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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Sep 07. 2023

프랑스에서 한식 10종으로 뷔페 상차림

한글학교의 가정의 달 행사를 위한 뷔페 상차림

핑거푸드 다과를 하기 전 외국인 30명을 위해 한식을 준비했던 적이 있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과학을 전공하는 대학원 석박사생과 박사 후연구원 같은 연구원들을 위한 커뮤니티 스트라스에어 (StrasAir)에서 진행된 일이었다. 이 커뮤니티는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연구원들 간의 친목 도모를 위한 모임이었다. 이들이 주최하는 행사 중 하나가 한 나라에 대해서 알아가는 문화의 날인 Cafe Linguistique이다. 내가 처음 갔던 날은 아제르바이잔에 대한 날이었다. 아제르바이잔이라는 나라에 대해 아는 정보가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연구실 옆자리 친구의 초대로 가게 된 것이 이 모임과의 첫 만남이었다. 가보니 아제르바이잔 음식이 네 가지에 맥주와 각종 음료들이 차려져 있었다. 6시에 시작하는 행사로 온 사람들은 먼저 식사를 하며 사람들과 어울리고 두 팀으로 나눠서 아제르바이잔에 대해 알아가는 퀴즈 대결이 있었다. 다들 생각보다 열정적으로 퀴즈에 참여했다. 물론 식사시간만큼 열정적이진 않았다. 이 이후에도 인도의 날에 가서 카레 같은 향신료 가득한 인도의 요리도 맛봤었다. 이때 한국의 날 행사를 한다면 낸가 요리를 담당할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에 스트라스에어의 운영진인 친구에게 한국의 날을 제안했다. 그렇게 한국을 테마로 카페 링귀스틱을 진행할 수 있었고 30명을 위한 요리 5가지를 준비했다. 찜닭, 비건잡채(버섯), 베이컨김치볶음, 제육볶음과 쌈, 제육양념 볶음밥, 그리고 디저트로 꿀호떡과 팥호떡이었다. 모든 요리가 바닥을 보여서 집에 올 때 빈통만 들고 왔다. 이렇게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치니 뿌듯했고 너무 즐거웠던 경험에 이런 일을 더 하고 싶었다. 이후 내가 이런 것을 해봤다고 전해 듣고 한글학교 교장선생님의 부탁으로 서예 클래스에서 한식 다과를 15명을 위해 선보였지만 뭔가 더 하고 싶었다. 그래서 먼저 제안서를 써서 교장선생님께 제안했다.


내 제안서는 가정의 달 행사였다. 5월에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있다. 외국에는 아버지의 날, 어머니의 날은 있지만 어버이날은 없고 전 세계 유일 한국은 어린이날을 만들어 어린이들을 축하하고 그들을 행복을 위한다. 수업 중에 카네이션이나 편지 쓰기 등을 진행하고, 이후 모두 함께 식사하는 자리를 만들자는 내용의 제안서를 썼다. 제안서 마지막에는 내가 30명 외국인을 위해 어떤 요리들을 했는지와 어떤 요리들을 준비할 수 있는지에 대해 썼다. 내가 요리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생님들이 크게 할 일이 없기 때문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행사를 진행하게 됐다. 내가 총책임자가 되어 선생님들을 통솔해서 카네이션 만들기나 기타 구체적인 사항들에 대해 안내했다. 결국 크게 준비할 것은 요리뿐이었다. 음식을 준비하는데 돈이 드니까, 사람들에게 돈을 받기로 했다. 모두 와서 한 끼 식사는 하는 거니 재료비를 충당하기 위해 어른 10유로, 아이들은 5유로를 받기로 결정했다. 이후 참석인원 파악을 하니 45명 정도 참석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라 조금 걱정되기 시작했던 건 사실이다.


