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일상은 전기와 동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습니다. 핸드폰이 보편화되기 전에는 가전기기나 산업용 장비, 컴퓨터 등은 전기가 사용되었고 필요할 때만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핸드폰이 보급되고 스마트폰으로 핸드폰이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면서 인류는 24시간 내내 전자제품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정전이 되는 순간 모든 일상이 정지되는 것을 경험하듯, 인류는 전자, 전기와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당장 전기가 차단된다면 교통이 마비되고, 병원의 생명 연장 장치나 의료기기가 멈추게 될 것이며, 산업 현장이 멈추고, 양어장은 운영이 불가능해지겠죠. 당장 인덕션이나 전기밥솥, 전자레인지, 냉장고 등을 사용하지 못하면서 당장 한 끼 밥을 해결하기도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인터넷 망이 마비가 되면서 카드 결제가 되지 않아 큰 불편을 겪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통신을 비롯한 전자공학 또한 우리 삶에 큰 영향을 줍니다.
전자전기공학은 크게 전기공학과 전기공학으로 나뉩니다. 전기공학은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가 가정, 공장, 학교, 병원, 상점 등에 공급되는 과정과 관련된 내용을 다룹니다. 반면 전자 공학은 반도체와 통신, 신호, 마이크로프로세서 등을 다루죠. 전자전기공학은 물리학의 전자기학이 기초를 이루기 때문에 물리학이 필수적이며 신호를 제어하는 과정의 기초를 이루는 수학 역량이 중요합니다. 주요 과목으로는 전기에너지, 자기에너지에 대한 이해와 관계를 다루는 전자기학, V=IR(옴의 법칙)과 같이 회로에 적용되는 기본지식인 회로이론,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기의 공급에 관한 전력공학, 반도체의 기본인 다이오드와 트랜지스터에 대한 지식을 다루는 전자회로, 아날로그 신호 전자기파 신호를 분석하는 신호 및 시스템, 아두이노처럼 간단한 제어에 유용한 마이크로 프로세서 등이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전기회로의 구성에서 시작되었지만 최근의 딥러닝에서는 수많은 벡터의 계산을 GPU(그래픽 처리 장치)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공지능이 지금처럼 개발이 된 것은 전자공학이 기여한 부분이 매우 큽니다. 딥러닝을 비롯한 인공지능의 복잡한 계산을 GPU의 수천, 수만개의 계산기 코어로 나누어서 처리하는 기술이 도입되면서 이론으로 가능했던 인공지능의 구현이 실제로 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딥러닝은 수많은 CPU와 GPU를 사용해야 하는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한 반도체 구조의 설계 연구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가트너(Gartner)는 지금까지 CPU에서 GPU로 사용이 변화되어왔지만 앞으로는 심층 신경망 연산에 특화된 NPU(Neural Processing Unit)으로 발달하여 낮은 전력 소모량으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전자공학은 인공지능이 지금보다 효율성, 경제성, 안정성, 속도 등에서 개선이 되도록 구현 환경을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설계하는 반도체 (이미지 출처 : nature, 구글 반도체 설계도)
인공지능은 전자공학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인공지능이 반도체를 설계하기도 합니다. 구글은 수백만개에 달하는 반도체 소자와 부품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평면 배치(floorplanning)’ 단계에 인공지능을 적용했습니다. 1만종에 달하는 기존의 평면 배치 설계를 학습시킨 후 인공지능이 스스로 무작위로 배치한 결과를 분석해 가장 적합한 배치를 선별하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평면 배치는 사람이 직접하면 수개월이 걸리지만 인공지능은 단 6시간만에 TPU V4를 설계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새로운 방식으로 설계되고 있는 뉴로모픽 방식의 CPU (이미지 출처 : 코딩 뉴스 월드)
인공지능을 활용하기 위한 반도체 설계 방식의 변화에도 많은 연구가 진행됩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뉴로모픽' 반도체의 연구입니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는 최초 수학자 폰 노이만이 1945년에 고안한 방식에 의해 작동하고 있습니다. 간단히 자료가 입력되면 순차적으로 처리하는 방식인데 이 방법은 수치 계산이나 순차적으로 처리가 되도록 설계된 프로그램을 실행하는데는 탁월한 능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 순차적이지 않는 데이터의 탐색, 이미지 분석, 패턴 인식 등과 같은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2012년 구글이 선보였던 고양이 얼굴 인식만 하더라도 16000개가 넘는 프로세서가 가동되어야만 했으며 수행하는 작업에 비해 전력 소모도 많습니다.
반면 뉴로모픽 반도체는 인간의 뇌의 구조를 본 따 만든 시스템입니다. 지금의 인공지능과 뇌의 효율성은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이세돌과 바둑을 두던 알파고의 경우 100가구의 하루 사용 전기량과 맞먹는 1메가와트의 전력을 소비했습니다. 반면 인간의 에너지 사용은 밥 한 그릇에 해당하는 20W이면 됩니다. 이렇게 작은 열량으로 사고가 가능한 이유를 뇌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작동 방식을 모방하는 반도체가 뉴로모픽 반도체입니다. 뉴로모픽 반도체가 만들어지면 초저전력으로 병렬 처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과 완전히 새로운 컴퓨터 체계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뉴로모픽칩은 2014년 IBM, 2017년 인텔사가 시범적으로 출시하고 있고, 2021년 8월 KAIST의 전자전기공학부 연구팀에서 고집적 뉴로모픽 반도체를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아직은 크기가 크고 가격이 비싸며, 다양한 활용을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닙니다. 그러나 6년 후에는 대중화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발전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전자전기공학과 인공지능은 밀접한 관계에 있습니다. 아무리 이론적, 논리적으로 인공지능의 구현이 가능하다고 해도 인공지능이 실제로 작동하는 반도체와 GPU 등의 전자전기 기술이 없었다면 인공지능은 공상 속의 미래의 기술에 불과했을 것입니다. 뉴로모픽 반도체의 개발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공지능 시대에서 전자전기공학은 가장 선도적이고 혁신적인 역할을 계속 수행해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