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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리라 Sep 08. 2021

엄마의 밤이 낮보다 화려한 이유

죽어도 안되는 미라클모닝과의 작별인사

아이를 재우다 잠들기 일쑤이던 시절이 있었다.

아이를 재우려고 들어갔다가 같이 잠드는 날이면 다음날 눈을 떴을때 몸은 개운할지 몰라도 밀린 일들과 하고싶은 일들을 뒤로 한 채 그냥 잠들어 버렸다는 사실에 마음은 무거운 아침을 맞이한 날도 많았다.


우리 집은 퀸 매트리스를 두개 붙여서 아이들과 다같이 한방에서 잠을 잔다.

큰 아이는 동생이 태어나고 나서 제일 좋아하던 아빠를 동생에게 뺏김과 동시에 엄마인 나에게, 둘째는 자다 깨서 엄마보다 아빠를 더 찾을 만큼 아빠에게 집착을 했다

그런 공평한(?) 아이들을 둔 덕분에 우리집은 부부사이가 최악일때도 4명이 나란히 같은 시간에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워야만 했다. 그래야만 아이들이 잠을 잤고, 나와 남편은 그 뒤 밤에 각자의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작년 초 이사를 하면서 큰 아이부터 잠자리 독립을 시켜보고파서 2층침대로 꼬시면서 혼자자기의 약속을 받았지만 이사 후 2층침대가 아이방으로 들어온 그날 하루만 성공했을 뿐 그 뒤로 2층은 형아자리, 1층은 동생자리로 구분만 되어질 뿐 침대는 또하나의 놀이공간이자 저장공간으로만 되어버렸고 여전히 우리는 4인1조 체제로 같이 잔다.



아이를 재우다 같이 잠들지 않고 부활한 밤이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밀린 집안일 들이었다.

어질러진 거실을 정리하고 밀린 빨래를 널고 개고 그러다 노동요 대신 텔레비전이라도 틀면 그때부터는 걷잡을수 없는 킬링타임이 되어버린다. 어렵게 부활해서 힘들게 마련한 아까운 나만의 밤은 그렇게 시간이 허무하게 사라져 가기 일쑤였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애들을 재우고 부활한 그 밤 시간에 나는 절대 집안일을 하지 않으리라.


그래서 그 시간에 무엇을 할까 고민해볼 때 처음에는 어렵게 마련한 시간이므로 가장 중요하고 생산적인 업무를 해야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은 역시나 일이었다. 한창 온라인 1인사업의 기반을 다져가던 시기였기에 나는 항상 시간도 없었고 쉽사리 늘지 않는 실력으로 인해 마음은 항상 초조했다. 그래서 부활한 밤시간에도 낮에 하던 연장해서 계속 일을 했는데 할수록 점점 왜인지 계속 능률이 떨어졌다.

아마도 9시~6시까지 내내 같은 일을 하다가 다시 또 밤10시부터 동일한 패턴의 일을 하려니 뇌의 과부화가 걸리는 느낌이 들어서 였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다. 어쩌면 다 핑계였고 나는 사실 이 시간에 책이 읽고 싶었다.

‘어렵게’ 손에 넣은 밤시간에 그냥 책을 읽자니 돈도 많이 못 벌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의 돈벌이보다 나만의 만족을 위한 독서가 우선시 되는 것이 왠지 모르게 미안했던 모양이다. 도대체 누구에게 미안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괜시리 양심의 가책이 느껴졌다.


난 항상 그렇다. 필요한 만큼 돈을 충분히 벌고 있지 않으면 나의 시간을 씀에 있어서 그 것이 당장 돈버는 행동이 아닌 다른 일을 할때면 나는 누군가에게 모를 양심의 가책에 시달린다. 요즘도 그런 죄책감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나는 1년전부터 밤에는 그냥 책을 읽었다.



거실에 장난감이 널부러져 있어도, 빨래가 주렁주렁 널려져 있어도, 세탁기가 다 돌아갔다는 멜로디가 귀에 들려도

나는 그냥 꼼짝않고 쇼파에 앉아 뜨거운 차를 홀짝 거리면서 책을 읽었다.


선택하는 책의 종류도 그냥 끌리는 대로 골랐기에 엄청 다양한 장르를 읽었다.

온라인사업에 대한 책도 읽고, 자기계발에 대한 책도 읽고, 독서모임에 참여하려고 책도 읽고, 투자와 관련한 책도 읽고.. 아무튼 계속 책을 읽었다.

덕분에 나는 책 읽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사실 원래도 글을 빨리 읽는 타입이었는데 지난 1년간의 다독으로 인해 그 속도가 더 업그레이드 된 기분이다. 나는 한권을 다 읽어야만 다른 책으로 넘어가는 성향은 아니라서 동시에 여러 책을 읽는 멀티플레이가 가능했다. 그래서 이책 저책을 한꺼번에 시작하니 지난 1년동안 밤에 굉장히 많은 책을 읽었다. 아마 내가 조금만 더 부지런했다면 그 책들을 SNS을 활용하여 기록도 하였을 텐데. 그런 에너지까지는 모자랐던 것이 아쉬워서 얼마전 새롭게 SNS 계정을 만들어서 최대한 감성을 담아서 매일의 노력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올해 여름부터 부활의 밤에 추가된 항목이 있다.

바로 운동이다.

고질병이던 허리를 마음먹고 집중치료를 받는 중에 권유받은 걷기운동이 그 시작이었다. 걷기를 위해 시간을 마련하려고 하니 결국 또 애들을 재우고 난 밤 시간뿐이었다.

아침에 운동하면 되지 않느냐 라고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나는 그노무 미라클모닝이 죽어도 안되더라 라고 이제는 그냥 얘기한다.(미라클모닝으로 인해 받았던 스트레스를 나열하면 또 한나절이다)


아이를 재우고 나면 보통 밤 10시30분 정도면 집을 나설 수 있어진다. 집을 나서고 1시간~1시간30분 정도를 운동하고 돌아오면 밤12시가 된다. 샤워를 하고 운동때매 달궈진 얼굴에 마스크팩 하나 붙이고 쇼파에 앉아 나는 책을 펼친다.

그렇게 운동과 독서가 조화를 이루는 밤이 되었다.



밤시간은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으로 쓰는 것.

그게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과거가 발목을 잡고, 부족함이 넘치는 40대 현재를 살고 있는 내가 여유롭고 찬란한 미래를 살고 있을 50대 나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꾸역꾸역 매일운동과 매일독서를 한다.


비록 가을장마와 함께 날씨가 쌀쌀해 지면서

집밖으로 나가는 것이 더더욱 힘들어 지는 운태기가 시작되었지만

독서만큼은 더더욱 그 깊이가 깊어지는 계절이라

비오는 오늘도 나는 운동하러 밖으로 나가는 대신 거실에 누워서 할 수 있는 홈트 후 어제 읽던 2권의 책을 모두 완독하며 나만의 미라클나이트를 만끽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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