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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리라 Feb 13. 2023

마흔넷. 다시 아르바이트생이 되다

[알바가 된 사장님#1]알바 구하는 것 하나에 느낀 수만가지 감정들

참 많이 힘든 요즘이다.

경제적으로 힘들고, 남편과의 불화로 힘들다

불화는 극에 달했고, 그런 시간을 5년을 유지하면서 이번 싸움으로 나는 이 관계를 포기했다

그래서 남편에게 선언했다

"내가 집을 나갈께" 


앞뒤 재고 어떤 의도를 가지고 저 멘트를 한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더이상 남편과 한 공간에 더이상 있고 싶지 않았다


그간 아이들 때문에 싸움이 있고 난 후 그냥 남편이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는 생각을 했다. 직장이 더 멀어져서 주말부부가 된다거나, 하고자 하는 공부를 핑계로 남편이 고시원에 들어간다거나...

상상을 할 때 조차 나는 아이들을 놓지 못해서 내가 집을 나가서 아이들과 떨어진다는 생각은 하지못했었다


그런데 이번 만큼은 달랐다. 정말.. 이대로 남편옆에 계속 있으면 내가 나쁜 마음이라도 먹을 것만 같았다.

내가 원하는 대로 남편은 적당한 핑계를 붙여서 나가주지 않을꺼 같기에 내가 나가겠다고 이야기 했다.

어차피 나는 저녁근무를 하는 스케줄이어서 아이들과의 접촉시간이 남편보다 짧은 그동안의 생활패턴이었으니, 차라리 내가 나가는게 덜 티나 날것만 같았다


그러고나서 오늘 당장 집을 나온다면 어디서 자야하나.. 하고 매장 근처 찜질방도 검색해보고 고시원도 알아봤다. 그리고 드라마 대사처럼 되뇌였다.. '갈곳이 없구나...'

경제적 불화로 경제적으로 쪼들리면서 싸움을 하고 집을 나오려니 갈 곳이 없었다.

친구는 없어진지 진작이고 있다해도 선뜻 말할수도 없고, 친정집은 당연히 처음부터 배제되었다


이런저런 이슈로 가출의지는 힘없이 무마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나는 집에 들어가서 남편이랑 부딪히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르바이트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성적으로 생각한다면, 차라리 그 시간에 내 매장 문을 좀 더 일찍 열기 위해 더 빠른 출근을 하거나 지금 공들이고 있는 온라인사업에 주력을 다하는게 나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현재 자신감과 자존감이 너무나도 떨어진 상황이었기에, 그런 두가지 방법으로는 돈을 더 벌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남편과의 교집합 시간을 줄이려고 하는 의도로 시작된 아르바이트 찾기 였지만 지금같은 경제난에 추가소득을 위해 일한다는 명분도 굉장히 큰것이었다.

그렇기에 확실한 소득을 보장하는 아날로그적인 아르바이트찾기가 선택된 것이다.



그러다 나는 내 현재 위치를 자각했다


나이는 마흔 넷

영업직과 매장운영이라는 경험이 있고, 인스타그램 / 당근마켓 / 블로그 등의 온라인플랫폼을 사용하는데 익숙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뚜렷한 성과를 현재 낸것도 아니고, 자격증 하나 갖춘게 없는 나이많은 여자인 나는 지원할 수 있는 일자리가 정말 없었다


여기서 자기보호적 핑계를 대보자면 내가 구하려는 아르바이트 시간대가 애들 등원시키고 10시 이후, 매장출근 전 최대3시까지 그리고 평일만. 이런식의 조건이라는 어려움이 있어서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아르바이트를 알아보면서 정상적인 출근시간인 9시~6시로도 검색을 해보니 역시나 내가 지원할 만한 일이 마땅찮은것은 동일했다


거기서 또 자괴감을 느꼈다

아... 이제 나는 이정도의 사람이구나... 내 가치를 증명해줄만한게 아무것도 없구나..


당근알바, 알바천구, 알바몬을 돌려가며 몇시간 내내 검색해봐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껏해야 식당주방보조, 게스트하우스 청소, 피씨방알바(이것도 나이제한에 대부분 걸린다), 편의점 알바, 그리고 새벽에 하는 쿠팡배달.. 이런식의 것들 뿐이었다


그래서 또 생각이 났다.

'맞아.. 내가 사장이 되었던 이유는 아무도 나를 고용해주지 않을꺼여서 내가 나를 고용한거였지..'라는 기억이다.



3일정도를 열심히 서칭을 하다가 마침 집근처 10분거리에 화/수/목 3일만 10시~2시까지 4시간 근무를 원하는 샌드위치가게를 알아냈다.

왠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알바싸이트를 통해서 이력서를 작성하고 지원서를 보낸 뒤부터 이 죽일놈의 긍정마인드가 또 발동을 걸기 시작했다


'아 이거 합격하면 진짜 많은 걸 배우겠구나!'

내가 꿈꾸는 위시리스트 중 하나가 자영업과 관련한 컨설팅을 하는 거였다. 지금까지 1,2호점 내 매장을 운영하면서 자영업자들이 얼마나 온라인마케팅과 영업에 경험이 없는지를 깨달았고, 온라인 세계보다 오프라인 세계에서는 마케팅허들이 그리 높지 않구나 도 체험했다.

하지만 나는 사장으로써 아직 미숙한게 많았고 무엇보다 다른 업종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런데 이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 일하면서 우리집 근처 상권에 대한 수요층도 알게되고, 현재 내 매장에서는 안하고 있는 배달시스템에 대한 경험도 하게 된다. 그리고 샌드위치와 커피를 만드는 과정도 알게 되고, 프랜차이즈인 이 가게는 어떤 식으로 본사로부터 지원을 받는지 등을 경험할 수 있게 될꺼 같았다

그래서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40~50만원 정도의 나만을 위한 소득이 생기게 된다는 상상만으로도 왜이리 든든한지 아직 뽑히지도 일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마치 이미 벌고 있는 것 처럼 가슴이 펴지는것만 같았다.


이런 상상이 더해지니 이력서를 보내고 내내 연락을 기다리게 되었다. 이 곳과 함께 다른 곳도 지원했는데 거기 매장은 집에서도 훨씬 먼 곳이도 업종도 크게 매력적이지 않은데 그저 근무시간만 비슷한 곳이라 크게 마음이 가진 않았음에도 지원한 다음날 바로 연락이 왔다. 그런데 이 샌드위치 가게는 연락이 안오니 자꾸 새로고침을 하면서 연락을 기다리게 되었다.


지원한 뒤 3일쯤 뒤 띠링 문자가 울렸다

[000샌드위치입니다 면접일정을 잡고 싶어서 연락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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