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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빛나 Jan 31. 2024

여자 축구 동지를 찾았다!

내일 당장, 와보라는 회장님의 바람은 지켜지지 못했다. 다음 주에 한번 가보겠다는 메시지로 일주일을 벌었다. 일주일 동안 마음을 다잡고 꼭 가보리라, 생각했다.


옆에서 신랑은 끊임없는 응원을 보내왔다. 일단 가봐라는 말과 함께.


그러던 중 우연히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골의 전원마을에서 동지를 만나게 되었다. 전혀 새로운 곳에서 여자 축구 동지를 만나게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보통 축구를 한다고 할 때 다들 얼굴 한번, 몸 한번 다시 쳐다보고, 축구요? 하고 한번 더 물어본다. 그리고 흥미로운 호기심을 감추지를 못한다. 그리곤 다들 한 마디씩 꼭 더 붙인다.


"그렇게 안 생겼는데.."

축구하는 사람은 그렇게 생길만한 것이 있을까? 보통 다부진 몸매나 날쌘 느낌, 공을 힘차게 찰 것 같은 허벅지, 단단한 근육들을 생각하는 듯하다. 그동안 다양한 운동을 꾸준히 해오긴 했다. 필라테스, 요가, 수영, 배드민턴, 배구, 달리기, 킥복싱 등을 배워왔지만 꾸준히 해온 운동은 딱히 없다. 그래서 딱히 잘하는 종목도 없고. 근육도 없다. 내 인생에 과격한 운동은 킥복싱이 전부이다. 학교를 한 학기 휴직하면서 긴긴 시간을 매일 채울 새로운 운동을 찾다 만난 운동이었다. 그게 사람들을 의아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내가 최근 이사 온 이곳은 시와 가까운 작은 시골마을이다. 도시의 편리함을 10분 거리로 가깝게 누리면서 조용한 전원생활을 느낄 수 있다. 시골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40대 정도로 초등학생 아이들을 키우는 집이 대부분이었다. 골목길엔 초등학생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한 모습에 반해 이사를 왔다.

어느 날 그 골목길에서 만난 딸 친구의 엄마와 인사를 나누다 차를 한잔 하게 되었다. 동네 언니가 생겨 신난 나는 딸들이 마당에서 놀고 있는 동안 학교이야기, 직장이야기, 남편이야기 온갖 이야기 홍수 속에서 헤엄치다 축구를 한번 해볼까 한다는 이야기까지 흘러가게 되었다. 가만 보니 축구이야기에 솔깃하는 모습에 열심히 영업에 들어갔다. 저녁에 신랑들에게 각자 아이 맡겨두고 일주일에 두 번만 땀 흘리고 운동하고 오자, 나이가 들수록 운동을 해야 하는데 언제 축구라는 운동을 해볼 수 있겠나, 우리도 삶의 활력을 찾아보자 하며 귀를 팔랑팔랑하게 만들었다. 다행히 동네언니의 팔랑팔랑한 귀는 내 편에 손을 들어주었다.


우리는 내일 당장, 축구 클럽에 구경 가기로 하였다. 마주 잡은 두 손이 있으처음이라는 순간이 조금 덜 두려워졌다.


그렇게 축구장에 가기로 한 하루 전날 우연하게 축구 동지를 만나 축구 여자 클럽에 입성하게 되었다. 동지라고 해도 우리는 축구공 한번 제대로 만져본 적 없는 평범한 아줌마였지만...

처음으로 가본 축구 경기장은 생각보다 넓었다. 이 넓은 곳을 축구 경기 내내 뛰어다닐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처음 본 회장님은 환하게 웃는 얼굴로 정말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전혀 60대라고 보이지 않는 평범한 4-50대처럼 보였는데, 글을 쓰는 지금도 60대 맞나? 생각 중이다. 거기에 에너지만큼은 20대에 못지않았다.

안녕하세요... 하는 어색한 인사들이 끝나고 간단한 축구공 다루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4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마주하는 축구공은 생각보다 단단했고, 내 다리는 생각보다 둔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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