한글학교는 토요일 오전 10시-12시까지 진행된다. 점심은 12시 반부터 하기로 했다. 그러니 요리를 준비할 시간은 금요일 퇴근 후 저녁부터 토요일 오전 9시까지였다. 맨 처음 요리를 계획했던 것과 그 후 재료비 절감을 위해 메뉴 변경이 있었고 마지막으로 실제로 요리를 하면서 메뉴가 조금씩 바뀌었다. 처음 계획했던 재료를 전날 못 사기도 하면서 조금씩 메뉴가 변경되었지만 그래도 치킨은 그대로 유지했다. 전날 준비할 수 있는 건 미리 다 준비해야 했다. 당일 아침에는 치킨 튀기기에도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먼저 파프리카와 채소들을 채 썰어 쌈무에 말아 무쌈말이를 준비해서 냉장고에 넣어둔다. 겨자소스도 만들어 함께 넣어둔다. 2 kg 쌀로 밥을 한다. 집에 냄비가 크지 않아 두 번에 나눠서 밥을 한다. 아이들을 위해 다진 소고기와 다진 마늘을 넣어 소고기볶음밥을 만든다. 어른들을 위해서는 김치볶음밥을 한다. 배추김치를 기름에 볶아주고 나는 여기에 고추장을 살짝 추가하기를 좋아한다. 그런 후 밥을 넣어 고슬 거리게 볶아내 주면 완성이다. 일부 김치볶음밥은 김에 싸서 김밥처럼 만들어 준비한다. 제육볶음 쌈을 위해 제육볶음도 미리 만들고 쌈을 위한 상추도 미리 씻어 준비한다. 맵지 않은 버전도 만들어 준비해 준다. 마지막으로 파전을 만든다. 현장에서 바로 하고 싶지만 시설이 마땅치 않아 미리 구워두고 당일 데워주기로 한다. 쪽파를 이용한 파전과 고추장을 넣은 장떡을 준비한다. 마지막으로 미니 호떡도 모두 만들어 준비한다. 당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바로 치킨부터 튀기기 시작한다. 닭고기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밑간을 해두고 그 사이 간장마늘소스를 만들어 준비한다. 이후 튀김옷을 만들어 튀김을 시작한다. 시간 내에 닭을 모두 튀겨 간장마늘치킨까지 완성이다.


최종메뉴는 다음과 같았다.

-무쌈말이와 겨자소스

-간장마늘치킨

-소고기마늘볶음밥

-김치볶음밥 (+김밥버전)

-매콤제육볶음과 쌈

-간장제육볶음과 쌈

-파전, 장떡, 부추전

-미니 호떡


음식이 담긴 통을 가방에 크게 가득 담아 트램을 타고 이동한다. 내게는 이런 일을 할 때마다 힘든 건 짐을 옮기는 거다. 요리하는 순간은 힘들지 않다. 무거운 것을 들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동하는 게 힘들 뿐이다.


한글학교에 도착하여 첫 한 시간은 평소처럼 수업을 한다. 그 후 남은 한 시간 동안 카네이션 만들기를 함께 하는 게 계획이었다. 하지만 막상 카네이션을 만들려고 보니 만 3-만 6세 아이들에게는 너무 어려웠다. 결국 아이들은 자유롭게 그림 그리기와 같은 활동을 하고 난 구석에서 아이들 손에 들려줄 카네이션을 정신없이 만들었다. 만 6세 아이들이 다가와 고사리손으로 풀로 붙이는 것과 같은 단순한 일들을 도와줬다. 사실 크게 도움이 되진 않았지만 그 마음이 너무 귀엽고 예뻤다. 다행히 시간 내에 8명의 아이들 손에 들려줄 카네이션을 완성했다. 정신이 없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바로 식사를 차릴 장소로 이동했다. 책상을 정렬하여 상 차릴 준비를 한다. 도와주는 한 선생님이 칠판에 메뉴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써주셨다. 나는 접시들에 음식을 모두 담기 시작했다. 시간이 되자 사람들이 하나 둘 오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줄을 서고 나니 음식 양이 너무 부족한 게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사람들이 착한 건지, 남을 배려하는 건지 그렇게 많이 가져가지 않고 각 요리를 맛볼 정도의 양으로 자기 접시에 딱 채워질 정도로 가져가더라. 결국 마지막 사람까지 떠가고도 음식이 남아있었다. 그렇게 한 바퀴가 다 돌아가니 이후에 사람들이 맘에 드는 음식을 더 먹기 위해 다가와서 챙겨가더라. 한글학교 한국인 학부모들은 치킨이 맛있다고 했고 다른 선생님이 자기 반 프랑스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김치볶음밥이 너무 맛있었다고 했단다. 가짓 수가 많아지면서 완성도가 조금 떨어졌던 게 아쉽긴 했지만, 대부분의 음식이 바닥을 보인 것을 보면 음식 맛이 나쁘지는 않았나 보다.

다들 너무 고생이 많았다며 내게 다가와 다음에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하라며 얘길 했다. 이런 얘기를 5명쯤에게 계속해서 들었다. 나를 걱정해 주는 맘인 것을 알지만, 다른 사람과 나눠서 하면 내가 혼자 이걸 해내는 즐거움이 없다. 난 정말 이 일들이 노동이 아닌데, 사람들이 여전히 그런 내 맘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것 같다. 나는 전혀 고생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아, 물론 들고 오는 것은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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