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나는 30대 후반으로 내 앞뒤 나이대 친구들이 하나도 없었다. 분명 처음에 회장님이 내 나이 또래 많다고 하신 말에 속았다. ;;;
몇 명 있던 20대 친구들은 너무 어렸고, 대부분은 40대 후반에서 50대부터 60대 언니님들이셨다. 어린 친구들은 내가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으니 어렵게만 보았고, 언니님들은 결혼했냐고 매일 물어보시며 나를 어리게만 보셔서 함께 즐겁게 터놓고 이야기할만한 친구가 없었다. 나는 그 사이에 껴서 늘 외로웠다.
그래도 보면 반갑고 못 본 사이 안부를 묻는 동지들이 있기도 했다.
그중 한 명은 20대 후반인 동생이었는데 자주 한 팀으로서 합을 맞추며 친해졌다. 공격수와 미드필더로 서로 패스하며 수비를 피해 상대진영으로 나아가기도 했다. 그 패스한 공이 골까지 이어졌을 때 희열이란!!
하지만 몇 달 지나지 않아 회사의 다른 지역으로 발령 났다며 클럽을 그만두었다.
또 한 명도 마찬가지였다. 좀 친해졌다고 느꼈었다. 하지만 그 동생은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하는데 축구를 할 시간이 없을 것 같다며 새로운 사업이 안정되면 다시 나오겠다고 했다. 격동의 20대라 변화가 많은 시기였나 보다.
그래서 난 동네에 같이 다니는 언니들과만 이야기를 나누었다. 2명으로 시작된 우리 동네 축구클럽 멤버는 어느새 4명이나 되었다. 모두 40대 중후반의 언니들이었지만 같은 동네에 살며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을 키우며 우리는 잘 맞았다. 평소 만나서 수다 떨시간이 부족했던 우리는 축구클럽에서 만난 김에 동네 이야기며 축구이야기, 아이들 이야기, 회사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래서 딱히 다른 축구클럽 회원들과 친해질 필요성을 못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동네 언니들이 축구를 못 나갈 때였다. 회사일로, 개인일로, 아이일로 참여하지 못할 때 한 명만 가지 않으면 서로 눈치를 보며
- 우리 이번주 쉴까?
하며웃었다.
같이 으쌰으쌰 할 수 있기에 등 떠밀더라도 꾸준히 운동을 할 수 있으면서, 같이 하기에 혼자만 하기 힘든 운동이었다.
여름은 덥다고, 겨울은 춥다고, 일 많은 날은 힘들다고 자주 쉬기 시작했다.
쉽게 늘지 않는 축구 때문에 축구 권태기가 오는 걸까.. 관계가 재미있지 않아 축구까지 싫어지는 걸까...
게다가 동네 언니들 또한 각자 다른 멤버들과 관계를 맺어가다 다투기도 했다. 결국 한 명 언니는 다리가 자꾸 아프다는 핑계로 그만두었는데 사실은 다른 회원이랑 집도 서로 오가며 친하게 지내다 사이가 틀어졌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운동을 좋아하는 언니님들이 모여 즐겁게 운동하며 텃세가 없던 축구 클럽이었지만 결국은 적응을 잘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축구를 눈에 띄게 잘하지 않는 이상 특별히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고, 나이대가 맞지 않아 새로운 관계를 맺어나가기가 어렵고 그렇다고 내가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싫었다.
나는 MBTI의 I성향으로 처음이 어렵지만 익숙해지면 잘 지내는 편이다. 약간의 E성향으로 새로운 관계를 좋아하고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데도 이곳은 참 어려웠다.
학교에서도 매년 새로운 학생들을 만나며 학생과 학부모 포함 최소 50명과 새로운 선생님들 몇십 명과 새로 만나지만 난 늘 그 새로운 만남을 즐겼다. 4년마다 아예 학교를 옮기며 전혀 새로운 환경에 놓이는 것도 괜찮았다. 한 달이면 금방 적응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