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둘 있는 집에 이렇게 축구열풍이 불 줄 몰랐다. 엄마인 내가 축구 클럽에 다니며 쏘아 올린 작은 공은 우리 집 모두를 축구인으로 만들었다.
먼저 엄마인 나는, 일주일에 두 번 축구 클럽에 나갔다. 저녁의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축구장을 신나게 뛰고 오면 다음날 회사일과 육아 모두 으쌰으쌰 할 에너지를 얻었다.
회사를 잠시 쉬었던 몇 달 동안은 축구 개인레슨도 일주일에 두 번씩 받았었다. 신랑은 출근하고, 아이들을 학교와 유치원에 보낸 뒤 혼자 축구장에서 축구를 배우던 그때 열정이 가득했다.
집에서는 축구영상들을 보며 축구공이 발에 익숙해지도록 축구공을 가지고 놀았다.
이런 모습을 보며 축구를 배우고싶다던 라라와 루루가 있었다. 주말에 운동장에 함께 나가 축구공을 차며 함께 뛰었지만 친구들과 즐겁게 공을 가지고 놀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아 여자어린이축구클럽을 만들기로 했다.
1학년이던 라라의 친구들로 축구클럽을 모집했으나 의욕만큼 많이 모이지는 않았다. 처음엔 동네에서 나와 함께 축구 클럽에 다니고 있던 언니의 딸들과 우리 딸이 전부였다. 딸들이 축구를 하려면 엄마가 축구를 해야 하나 회의감이 들었다. 이렇게 재미있는 축구를 어릴 때부터 배운다면 인생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싶었다. 사춘기의 스트레스도 축구로 날려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부지런한 설득으로 모두 5명의 여자아이들이 모였다. 예전에 내가 개인레슨 받던 코치님께 부탁드려서 일주일에 한 번씩 축구를 하기로 했다. 다행히 아이들은 매주 축구하는 날만 기다렸다. 축구장에 가서 얼굴이 빨개지도록 뛰고 공을 찼다. 여전히 공이 잘 맞지 않고 어려웠지만 공과 함께 친구와 함께 뛰는 재미를 배우고 있었다. 뿌듯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또 축구인이 된 신랑이었다. 원래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예전에 군대에서 축구 한 이야기를 빼놓고는 군대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사람이긴 했다. 그 뒤로 회사에서는 동료들과 배구나 배드민턴을 즐기기도 하고 지금은 나와 함께 탁구를 배워보자고 설득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축구는 나이가 드니 더 이상 체력이 안돼서 힘들고, 허리도 아파서 오래 달릴 수 없다며 생각지도 않았던 사람이었다. 그저 내가 해보라고 응원만 하더니 어느 날은 축구화를 구경하고 있는 것이었다.
-축구화는 왜?
- 나도 축구 클럽에 나가볼까?
그렇게 안된다는 이유만 서너 개 늘어놓던 신랑이 직접 남자 축구 클럽을 찾아 전화를 돌리더니 다음 주부터 다니겠다고 했다. 생각하고 고민하고 걱정하고 전화하는데만 한참 걸렸던 나에 비해 신랑의 축구클럽 입성기는 쉽게 이루어졌다. 이미 잘한다고 생각해서 쉬웠을지도 모르겠다. 어렸을 때부터 축구를 해왔으니 처음이라는 거부감은 없을 테니.
아직 어린 루루를 뺀 우리는 모두 축구클럽에 다니는 축구인이 되었다. 루루는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자기도 축구 배우고 싶다며 그때만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