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무식자의 그림 투자 체험기
세상에는 투자 상품이 참 많다. 모든 상품에 투자해 볼 수는 없겠지만 가끔 특정 상품에 딱 꽂힐 때가 있다. 내 경우에는 그림이 그랬다. 그림무식자이면서도 미술관에 방문해 그림을 감상하거나 관련 도서를 읽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끌렸다. 하지만 내가 잘 모르는 분야라서 투자가 망설여졌고, 결국 우리 부부의 투자 시스템 중 하나인 맛보기 투자를 진행해 보기로 했다.
맛보기 투자란?
100만 원이면 100만 원, 200만 원이면 200만 원. 맛보기 투자금 금액을 정해서 딱 그만큼만 투자하는 것을 뜻한다. 맛보기 투자를 진행했는데 괜찮다는 생각이 들면 더 큰 돈을 투입하고, 막상 해 봤는데 별로라면 투자금을 회수한다. 맛보기 투자 시스템을 도입하면 다양한 투자 상품에 투자하며 투자 내공을 기를 수 있다.
2021년 5월 7일, 그림투자 플랫폼인 아트앤가이드에서 공동구매로 구매한 이우환 화백의 From Winds - No.82604. 248일이 지난 2022년 1월 10일에 매각이 확정되어 수익이 발생했다. 그림투자를 시작하고 첫 매각이라 설렌다. 배분 명세서 내역에 위탁판매수수료만 4천만 원이라 깜짝 놀랐는데, 알고 보니 위탁판매한 갤러리 수수료고 아트앤가이드 수수료는 0원이라고. 제반비용을 제외한 수익률은 최종 10%로, 이 작품에 200만 원을 투자한 나는 20만 원을 벌었다. 채 1년도 안 됐는데 그리 나쁘지 않은 수익이다.
이번 작품 매각을 통해 깨달은 점이 있다면 공동구매라도 내가 구매하고 싶은 그림을 구매하자는 것. 그림에 일가견이 있는 것도 아니라 내 취향이 아니어도 한동안 올라오는 대로 구매했는데, 보니까 사람 눈 다 비슷하더라. 공동구매를 진행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매각되는 작품을 보면 내 눈에도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두 번째로 깨달은 점은 너무 무거운 작품은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 이번에 매각이 확정된 작품은 공동구매 금액이 무려 11억 원이었다. 금액이 크면 구매자 풀이 제한되고, 그만큼 경쟁률이 낮아지니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힘든 것 같다. 물론 내가 공동구매한 작품은 국내 유명 갤러리와 재구매 약정이 체결되어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재구매 약정 기간인 2년 내에 재판매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갤러리에서 12억 1천만 원에 재구매하기로 되어 있었으니 구매하는 순간부터 수익은 확정된 셈. 그래도 그림투자를 또 진행한다면 5억 원 이하인 작품을 노려 볼까 싶다.
참, 아트앤가이드에서 공동구매를 진행할 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데, 그때 이우환 화백의 작품은 평균 보유 기간 1년에 평균 수익률 16.75%를 기록했다고 알려 주었다. 지금 보니 보유 기간이나 수익률이나 얼추 비슷하다. 다음에는 아트앤가이드에서 제공해 주는 정보를 더 주의 깊게 살펴보고 투자해야겠다.
그림투자를 추가로 진행할지는 고민이 중이다. 고민이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주도권이 나한테 없다는 것. 그림 보는 눈이 없으니 플랫폼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내가 원할 때 원하는 금액으로 매도할 수 없다. 그래서 꾸준히 수익을 보더라도 투자를 계속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물론 공동구매로 부담 없이 색다른 상품에 투자하며 차차 그림을 공부할 수는 있겠다. 그걸 바탕으로 훗날 작품 선정부터 구매, 매각까지 홀로 진행하는 것이지. 그런데 내가 따로 그림을 공부할 만큼의 열정이 있을까? 흐음. 일단 투자해 둔 그림이 몇 점 더 남았으니 차차 생각해 봐야겠다.
우리 부부의 그림투자 체험기를 보면 맛보기 투자 시스템의 장점을 알 수 있다. 막연하게 그림투자를 해 보고 싶다고만 생각했는데 맛보기 투자 시스템으로 직접 실천에 옮기니 그림투자의 장단점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이다. 모든 공부를 다 하고 투자를 시작하는 것은 늦다. 영영 시작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아무리 소액이라도 돈을 투자해야 그만큼 공부하고 배우는 법이다. 투자가 너무 어렵고 두렵게 느껴진다면 맛보기 투자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