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인들에게 제공한 핑거푸드 한식 차림
어떤 사람들에게는 내가 혼자임에도 잘 차려먹는 게 조금 신기하게 보이기도 하나보다. 아마도 요리를 즐기는 것 자체를 신기하게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내게 자기는 요리가 노동이라며 너무 귀찮다고 어떻게 그렇게 매번 해 먹냐고 얘길 했으니 말이다. 그런 이들에겐 나처럼 요리과정 자체를 즐기는 게 조금 신기하고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을 것 같긴 하다. 그런 사람들은 나를 알고 누군가를 처음 만나 나를 소개할 때면 내가 요리를 포스팅하는 내 SNS 계정까지 보여주며 요리를 잘하는 애라고 소개를 한다.
스트라스부르의 한글학교에서 유아반 보조교사로 봉사라 할지 가볍게 토요일 오전마다 일하고 있다. 한글학교 교장선생님은 항상 굉장히 이런저런 행사 준비로 바쁘시다. 아무래도 마땅한 기관이 없다 보니 이 도시에서 한국 관련 행사가 있으면 모두 이 분께 문의와 도움 요청이 오는 것 같았다. 그런 교장선생님도 내가 요리를 좋아하고 이곳에서 외국인들 30여 명에게 한식을 요리해 준 경험이 있다는 걸 전해 들으시고는 내게 어느 날 연락을 하셨다. 얼마 후, 한국에서 유명한 서예가께서 유럽 투어를 위해 프랑스에 오시는데, 첫 서예클래스를 스트라스부르에서 한다고 했다. 그때 클래스가 끝나고 간단히 한식 다과를 15명 정도의 클래스 참여자들에게 선보이고 싶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혹시 내가 맡아서 도와줄 수 있느냐는 거였다. 나는 듣자마자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 흔쾌히 바로 수락한다. 내게는 이런 기회가 공짜 재료로 내 맘껏 요리할 수 있는 신나는 기회이다.
전화를 끊고 시간이 나자마자 바로 메뉴 구상에 들어갔다. 사람들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한식을 생각하다가 한식을 핑거푸드 형태로 제공하면 어떨까 싶었다. 그렇게 핑거푸드로 테마를 정했고 그 결과 선택한 메뉴들이 참치쌈장 쌈밥, 미니 떡갈비, 떡꼬치였다. 메뉴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덧붙여 교장선생님께 연락을 드리니 모든 메뉴가 좋다는 답변을 받았다. 메뉴는 확정되었다. 이제 요리만 하면 된다.
행사는 평일 6시였다. 서예 클래스가 오후 4-6시까지였기에 음식 세팅이 6시까지는 끝나야 했다. 오후 업무를 정상적으로 해서는 도저히 처리할 수가 없어서 반차를 쓰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휴가가 많아서 이런 일에 반차를 써도 아무 지장이 없다.) 반차를 써서 점심시간쯤 집에 가서 요리를 하고 챙겨서 행사 장소로 갈 수도 있지만, 굳이 그렇게 시간을 빼고 싶지는 않았다. 전날 미리 재료 준비를 잘 마쳐두면 반차지만 적어도 3시까지는 일하고 퇴근하여 마무리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일에 크게 지장을 주고 싶지 않았다.)
나는 일을 하기 전 계획 세우기를 좋아한다. 계획이 없으면 불안한 사람이다. 전날 준비해 둘 것과 당일에 할 일들을 모두 리스트로 만들어뒀다. 전날 필요한 것들 장을 보고 집에 와서 미리 준비할 것들을 준비한다. 떡꼬치를 위해 미리 꼬치에 떡을 끼워둔다. 떡꼬치 양념도 고추장, 물엿, 케첩을 적절히 섞어 준비해 둔다. 당일에는 떡꼬치를 기름에 구워내고 행사장에서 소스만 묻혀주면 된다. 다음으로 참치 쌈장도 미리 만든다. 별거 없다. 참치캔과 쌈장을 섞는 거다. 맛이 부족해서 약간의 단맛을 가미하고 참기름도 추가한다. 맛이 좋다. (참치쌈장은 양배추쌈과 제일 잘 어울린다.) 다음 날 밥을 미니 주먹밥 크기로 만들어서 작은 상추 위에 밥과 쌈장을 곁들이면 된다. 그다음은 미니 떡갈비다. 당일에 만들기로 한다.
