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출국심사를 마친 우리는 미리 검색해 둔 라운지를 향해 직진한다.
라운지 안 여유 있는 표정의 사람들과 다르게 나와 생각하자(여행에서 생각을 담당_이하 각하)는 자리에 가방만 던져놓고 탐색전에 들어간다.
친구와 떠나는 여행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술이다. 우리는 밤, 낮의 경계를 잊을 수 있다.
나는 이 치명적인 즐거움을 피할 자신도 피할 마음도 없다. 눈보다 빠른 발과 직관적인 판단으로 순발력 있게 술과 안주를 테이블로 옮긴다.
테이블 위에 펼쳐진 음식과 술을 보니 입가에 미소와 함께 함성이 절로 나온다. 각하와 나의 첫 선택은 맥주이다. 시원한 맥주 한 모금은 식욕을 확 끌어올린다.
“와우! 건배!”
맥주 한 모금에 우리의 흥이 올라온다.
“너무 신난다!”
가장 환한 미소로 웃는 각하다.
각하는 지금 행복해 보인다. 그런 각하를 보는 게 나도 덩달아 행복하다.
“야! 이거 장난 아니게 맛있어!”
처음 먹어보는 것이 아니다.
칠리새우도 새로운 치일리잉새우가 되고 탕수육도 새로운 타앙스우육이 된다.
‘이런 경험을 언제 했던가!’ 아마 연애할 때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는 모든 것들이 새롭던 그 시절, 이런 비슷한 경험을 했던 것 같다. 이 순간과 금방 사랑에 빠진다.
“그거 어딨어?”
“저기 냉장고 옆쪽에 있어.”
“알았어! 가서 가져와야지!”
라운지의 시간은 제한적이다. 우리는 조금 더 민첩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
네가 먹고 행복한 걸 보니 나도 먹고 행복해지고 싶다. 목표가 단순하니, 행동거지가 가볍다. 이런 가벼움 덕분에 때때로 행복해지는구나 싶다.
“야, 올 때 와인 더 가져와!” 각하가 내게 말한다.
친구란 내가 뭔가에 정신이 팔려있을 때 바른길로 잡아준다. 하마터면 안주만 가져올 뻔했다.
대화라고 할 것이 없다. 감탄하고 마시고 먹고 웃고를 반복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을 때 면세점 쇼핑을 하러 갔던 뭐든좋아(여행에서 의견 없이 따르기 담당_이하 뭐든)에게 전화가 온다.
“다 먹었으면 이제 나와!”
“악!!! 와인 한 잔만 더 마시고!”
라운지에서의 시간은 후회를 남기지 않았다.
“킥킥킥”
웃어버린 김에 그냥 취한 척한다. 취했으므로.
취기와 우연으로 완성되는 여행. 우리가 건너갈 그 다음은 어딜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