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소 Jun 11. 2024

알라딘 중고매장 시디 판매

집에 안 듣는 시디가 좀 있다. 시디플레이어가 없으니 정말로 장식품일 뿐인 시디. '이런 음악을 좋아했던 나'라는 상징의 역할 밖에 없지만, 한때 소중히 아꼈고 하나하나 사연이 있는 것들이다 보니 선뜻 처분하기가 어렵다. 아무리 보고 또 보아도 처분할만한 것은 이미 다 처분했고 더는 내놓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듣지도 못하면서 이게 무슨 집착인지. 

그러다가 알라딘에서 중고시디도 매입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코드로 매입 가능 여부를 확인해 보았다. 해외 주문한 음반이 대부분이라서,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백여 장 중 딱 두 장만 팔 수 있었다. 유튜브에서 그 음반을 재생해 보았다. 그다지 예전만큼 절절히 와닿지 않았다. 팔아도 되겠다. 시디 두장을 들고 중고매장으로 갔다. 중급 판정을 받고 9,500원을 예치금으로 받았다. 


알라딘에서 파는 원두를 꽤 좋아하는지라 7,000원짜리 드립백 한 박스나 집어오려 했는데 오늘따라 매장에 커피가 없다. 온라인에 들어가서 확인해 보니, 아니 이게 웬 떡이냐, 첫 주문 50% 할인 쿠폰이 있다. 신상 원두 200g과 드립백을 할인받아서 11,000원, 시디 판매 예치금을 사용하니 1,500원만 내고 구매할 수 있었다. 예상치 않게 커피 곳간을 든든히 채웠다. 


이 글을 쓰는데 벌써 내가 판 시디가 뭐였는지 잊어버렸다. 야트막하기 그지없는 허망한 집착인 걸까. 알라딘에서 확인해 보니 Bob Dylan과 Def Leppard였다. 내 청춘을 함께해 줘서 고마웠어. 그리운 줄도 모르게 그리울지도 모르지만. 커피는 소중히 새겨가며 마실께. 

매거진의 이전글 5월 가계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