도를 설정할 수 없어 탁상용 선풍기가 컴퓨터 모니터 옆에서 하루 종일 돌아가던 계절... 

나는 개인적으로 여름을 좋아하지 않지만(난 겨울 파라고), 매일매일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는 월급쟁이로 사는 한, 휴가를 떠날 수 있는 여름을 기다리지 않을 수 없었지. 프리랜서로 일해온 너는 여름과 겨울 중 어느 온도를 좋아할지 궁금하네. 개인적인 내 생각으로는 넌 어쩐지 여름과 어울리는 구석이 있는데 말이야.


지난 편지에서 내가 구제숍에 대해서 얘기하겠다고 했었지? 그런데 또 그새 내가 유튜브도 시작해버렸고. 유튜브에서 그 구제숍을 소개해버려서 김이 새었겠구나. 그렇지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잖니.ㅋㅋㅋ직접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만큼 확실하게 구제숍을 소개할 수는 없을 거야!! 아, 유튜브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채널 이름을 바꿔야겠는데 적당한 게 생각이 안 나. 난 솔직히 내 이름이 나와 잘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거든. 뭔가 이름이 너무 상큼하고 이쁘지 않니? 나는 얼굴부터 체구, 목소리까지 그 어느 조각도 상큼한 부분이 없는데, 이름과 좀 매치가 잘 안 되는 것 같달까... 그런데 뭔가 내 이름에 언어유희적인 요소를 추가해서 '체리쉬 채리'라고 채널 이름을 만들었는데... 채널 이름이 또 낯간지럽더라고..(아, 내 이름은 너무 예쁘다구!) 그런데 또 마땅한 채널 이름은 생각이 안 나고.. 뭐 그런 상황이야. ㅋㅋㅋ 이름이 뭐건 간에 엄마가 내 유튜브를 너무 재밌게 보고 있어서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심지어 며칠 전에는 엄마랑 통화하는데 "조회수가 많이 나와야 하는데..."라면서 내 유튜브를 걱정하는 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마도 언니나 형부가 유튜브가 잘되면 그걸로 돈도 벌 수 있고.... 그런 걸 설명해주지 않았나 싶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 건 나에겐 벌어지지 않을 일이라고 설명해주고 싶었지만.... 뭐 사람 인생 누가 아나 싶어서 그냥 허허허 웃고 말았어. 


벌써 2021년의 절반이 한참 지나고 8월이 되었네.

7월은 나에게 상반기 보너스를 탄 듯한 달이었어. 7월에 끝에 서서 보니 열매가 주렁주렁 열린 것 같더라구. 일단 생각만 해오던 유튜브를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대학생 때 이후로(물론 그때도 날씬해본 적 없음ㅋㅋㅋㅋ) 가져보지 못했던 몸무게로 내려온 것. 꾸준히 내가 지치지 않을 강도의 운동을 이어오고 한 달에 1kg씩 감량하겠다는 목표를 유념하며 지내온 것이 가랑비에 옷 젖듯 그렇게 내가 스물셋 이후로 가져보지 못했던 몸무게를 되찾는 결실이 되었지 뭐니. 시호를 낳던 날보다 21kg이나 줄었다구! 이렇게 계속 열심히 하다 보면 우리 엄마 몸무게를 따라잡을지도 모르겠어!(한 평생 동안 엄마보다 몸무게가 많이 나갔다는 걸... 믿을 수 있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 


8월 중순엔 유모가 집으로 일주일간 휴가를 다녀올 거야. 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불상사가 없기를 바랄 뿐이야.... 마침 가는 날이 딱 월급날이라서 돈 받고 가서 안 오는 거 아닐까... 괜히 마음이 불안하지 뭐니.... 그래서 휴가 가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 잘해줄 작정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과테말라엔 코로나 백신이 많이 부족한데 최근에 영국에서 모더나를 200만 개인가? 아무튼 많이 기증해줬대. 그래서 오빠는 지난주에 1차 접종을 했어. 그전까지는 러시아 스푸니크 백신만 놔줘서 이곳에 사는 한국인들은 다른 백신을 맞으려고 미국에 백신 여행을 많이들 다녀왔거든. 가까운 마이애미로 다녀오거나, 아니면 마이애미보단 조금 시간이 더 걸려도 한식이 많은 LA로 가거나. 우리도 미국 가서 백신 맞고 와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하고 있었는데, 모더나가 잔뜩 들어온 데다 2주 전부터 40대 접종을 시작해서 굳이 미국에 가지 않아도 되겠더라고. 이제 '만'나이로도 마흔이 되어버린 오빠는 접종을 맞았거든? 30대는 언제 놔주려나.. 하면서 나는 8월 말쯤 LA에 가서 화이자를 맞고 올까, 하는 계획이 있었는데... 갑자기 35세 이상도 접종 신청을 할 수 있게 됐어... 뭐... 좋으면서 아쉽고... 아쉽지만 이런저런 생각 안 해도 돼서 속은 편하고... 내가 어느새 만 나이로도 36세나 된 걸까.. 대충 그런 마음이 든달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나의 8월 계획에는 백신 접종이 있다는 소식을 전할게.


아마 내가 너의 답장을 받을 때면 너의 8월 계획이 아닌, 8월에 있었던 일들을 과거형으로 듣게 되겠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괜찮아. 답장이 한 달씩이나 걸리니 정말 국제우편으로 편지를 보내는 마음이 들기도 하거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너의 답장 기다릴게.


안 바쁠 때 답장 좀.

과테말라에서 채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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