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가족과 함께 와라, 아이들 데려오면 시합하는 동안 내가 봐주겠다, 하셨지만 모두 거절했었다.
진짜 시합에서 실수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 컸다. 또 그 두려움보다 큰 건 멀리까지 갔는데 선수로 내보내주지 않고 만년 후보이기만 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이었다.
자신감이 많이 부족했다. 내가 원하는 만큼 패스와 슛이 되지 않는다고 느꼈기에... 멋모르고 그냥 막 차고 달리던 초반과 달리 조금씩 축구에 대해 알아갈수록 축구가 더 어려웠다.
즐겁게 하는 축구가 불안이 되기 싫었기에 그냥 피하기만 했던 것 같다.
그러다 몇 달 뒤 드디어 나도 축구시합에 출전하기 위해 따라나서기 시작했다. 축구를 더 잘하게 되었다기보다는 시합을 해보면서 배우는 게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매일 경기하는 우리 팀 말고 다른 팀과 만나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다.
새벽에 만나 다 같이 차를 타고 어둠을 헤치는 동안 잠시 꿈속을 헤매다 보면 어딘가에 도착했다. 어디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추운 옷깃을 여미고 준비운동을 하면 날이 밝아왔다. 새로운 축구장에서 몇 바퀴 돌다 보면 마치 평생을 운동에 몸 바쳐온 진짜 운동선수가 된 것 같았다.
내 포지션은 오른쪽 윙이었다. 처음 경기를 시작하기 전엔 상대편 선수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 불안하고 긴장되던 심장이 호루라기가 부는 순간 다 날아가버렸다. 난 내 포지션에서 최선을 다했다. 축구공이 이리저리 경기장을 오가고 내 눈은 부지런히 왔다 갔다 하느라 바빴다. 상대편 선수 중에 누가 과격한지, 누가 패스를 잘하는지, 내가 마크해야 하는 선수가 누구인지, 내가 지금 뛰어야 하는지 지켜봐야 할지 끊임없이 평가와 판단 속에서 마음이 아주 바빴다. 코치님이 경기장 밖에서 뭐라 외치는 소리와 선수들이 지르는 함성까지 머릿속에 가득 찼다.
미드필더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패스를 받기 위해 상대편 수비를 돌아 뛰기 시작했다. 축구공이 내 발밑으로 무사히 배달되어 왔다. 우리 편 공격수가 보였다. 나는 잘 배달된 축구공을 공격수에게 패스해 주었다. 수비 때문에 아슬아슬했지만 배달 실수를 하지 않았다. 내 눈빛을 받은 공격수도 지체 없이 골을 향해 슛을 날렸다!
슛!!!!!! 골~~~~ 인!!!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나의 어시스트는 성공적이었다. 혹시 슛을 날린 축구공이 잘 날아가는지 확인하며 골대 앞으로 향하던 나는 그 시원한 슛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래,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거였다!
내가 그렇게 축구를 하며 경험하고 싶은 순간이.
물론 내가 득점을 했다면 더 기쁜 순간이었겠지만, 그때 내가 욕심을 내고 골을 넣으려고 했다면 이런 순간이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패스가 정확하게 이루어지고 공이 착착착 감기며 같이 호흡하고 있다고 느끼는 그 순간이 그 어떤 순간보다 기억에 남는 축구의 한 장면으로 각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