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셋의 베트남여행
여행자1_ 생각하고 판단하는 여자, 이름하여 각하
여행자2_ 뭐든 적극적으로 따르는 여자, 이름하여 뭐든
여행자3_ 본능적으로 즐거움을 찾는 여자, 이름하여 겁자
여행은 우연에서 비롯되는 새로움의 행진
술 탓이다.
애주가 행세를 하면서 술 탓은 미안한 일이지만, 탓 좀 하겠다.
공항을 벗어났다는 안도감과 꽃의 행렬에 취해 구급맵 보는 법을 잊었다.
상실한 방향감과 허공으로 흩어진 나의 집중력. 모으려 애를 써도 잡히지 않는 모래알 같다.
'어? 어?'
인상 좋은 아저씨의 차가 경로를 벗어난다.
‘이럴 줄 알았어. 그래서 문고리를 잡고 있었지.’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애니어그램 7번 유형의 6번 날개의 인간이다. 즉, 즐거움이 인생 목표지만 안전이 중요한 사람인 것이다.
수상한 낌새가 느껴지면 바로 문을 열고 도로로 몸을 날릴 준비 태세다. 각하에게 텔레파시를 보낸다.
‘날 봐! 여기 봐! 내가 소리를 지르고 문은 열면 바로 뒤따라 내려!’
그렇게 텔레파시를 쏘는데 각하는 아는지 모르는지 운전 중인 아저씨랑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술기운이 가져다준 약간의 느슨함과 긴장감이 몹쓸 상상을 더해 혼자 영화 한 편을 찍고 있는 나이다.
상상에 빠져있는 찰나에 차는 호엔끼엠 호수를 시원하게 한 바퀴 돌고 멜리아호텔를 향한다.
늦은 밤 공항에 도착한 우리를 위해 살짝 시티투어 느낌으로다가 관광지를 돌아주신 친절한 아저씨를 두고 나는 혼자 스릴러 한편을 찍었다.
역시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고, 세상에 나쁜 사람보다 좋은 사람이 더 많다. 어디든 말이다.
그렇지만도 말이다, 살짝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는 게 여행 중에는 그리 나쁘지 않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여행 중 경로이탈은 필수! 문고리 하나쯤은 쥐고 있기! 명심하자!
경로이탈!
가던 길에서 벗어나면 새로운 길이 열리니! 여행길 위에서 우리는 때때로 이탈자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길, 사람, 음식, 이야기와 마주할 수 있다.
‘겁자야, 힘 빼고 즐기자.’
반미 먹다가 입 찢어진, 나! 나쁘지 않다. 아픈데 아프지가 않다. (혹시 다시 잘 붙나??)
중요한 건! 반미를 먹을 때는 꾹 눌러서 납작하게 해서 드시라, 빵이 겉은 바삭하지만, 속이 부드러우면 잘 눌린다. 개인적으로 눌리는 반미가 더 맛이 좋다:)
내가 베트남에 다시 오게 된다면 요 반미 때문일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거짓말이다. 쌀국수는 해장에 최고고, 베트남여행이 숙취가 없는 이유는 무조건 쌀국수 덕분이다)
유명한 집들이 있다. 여기 소개하지 않아도 알고자 하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모두 먹어보아라! 모두 각각 다르다. 어느 집 반미를 먹든 후회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