행사 당일이 되고 평소처럼 일을 한다. 3시에 퇴근할 수 있게 조절해서 일을 하고 3시가 되자 서둘러 퇴근하여 집으로 돌아온다. 3시 반이다. 이제 리스트로 만들어둔 일들을 하나하나 순서대로 처리하기 시작한다. 먼저 밥을 한다. 전날 자기 전 메뉴를 하나 추가하기로 맘을 먹었다. 집에 단무지가 있어서 비빔양념으로 밥을 버무려서 비빔김밥을 만들기로 한다. 밥이 되는 동안 간단하게 김밥 재료들을 준비한다. 단무지, 계란, 시금치, 당근을 자르고 볶고 가지런히 정렬해 둔다. 밥에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어 비벼준다. 김 위에 고추장밥을 얹고 준비된 김밥재료들을 넣어 잘 말아준다. 김밥을 썰어서 통에 담는다. 하나 완성이다. 그다음 미니 떡갈비를 만든다. 소고기 다짐육에 다진 파, 다진 마늘, 간장, 설탕, 후추를 넣고 버무려준다. 동글동글하게 손 위에서 굴려서 작은 공 모양으로 만들어 준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떡갈비를 얹어 굴리면서 구워내 준다. 떡갈비도 끝이다. 프라이팬을 닦아내고 말린 후, 기름을 두르고 전날 꼬치에 끼워 둔 떡을 바삭하게 구워내 준다. 통에 담는다. 냉장고에서 떡꼬치 소스도 꺼내온다. 마지막으로 조금은 식은 밥을 동그랗게 작은 사이즈의 주먹밥으로 만들어 통에 담는다. 참치 쌈장을 냉장고에서 꺼내고, 상추를 찬물에 씻은 후 지퍼백에 담아 가져갈 준비를 한다. 5시다. 시간을 너무 잘 맞춰 나 자신에게 뿌듯했다. 서둘러 행사장으로 향한다.
6시 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다. 교장선생님이 음식을 차릴 접시들을 챙겨둔 것을 꺼내주신다. 가져온 음식들을 하나하나 정렬한다. 먼저 상추를 꺼내 큰 접시 위에 잘 정렬하고 그 위에 미니 주먹밥을 얹어주고 그 위에 참치쌈장을 올린다. 다음으로 미니 떡갈비를 접시 위에 올리고 떡갈비에 이쑤시개를 하나씩 꽂아준다. 김밥 차례다. 잘라 둔 김밥에 이쑤시개를 하나씩 꽂아준다. 마지막으로 구워 온 떡꼬치를 꺼내 떡꼬치 양념소스에 담갔다 빼서 소스를 발라주고 접시 위에 잘 차린다. 완성이다. 클래스가 완전히 끝나기 전에 모든 세팅이 끝났다. 내가 차린 한식 핑거푸드들을 한번 쭉 보니 제법 그럴싸하다. 만족스럽다.
클래스가 끝난 후, 사람들이 샴페인, 주스, 그 외 물이나 음료들로 축하를 하며 서예가분께 감사인사를 전달하고 그 후 나의 한식 다과시간이 되었다. 다행히 모든 요리들을 잘 먹었다. 한국에서 온 서예가 분과 그분의 매니저 같은 동생분은 떡꼬치가 완전히 한국에서 먹던 맛이라며 맛있다고 했다. 한국인이 맛있다고 하는 한식이면 성공인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