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친구들과 책모임을 하기로 했습니다. 라라의 친한 친구들 중 같은 동네에 살아 언제든지 걸어가고 걸어올 수 있는 친구들로 멤버가 구성되었습니다. 라라와 하하, 호호 3명의 여학생들입니다.
무료로 하는 수업이라 더 부담스럽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교사이니 다른 부모님들의 기대감이 크면 어쩌지 하는 부담감이 앞섭니다. 뭔가 배워가지 않는다고 서운해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됩니다. 차라리 돈을 내고 다니는 학원이라면 다니기 싫으면 그만 다니면 그만입니다. 동네 친구집에서 무료로 하는 수업이니 고마워해야 할것 같고 또는 그만 다니고 싶어도 미안해서 말하지 못할까 봐 걱정이 됩니다. 그래서 왠지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안 들게 정말 정말 재미있게 놀아주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많이 들었습니다. 할까, 말까 많은 고민 끝에 책모임이 시작되었습니다.
부담감을 덜기 위해 겨울방학 동안 6주 코스로 마지막을 정해두고, 이번 책모임의 목표는 친구들과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즐겁구나 하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라고 잡았습니다. 그리고 매 수업이 끝난 후 1시간씩 놀고 가기로 했습니다. 수업이 힘들어도 놀다가 신나게 집으로 갈 수 있게요.
첫 번째 수업날이 되었습니다. 수업날이 되도록 여전히 하는 게 맞나 하는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다리를 다쳐 움직이는 것이 쉽지 않아 이 핑계로 그만둘까 고민도 해보았지만 그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최선을 다하기로 했습니다. 다리를 다쳤어도 1시간 정도는 휠체어로 움직이며 수업할 수 있으니까요. 아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모이게 될까 기대가 되었습니다.
- 안녕하세요!!!
아이들이 집으로 모여들자 집이 활기로 가득 찼습니다. 아이들은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신이 나 있습니다. 어쩌면 수업 내용이 중요하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저 함께 모이는 것만으로 즐거운 일이니까요.
호호가 챙겨 온 간식을 먹으며 책모임 이름을 정하기로 했습니다.
- 책 읽는 삼총사?
- 책총사?
- 책 읽는 새싹들?
- 책에 진하라!(진하라는 아이들의 이름에서 하나씩 따온 것)
고민하다가 [책 읽는 삼총사]의 줄임말로 [책총사]로 결정되었습니다. 바람에 나부끼는 잎새 하나에도 까르르 웃느라 바쁜 아이들이라 그런지 하나씩 이름이 나올 때마다 까르르까르르난리가납니다.
그러면서 하하가 이야기합니다.
- 이모! 우리 이거 책모임, 언제까지 할 거예요? 3학년 되어도 계속하면 좋겠어요!
라라도 신이 났습니다.
- 맞아요, 엄마! 우리 이거 계속해요!!
아직 책 이야기는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수업도 하기 전에 이미 책모임을 사랑하는 아이들이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