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구움과자 맛집
<환승연애2> 속 나연이 말하길 인생이 "뭐가 써 달기만 하구만"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지만, 디저트가 곁에 있다면 얘기는 다르다.
우후죽순 마카롱 가게가 생겨나던 때 디저트다운 디저트를 처음 경험했다. 기껏해야 동전보다 조금 큰 마카롱을 한 입에 삼키기 아까워 반쯤 베어 물면, 파삭한 식감과 함께 밀려오던 아찔한 단맛이 디저트계의 지평을 열어 주었다. 그때 다짐했었던 양손 가득 디저트를 척척 살 수 있는 어른은 아직 못 됐지만 맵고 쓴 어른의 인생에서 디저트로 인해 달콤함도 맛봤다. 디저트를 먹는 찰나처럼 매 순간이 달기만 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버릇처럼 달콤함을 찾아 항해한다.
베카신 휘낭시에 2,500원
언젠가 한 번쯤 가보고 싶었지만 작은 섬이라도 외곽은 선뜻 엄두가 나지 않아 가보지 못했었다. 서양권이나 영화 속에서나 볼법한 엔틱한 인테리어를 보는 재미로 일부러 찾아올만하다. 디저트는 정형화되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빈티지한 분위기와 어우러져 입맛을 돋운다. 눈 돌아가게 하는 화려한 메뉴 속 단순 명료한 휘낭시에를 추천한다. 휘낭시에 애호가라면 가게마다 미묘하게 다른 식감으로 각자 선호하는 질감이 있는데, 이곳의 기본 휘낭시에는 도톰한 두께로 첫인상을 만족시킨 후 단단한 표면과 대비되는 내면의 폭신함이 더해져 만족을 준다. 전반적으로 크림이 포함된 메뉴가 많아 가급적 가게에서 분위기와 함께 즐기는 게 좋다.
세탁쏘 다쿠아즈 3,000원
고요한 서귀포 생활 중 충격은 서귀포의 맛집이 이사 갈 때다. 현재는 제주시에 자리하지만 얼마 전까지 서귀포 동네 상권을 주름잡던 맛집이다. 마카롱의 친척뻘 되는 다쿠아즈의 향연이 다양한 맛으로 이곳에 펼쳐진다. 평소 한입에 사라지는 마카롱이 호화스러웠다면 적어도 두 세입 할 수 있는 풍성한 볼륨감으로 다쿠아즈는 기분 좋은 포만감을 선사한다. 가장 추천하는 다쿠아즈는 소금 바닐라. 다소 소금 간이 센 듯 하나 이를 완충한 단맛이 자극적이지 않게 다가오며, 버터 필링에 무수히 박혀 있는 바닐라빈으로 인해 진한 바닐라 맛의 신세계를 느낄 수 있다. 다쿠아즈 외에도 바닐라빈을 주재료로 한 바닐라빈 케이크, 에그타르트는 꼭 먹어봐야 한다.
모앙 얼그레이 무스 6,000원
한눈에 봐도 정성 어린 공정이 느껴지는 곳. 모든 디저트가 그렇지만 특히나 타르트처럼 각기 다른 재료의 질감과 향으로 맛을 켜켜이 쌓아 조화를 이루어내는 행위는 정말이지 존경스러운데 바로 이곳이 그렇다. 제철 재료로 계절의 생기를 더한 메뉴들이 모두 먹음직스럽다. 그중 얼그레이 무스와 바닐라 밀푀유는 먹어봐야 한다. 은은한 얼그레이 향으로 얼그레이 불호자라도 감히 시도해 볼만한 무스는 빠삭한 파이지와 담뿍한 얼그레이 크림의 대비로 입안에서 웃음 짓게 한다. 바닐라 밀푀유는 세로로 쌓아진 파이지가 먹기 불편하지만 농후한 바닐라빈 크림을 맛보고 나면 그건 일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