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사노바, 탱고 이런 음악이 생각나요. 뭔가 춤추고 싶은 자유로움을 불러일으킨달까요. 그리고 정열을 느끼는 동시에 쓸쓸함, 애절함도 느껴지는 계절인 것 같아요. 낮엔 햇빛이 따사롭고 아침저녁으로 쌀쌀하잖아요. 화려하고 낭만적인 문장들을 읽기 좋은데, 그 뒤에 오는 씁쓸함과 허탈함도 숨길 수 없고요. 잘 모르겠지만 이런 게 가을 타는 건가 봐요. 그래서 기분도 나풀나풀 날아가요.
요가원에서 이런 문장을 본 적 있어요.
아름다움이나 향기로움에는 좀 덜 찬 아쉬움이 남아야 한다. 아름다움이나 향기의 포만은 추해지기 쉽다. 넘치는 것은 모자람만 못하는 법이다.
법정, <비 오는 날에>
스스로에게 과도한 인풋을 줄 때, 오히려 나도 빨리 성취해야 할 것 같은 마음에 조급해지거나 주어진 영감들을 모두 다 소화할 수 없어 우왕좌왕 한 경험이 있어 공감되었어요. 그리고 올해를 돌이 켜봤을 때,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다람쥐가 도토리를 저장해 놓듯 많은 경험을 해왔더라고요. 변화도 많았고요. 이제 주머니에서 꺼내어 펼쳐보는 연습도 필요할 것 같아요. 그 순간에는 아쉬웠다고 생각했을지 모르나 그것도 쌓이면 결국 나를 채우는 무언가가 된다는 점에서도 와닿았고요. 아쉬운 마음으로 나를 너무 괴롭힐 필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이번 가을, 모든 걸 조금씩 맛보고, 조금만 곱씹고, 보내주려고요. 무겁게 떠안고 있지 않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