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명한 투자자 May 10. 2021

호구님, 혼저옵서예!

호랑이 입에 제 발로 들어가는 사람들

포커판에 이런 말이 있다.
"게임을 시작한 지 30분이 지나도록 누가 호구인지 모르겠다면
 바로 당신이 호구다."
-워런 버핏-


호구(虎口)들의 말


호구는 호랑이 입이라는 뜻으로 바둑용어다. 돌 3개가 호랑이처럼 입을 벌린 모양을 두고 하는 말인데, 여기에 상대가 돌을 으면 무조건 잃는다. 이걸 알고도 돌을 놓으면 말 그대로 호구다. 바둑에만 호구가 있는 것은 아니다. 시장에도 호구가 있다.


며칠 전 퇴근길이었다. 아내가 처형과 회사로 와서 같이 차를 타고 집으로 가던 중이었다. 뒷좌석에 앉은 처형이 말했다.

"제부, 나 비트코인 해. 회사 언니가 100만 원 넣었는데 1000만 원이 됐대. 그리고 그 언니 남편이 맨날 코인 공부한대. 나도 80만 원 넣었는데, 지금 13% 올랐어. 그래서 팔까 하고 그 언니한테 물어봤는데, 그냥 두라고 하더라? 어차피 장기적으로 보면 오른대."

아내 말로는 처형이 주식의 '주'자도 모르는 사람이었단다.


지난달에 본가에 갔을 때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거실에서 TV를 보던 어머니께서 말했다.

"아들, 엄마도 주식한다. 인터파크 샀는데 유튜브 보니까 비대면 세상이라서 오를 거래."

우리 엄마는 환갑이 되도록 주식 계좌 하나 없던 사람이다.


애플카 관련 소식으로 기아자동차 주가가 상승할 무렵인 지난 2월, 직장 선배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후배 아는 사람의 삼촌이 기아차 임원인데 애플하고 자동차 만든다고 하는데, 이게 진짜래."


다시 만났을 때 선배는 이렇게 말했다.

"아씨, 지금  10% 손실 났어. 근데 이거 우량주니까 장기 투자하려고."


재미있는 것은 바로 며칠 전에 이 선배가 나에게 했던 말이다.

"아니, B가 자기 아는 사람에 아는 사람이 회사 임원인데 뭔지 모르지만 내부에 확실한 정보가 있으니까 주식을 사라고 해서 샀다는 거야. 왜 그렇게 위험하게 투자하냐."


내 주변에는 호랑이 입에 제 발로 뛰어들어가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물론 돈을 벌었다면 축하할 일이다.



세 종류의 시장 참여자


주식시장에는 크게 세 가지 유형의 참여자가 있다.

먼저 주식 매매로 승부를 보는 트레이더들이다. 이들은 우수한 기업을 찾아내기보다는 가격과 거래량 등을 통해 성공적인 매매시점을 예측할 수 있다고 믿으며 그 일을 잘하는 사람들이다.


다른 하나는 기업을 분석하는 것으로 승부를 보는 투자자들이다. 이들은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우수한 기업을 선택하고 가격이 기업의 가치에 도달할 때를 기다리는 방법으로 승부를 보는 사람들이다.


시장에 돈이라는 재화는 한정되어 있다. 결국에는 제로섬 게임을 해야 한다. 그럼 투자자와 트레이더는 서로 돈을 뺏으며 경쟁하는 것일까? 그럼 시장에서 돈은 누가 잃을까?


그런데 믿기 어렵겠지만, 이 치열한 제로섬 게임장에 매번 돈을 퍼 나르는 사람들이 있다. 그게 바로 내 어머니, 처형, 직장 선배, 그리고 3000만 원을 잃은 나였다.

이들이 마지막 유형인 바로 '호구'들이다.




투기는 적은 돈으로 큰돈을 벌기 위한 노력으로, 실패할 확률이 높다.
투자는 큰돈이 적은 돈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으로, 성공할 확률이 높다.
-고객의 요트는 어디에 있는가, p.11-


욕심쟁이 호구님, 혼저옵서예!


나는 이 세상에 그냥 잃어도 되는 돈이란 없다고 생각한다. 누가 나에게 지금 당장 80만 원을 베란다 밖으로 던지라고 한다면 미쳤다고 욕을 할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주식시장에서는 이런 일이 빈번하게 벌어진다.


왜 그럴까. 나는 그 이유를 큰돈을 벌고 싶어 하는 욕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돈으로 큰돈을 벌고 싶기 때문에 사람들은 호구가 된다. 


그때, 시장에 먼저 참여했던 다른 호구의 돈으로 제주도에서 휴가를 즐기던 트레이더와 투자자는 이렇게 외친다. 


"혼저옵서예!"


나는 투자의 목적을 산에 오르는 것으로 비유했다. 투자를 등반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일련의 과정이 천천히 다가오는 경험을 하게 된다. 산을 천천히 오르면 가족과 오손도손 대화를 하고 간식도 먹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갖게 된다. 그리고 산속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주변의 경치도 감상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정상까지 빠르게 가겠다는 마음으로 산을 뛰어오른다면 어떨까. 아마 초입에서부터 500m도 가지 못하고 주저앉을 것이다. 정상에 빠르게 가기 위해 욕심을 부리면 오히려 등산을 포기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빨리 큰돈을 벌고 싶은 욕심을 가지고 시장에 뛰어들게 되면 돈을 잃을 확률이 높은 것은 자명하다. 물론 시장에서 욕심을 부려야 할 때는 따로 있는데, 호구는 그게 언제인지 모른다.


돈을 잃고 나면 호구는 아마 이렇게 말할 것이다.

"어차피 없어도 되는 돈이었어."


주식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선택을 해야 한다. 트레이더가 되든지, 투자자가 되든지 말이다. 지금 내가 어느 쪽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잠시 투자를 멈추고 공부해야 한다. 그리고 생각해야 한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가족의 자유인가, 아니면 나의 욕심인가."


찰리와 나는 투자 수익률 몇 퍼센트를 높이려고 불안감에 밤 잠을 설치는 식의 투자는 절대 하지 않습니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필요하지도 않은 것을 얻으려고 가족과 친구들의 재산을 위태롭게 해서는 절대 안 되기 때문입니다.

-워런 버핏의 주주서한, p.64-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의 말을 반드시 기억하자.

이전 04화 3000만 원을 잃었습니다. [13만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