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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명한 투자자 May 13. 2021

손자병법에서 얻은 5가지 투자원칙

오래된 과거에서 찾는 투자자의 미래

미래로 가는 길은 오히려 오래된 과거에서 찾아야 한다.
-강의, 신영복, p.24-


손자병법에서 합쳐진 파편들


"나는 손자병법을 읽은 사람과는 싸우지 않는다."


이 말에 꽂혀서 책을 샀던 것 같다. 대학생 때로 기억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 처세와 리더십을 바탕으로 좋은 회사에 취직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역시나 무지했던 나는 훌륭한 노동자가 되고자 이 책을 읽었고, 그에 맞는 교훈을 얻었다. 그리고는 다시 읽지 않았다.


최근에 서예 바람이 들었더랬다. 한문 쓰기를 좋아해서(잘한다고는 하지 않았다.) 붓펜으로 연습을 하고자 했다. 10년 만에 나는 손자병법을 다시 펼쳤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병법의 내용이 위대한 투자자들이 했던 말과 일치하는 것을 느꼈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돈 잃고 미친 듯이 투자 공부하던 때여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손자병법을 읽으며 내 안에 흩어져 있던 지식의 파편들이 하나로 뭉치는 경험을 했다.

이 경험을 기록하고자 한다. 다음은 내가 손자병법에서 얻은 5가지 투자원칙이다.


1. 전략을 수립하라.

多算勝, 少算不勝
(다산승, 소산불승)
묘산이 주도면밀하면 승리하고, 허술하면 승리하기 어렵다.


묘산은 계책을 의미한다. 계책이 허술하면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한다. 투자에서 묘산이란 투자전략 내지 투자철학을 의미할 것이다. 내가 3천만 원을 잃은 이유는 전략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철학과 전략이 없으면 위기가 닥쳤을 때 쉽게 무너지고 돈을 잃게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따라서 투자자는 자신에게 맞는 전략을 찾고, 그 전략이 시장에서 통하는지를 주도면밀하게 계산해야 한. 그래야 시장이라는 전쟁터에서 승리할 수 있다.


2. 때를 기다려라.

知可以戰與不可以戰者勝
(지가이전여불가이전자승)
싸워야 할 때와 싸우지 말아야 할 때를 분명하게 아는 자는 승리한다.


미국의 전설적인 트레이더 제시 리버모어는 자신의 초기 투자 실패에 대해 "실패의 원인은 시도 때도 없이 항상 거래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나도 주식을 처음 시작했을 때, 돈을 계속 넣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마음속에서 "사야 돼. 지금 사야 돼"라는 외침이 계속 들렸다. 그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냥 내가 보기에 싸 보여서, 지금 안 사면 안 될 것 같아서 아무 때나 투자했던 것이다. 결과는 당연히 손실이었다.


승률이 높으면서도 자신의 성향과 맞는 투자 철학과 전략을 세웠다면 그 전략이 나에게 언제 투자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분명하게 알려준다. 이 시점이 올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면 패배는 지금 내 옆에 와있다.


3. 위험을 관리하라.

能爲不可勝

(능위불가승)

능히 적이 이길 수 없는 조건을 만든다.


투자에서 적이 이길 수 없도록 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나는 그것이 돈을 잃지 않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수많은 위대한 투자자와 트레이더들이 위험 관리를 가장 먼저 이야기하는 이유는 그것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다.

터틀 트레이딩 시스템을 만든 윌리엄 에크하르트는 "한 매매에서 허용하는 손실 한도가 전체 자산의 2%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식의 규칙을 통해 투자자는 먼저 돈을 잃지 않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규칙 1, 절대 돈을 잃지 마라.
규칙 2, 규칙 1번을 잊지 마라.
- 워런버핏 -


4. 심리를 통제하라.

致人而不致於人
(치인이불치어인)
적을 움직이게 하되 적에게 이끌려가지 않는다.


나는 주가가 폭락을 거듭함에도 불구하고 더 큰 손실을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주가가 떨어질 수록 물 타고, 또 물을 타면서 주식에 이끌려갔다. 결국 이성적으로 사고할 수 없게 되면서 완전히 패배했다. 손실에 대응하지 못하면 잃는 것은 소중한 재산과 귀중한 시간이다. 남는 것은 아무 쓸모없는 상처난 자존심 뿐이다.

그러므로 내가 주가에 대응하도록 심리를 통제해야지, 내가 주가에 심리적으로 끌려다니게 되면 반드시 패배한다.


5. 정세가 유리하면 돈을 건.

合於利而動
(합어리이동)
정세가 유리하면 행동을 한다. 얻는 것이 많고 잃는 것이 적은 상황에서만 움직인다.


토니 로빈스의 Money라는 책에 '비대칭 위험 - 보상'이라는 개념이 나온다. 위험은 작고 보상은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 개념을 설명하는 말은 여러 가지가 있다. "5달러를 벌기 위해 1달러를 건다."라는 말이 한 예다. 워런 버핏도 "1달러를 40센트에 산다."라며 같은 의미의 말을 했다.

결국 투자자는 이치에 맞을 때(合於利), 그러니까 얻는 것이 많고 잃는 것이 적은 상황에서만 돈을 건다(而動)는 뜻이다. 반드시 유리한 상황에서 투자해야 한다.




"시장에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있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주식을 발행한 이후로 주식시장은 언제나 있었다. 그리고 어느 시대에나 기술은 변해도 인간 본성은 변하지 않았다. 인간은 변하지 않으므로 시장에 새로운 것은 없다.


추세추종 전략으로 유명한 제시 리버모어의 일대를 다룬 '어느 주식투자자의 회상'은 출간 후 100년 가까이 된 지금도 베스트셀러이다. 가치투자의 아버지로 불리는 벤저민 그레이엄의 '증권분석'이라는 책은 1934년에 나왔다. 1980년대에 컴퓨터를 활용하면서 시작된 퀀트 투자 역시 40년 전에 나온 기법이다.


시장에 참여하는 존재가 계속 '인간'인 이상, 우리는 오래된 과거에서 계속 미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족이라는 성(城)을 지키고자 돈이라는 사로 전쟁을 하는 나에게, 손자병법은 가장 오래된 투자의 고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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