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 같은 마음, 짧은 생각
금융자산 대부분을 정기예금으로 보유해 왔다. 수익률을 높여보고자 주식도 하고 최근에 채권도 구입해 보았지만 여전히 예금 비중이 크다.
주식도 그렇고 채권도 그렇고 투자 금액 대비 본의 아니게 보유 종목이 많다. 1백만 원 선으로 매입한 종목들이 꽤 있다. 일종의 FOMO 심리다. 왠지 이거 사고 나면 저게 오를 것 같은 마음에 잡다하게 사게 되고, 한번 구매한 것은 손실이 나면 아까워서 이익이 나도 아까워서 이래저래 팔지 못하니 가짓수만 많아졌다.
요즘 수익률을 높일 수 없을까 생각 중이다. 지금 인지하는 문제점은 아래와 같다.
자산대비 현금흐름이 부족하다.
분산투자를 하고 싶다.
리밸런싱을 해야 하지만 못하겠다.
절세에 대한 고려가 없다.
IRP에서 TDF를 적립식으로 매수해보려 한다. 지난주에 40만 원어치를 구입했다. TDF 수익률 자체는 QQQ보다 낮지만, 비중이 적긴 해도 미국 외 다른 시장과 채권에 분산투자를 한다는 점이 끌린다. 미국 주식에만 의존하기에는 조금 불안한 생각이 들던 터였다.
좀 더 직접적인 이유로는, 채권이 위험자산인 줄 모르고 구입해서 위험자산 한도가 가득 찼기 때문이다. 예금과 국채에 넣자니 금리가 너무 낮아서 고민하다가 TDF를 구입해 보기로 했다. TDF는 안전자산으로 취급하여 제한 없이 매수할 수 있다. 주식비중이 가장 높은 2050 상품을 선택했다. KODEX TDF2050 액티브. 타 상품 대비 수수료가 0.3%로 높고 해외 채권과 리츠가 포함되지 않아 아쉽지만, 다른 상품들은 자산과 거래규모가 너무 작아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RISE TDF2050의 수수료가 0.01%로 가장 저렴하고 리츠, 원유, 농산물도 포함하고 있어 좋아 보였지만 자산규모가 216억에 거래량은 1만 5천 주 정도라 포기했다. (KODEX는 2천억에 15만 주.)
앞으로 퇴직연금 계좌에서 예금 만기되는 건 TDF에 넣을 생각이다. 필요하면 만기까지 기다리지 않고 쉽게 팔 수 있다는 점도 좋다.
현금흐름을 증가시키기 위해 고배당 상품을 검토해 보았다. 30% 이상을 배당하는 게 있다니. 물론 내가 사면 떨어지겠지. 이참에 커버드콜이란 것이 무엇인지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A주식을 만 원에 매수하면서 A주식을 만 천 원에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오백 원에 파는 거다. 이 옵션 프리미엄 오백 원이 주요 배당지급 수익원이다. 콜옵션을 팔았기에 주가 상승 시 수익에 제한이 생기고, 대신 하락 시에는 프리미엄으로 손실을 어느 정도 상쇄한다.
상승과 하락 모두를 완충하는 셈인데,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기초자산보다 수익률은 낮아진다. 게다가 옵션 매도 프리미엄으로만 배당을 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의 투자금액으로 배당지급을 하기에 원금손실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제살 깎아먹기 상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래도 유용한 경우가 있는 것 같다. 기초자산이 국내일 경우 분배금이 거의 비과세이고 흔히 가입하는 즉시연금 상품보다 지급률이 높으니, 노후에 자산을 헐어 현금흐름을 만드는 용도로는 괜찮을 것 같다. 자산증식용이라기보다는 은퇴 후 주택연금과 비슷해 보이니, 지금 나이에 고려할 상품은 아닌 것 같다.
장기 수익률을 말할 때 흔히 배당을 재투자한다는 가정을 한다. 복리효과를 누리기 위함인데, 그러나 그건 장기 우상향이 될 때 이야기이고 어느 날 갑자기 반토막 날까 조마조마하는 입장에서는 확신을 가지고 투자하기 어렵다. 매해, 작년 배당받은 만큼만 추가 매수해 보자 생각하지만 오르면 올라서 떨어지면 떨어져서 늘 사지 못했다.
올해는 꼭 해보려고 구글시트까지 만들었다. 현재 가격을 기준으로, 작년 배당금으로 구매할 수 있는 수량과 배당수익률을 계산했다. 언제 살까 고민하다가 배당이 들어오면 사고 있다. 배당락으로 가격도 낮아지니 겸사겸사.
배당률이 높은 주식은 성장률이 낮으니 이게 좋은 전략일지는 불확실하다. 한 번 해보고 나중에
생각하자.
20년 가까이 예금만 고수하며 수익률이나 절세 운운하는 건 내심 하찮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냥 내가 남보다 깨달음이 늦은 거였다. 혹은 배가 불렀던 거거나. 돈 벌면 세금은 내야지, 일부러 기부도 하는데 조금 더 낸들 어떠랴, 자산 축적은 투자가 아니라 근로소득으로 하는 거지,라고 생각했다. 완전히 틀린 이야기는 아닌 것이, 이러니 저러니 해도 사회 초년기 아직 자산이 없을 때는 월급이 많은 게 가장 효과적이다. 1년에 오천만 원을 2% 정기예금에 넣는 사람을 천만 원으로 15% 수익을 내는 사람이 따라잡으려면 22년이 걸린다.
하지만 이제는 내 상황이 바뀌었으니 근로소득 없이 자산을 늘려야 한다. 자연스럽게 수익률과 세금을 신경 쓰게 된다. 오래 굳어 온 관성을 바꾸기가 쉽지는 않다. 이리저리 계산해 보다가 예금과 중금채가 만기 되면 국민주택채권으로 옮기기로 잠정 결심했다.
중금채는 말만 채권이지 예금금리보다 약간 높을 뿐 절세에는 (정확히는 건강보험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마침 금투세도 없던 일이 되었으니 채권의 매매차익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보통 표면금리가 낮은 만기가 긴 국채를 사지만, 장기채는 아무래도 불안하다. 어느 날 갑자기 기준금리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긴 시간 손해를 볼 수밖에 없으니까. 그래서 고른 게 5년짜리 국민주택채권. 5년이면 그럭저럭 감내할 수 있는 기간이다. 기간이 고정되어 있어 계획 세우기도 용이하고 정기예금이나 국채보다 금리도 조금 높다. 만기까지 가져가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 중간 매도를 하자. 계획대로라면 정기예금/중금채보다 실수령액은 올라가고 세금과 건보료는 낮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