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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비용 자포자기
별일 없으면 2월 생활비는(2월 9일 ~ 3월 8일) 퇴사 이후 최소 금액을 달성할 예정이었다. 내심 두근대며 빨리 주말이 오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막판에 병원비가 발생하면서 순식간에 지출이 상승했다. 허탈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오다가 홧김에 무려 6,500원짜리 크루아상을 먹고 떡집에서 떡 두 팩을 사 왔다. 떡은 집 냉동실에 같은 게 잔뜩 있음에도 샀다. 내가 인터넷으로 주문한 떡이 얼마나 더 고급스러운지 일반 떡집과 굳이 비교하고 싶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에스프레소와 크루아상 : 10,500원
쑥개떡과 약밥 : 7,000원
몇 천 원, 아니 몇 백 원 아끼려고 노력하던 소소한 매일이 한순간에 무색해졌다.
홀리듯 크루아상을 먹게 된 건 아티장 밀가루에 아티장 버터를 사용한다는 입간판 때문이었다. 마침 갓 구운 빵을 제빵사가 트레이에 담아 옮기고 있었다. 확실히 맛있긴 맛있었다. 그런데 설탕과 시럽과 버터가 잔뜩 들어갔으니 맛있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 과연 모르는 상태에서 고급 재료를 사용한 빵과 그렇지 않은 빵 맛을 내가 구분할 수 있을까?
게다가 크루아상에 떡이라니. 한 동안 엄격하게 식단 관리를 했는데, 요즘 좀 살만해지긴 했나 보다. 점심 저녁은 반성하는 마음으로 채소와 두부만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