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명한 투자자 May 07. 2021

3000만 원을 잃었습니다. [13만뷰]

내가 투자에 실패한 3가지 이유

가족의 행복이 걸린 문제에 있어서 희망은 전략이 되지 못한다.
-Money, p.542-


사라진 우리의 시간


내가 처음 주식투자를 시작한 것은 결혼 전이었다. 소액으로 투자했기 때문에 별다른 수익은 없었다. 결혼하고 나서는 주식투자를 하지 않다가, 아내와 1억이라는 재무 목표를 세우고 나서 다시 투자 공부를 시작했다. 그때 했던 생각은 '물의 큰 흐름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경제의 큰 흐름을 알아야 주식투자에 성공할 것만 같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 A 대표를 알게 되었다. 그는 당시 여러 증권 방송에도 자주 나오던 사람이었다. A는 시장의 흐름과 정치 상황을 분석해 알려주었고, PB로도 활동해 우리에게 자산 컨설팅을 해주었다. 자산 컨설팅 금액은 1년에 30만 원으로, 나는 매우 저렴하다고 생각했다. 이때가 2019년 봄이었다.


2019년은 미중 무역전쟁이 이슈가 되었던 시기다. 당시에 미국 장단기 금리가 역전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런 경제 상황에서 A대표는 여러 이유로 인플레이션에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우리에게 원자재 ETF를 추천했다. 아내와 나는 분할 수하는 방법으로 총 3000만 원을 ETF에 투자했다.


투자에 실패한 종목은 신한 천연가스 레버리지 ETN이다. 2019년 하반기 천연가스 가격은 하락하기 시작했고 2020년 코로나 위기로 인해 결국 폭락하여 매도 당시 -75%의 막대한 손해를 기록하고 말았다. 1억을 목표로 달리던 우리의 소중한 시간과 돈의 일부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냉정하게 말하면 A대표는 투자 의견과 종목을 추천했을 뿐이었고 그 의견에 따라서 투자를 한 것은 나였기 때문에, 책임은 오롯이 나에게 있었다. 모두 내 실수였다. 나는 돈도 아까웠지만 아내와 내가 3000만 원을 모으는 데 사용한 시간이 너무도 아까웠다. 1년에 1000만 원을 저축한다고 가정하면 무려 3년이 날아가버린 것이다.




다시는 이용당하는 다수에 속하지 않겠다고 굳게 결심해야 한다.
체스의 말이 아니라 체스 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
-Money, p.187-


패배에 대한 복기(復棋)


이 투자는 나에게 씻을 수 없는 죄책감을 남겼다. 이후 토니 로빈스의 Money라는 책을 만났고, 나는 바둑돌이 아닌 바둑기사가 되기로 굳게 결심했다. 바둑기사들은 모두 복기의 힘을 믿는다.

나는 쓰라린 패배를 다음과 같이 복기했다. 실패의 원인은 크게 3가지였다.


1. 경제적 재앙은 의견을 사실로 사용할 때 일어난다.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2, 로버트 기요사키, p.185)

나는 사실과 의견의 차이를 몰랐다. 전문가는 천연가스 ETN에 투자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곳에 투자하면 반드시 돈을 번다라는 '사실'로 받아들이고 더 연구하지 않은 채 곧바로 투자했다.


또한 전문가는 인플레이션이 온다는 '의견'을 제시했을 뿐이었지만 나는 인플레이션은 반드시 온다는 '사실'로 받아들였다. 둘의 차이를 몰랐기 때문에 결국 나는 투자에 실패했다.


2. 전문가의 예측은 전체적으로 형편없다.

(신호와 소음, 네이트 실버, p.89)

신호와 소음이라는 책을 보면 테틀록의 '전문가의 정치적 판단'이라는 논문이 나온다. 그가 연구한 결과, 언론과 인터뷰를 많이 한 전문가일수록 예측이 빗나가는 경향을 보였다고 한다.

정치 전문가들이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던 사건의 약 15%가 실제 발생했고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고 했던 사건의 약 25%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일정한 규칙성이 없는 투자환경에서는 예측이 빗나갈 확률이 더 크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그 누구도 전문가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전문가라는 이유만으로 그의 예측을 검증 없이 믿었고 투자에 실패했다.


3. 민감성 감소 성향이라는 편향에 빠져 위험을 관리하지 못했다.

(생각에 관한 생각,대니얼 카너먼,p.418)

나는 이것이 나의 가장 큰 실패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손실 회피 성향이란 손실에 대한 우리의 반응이 같은 액수의 이익에 대한 반응보다 더 강하게 나타난다는 뜻이다. 우리는 1,000원의 이익보다 같은 값의 손실을 더 가슴 아파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더 큰 손실이 발생하면 오히려 손실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진다. 1,200원을 잃었을 때의 고통은 1,000원을 잃었을 때의 고통보다 크지 않다는 것이다. 더 큰 액수를 잃어도 계속해서 이전 손실보다 내가 느끼는 고통의 크기는 줄어든다.


이러한 악순환에 빠지면 투자자는 마침내 엄청난 손실을 기록하게 되지만, 편해진 마음 탓에 아무런 조치 없이 "나는 장기투자자야. 존버가 답이야."라는 말을 하며 끈질기게 패배한다.


매도를 결심하기 전까지, 나는 손실을 마냥 지켜보기만 하며 '언젠가 오르겠지.'라는 희망사항만을 투자 전략으로 삼았다. 그 대가는 너무도 비참했다.


따라서 민감성 감소 성향을 막기 위해 투자자는 반드시 위험관리를 해야 한다. 나는 손절 구간을 정했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언제 팔아야 할지 몰랐으며 편향에 빠져 위험을 추구하게 되면서 마이너스 75%라는 어마어마한 손실을 기록하고야 말았다. 결국 나는 나로 인해 투자에 실패했다.


복기를 마치며, 절대로 같은 실수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나 자신을 이겨야 투자에 성공한다는 것을 배웠다. 그 값이 3천만 원이었지만 말이다.

이전 03화 나만 모르는 자본주의 게임 법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