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에서 강원도로>
도연에게
정말이지 오래간만에 너에게 답장을 받고 퍽 마음이 설레더라.
너는 ‘징징댔다’고 표현했다만, 사실 그런 내용도 예상하고 있었다. ㅋㅋㅋㅋㅋㅋ
드라마 입봉이라는 그 과정이 얼마나 지난한 과정일지, 나는 그것을 고작 ‘멜로가 체질’ 이라는 드라마를 보며 간접적으로 보았을 뿐인데도 얼마쯤은 상상이 가던걸.
눈떠서 밥 먹고 화장실 가는 시간만 빼고는, 내내 궁둥이 붙이고 앉아 글만 쓰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어쩌면 먹으면서도 썼을 테지.
그나저나 너는 정말이지 우리 시어머니와 더불어 추진력 좋은 사람, 쌍두마차야. ㅋㅋㅋㅋㅋㅋㅋ(우리 어머님 추진력도 둘째가라면 서러우시다 ㅋㅋ)
문득 그 생각이 나더라.. 몇 년 도였더라… 우리가 몽골 여행을 다녀온 이듬해 봄이었는데..
너랑 중호와 함께 대학로의 한 카페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네가 얘기했어.
“나 책을 써볼까 해.”
그리고 나선 시간이 그리 많이 지나지 않아 정말로 너의 에세이를 세상 밖으로 선보였지.
책이 세상 밖으로 채 나오기도 전에,
너는 “나 예전부터 카페를 해보고 싶었어. 딱 일 년만 해볼까?”라더니 성산동에 자그마한 카페를 열었어. ㅋㅋㅋㅋ
정말이지 그 카페는 일 년만 세상에 존재했음에도, 나는 그곳에서 친구들과 웨딩 사진도 찍고.. 주말이면 한켠에 앉아 차이 라테를 마시며 원고를 써 내려가던 기억까지.
일 년 동안 나는 그곳에서 커다란 추억들을 빚었구나, 싶네.
그 근처의 어느 밥집에서 무척 밥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도 있는데… 메뉴가 뭐였더라…
달걀 프라이를 넉넉하게 주었던 기억이 있어.. 우린 둘이었지만 아주 바람직하게 메뉴를 세 개 시켰던 것 같아.
나는 네가 푸짐하게 차려놓고 먹는 걸 좋아한다면서도 정작 너는 몇 입 먹지 못하는 점이 참 좋아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그렇게 너는 뚝딱뚝딱 카페를 오픈하더니, 정말 일 년이 지나자 카페를 폐업했어.
그리고, 내가 파나마에서 살고 있던 어느 날엔, 브런치 교환일기를 통해 네가 요즘 ‘섹스’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고 했었지.
그러더니 마침내.. 그 글은 드라마 극본의 형식으로 옷을 갈아입고 곧 세상에 나온다니….
이제 나는 심지어, 네가 또 어떤 꿈을 꿔볼지, 어떤 상상들을 현실화할지 긍금할 지경이야!!!!
세상에는 용기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잖아. 우리가 하는 모든 선택의 이면에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는 용기가 필요하지.
포기의 용기가 없는 사람들에게 너를 소개해주고 싶달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상상만 하고 있죠? 무엇이 두려운가요? 그것이 결코 성공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과정 속에서 수많은 경험들을 얻을 거예요!
이 사람을 보세요!! 하고 싶은 걸 도전했다고 해서 대단히 출세한 것은 아니지만(ㅋㅋㅋㅋㅋㅋㅋ),
그렇다고 해서 도전이 야기한 고통 속에서 허덕일 것도 딱히 없다구요!
성공을 바라고 도전하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해보는 것에 의의를 둔다면, 내가 해나가는 것들의 한걸음 한걸음마다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이 될 거예요.
“그거 한다고 뭐 성공할 것도 아니면, 뭐하러 해?”라고 하는 사람이 있나요? 그렇다면 그에게 대답해주세요.
“재밌을 거 같아서 하는 거야.” 인생은 재밌게 살려고 마음먹은 놈이 재밌게 살 수 있으니까요.
그나저나, 나는 이제 한국을 갈 날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았어. 아이가 있는 엄마 강채리로서는 처음 한국에서 지내보는 터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비교적 아이를 자유롭게 키우는 이곳에 비해, 뭔가 한국은 남의 눈치를 봐야 할 일이 많을 것 같기도 하거든..
뭐랄까..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한국은 아이들을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닌 듯한 이미지가 기저에 깔려있달까.
유모차를 밀며 식당에 들어갔더니, 입구에서부터 눈치를 주더라… 등의 방한 후기가 날 조금 두렵게 하지만,,
아이와 둘이서 긴 비행을 해야 한다는 걱정이 어마어마 하지만….
차근차근 단디 준비해서 최대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무사히 나도 가족의 품으로 가고 싶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너의 이사가 어떻게 결정될지 퍽 궁금해지네. 너네 집에 가서 얼음썰매 타고 막 조개구이 해 먹고 그래야 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한국을 가기 위해 사전 준비 단계로 살을 뺐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6킬로를 감량하고 대학생 때 이후 가져보지 못했던 몸무게로 돌아왔어.
부디 한국 가기 전에 요요가 찾아오지 않고, 내가 이 몸뚱이를 잘 유지해서 한국에 데리고 갈 수 있도록 노력해볼게! ㅋㅋ
곧 보자꾸나, 한국에 가서 너의 첫 드라마를 볼 그날이 무지 기대된다 :)
한국 가기 전에 답장을 받을 수 있길 희망하며 ㅋㅋㅋㅋ
그럼, 시간 날 때 답장 좀!
과테말라에서 채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