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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Sep 07. 2023

나의 첫 쿠킹 클래스는 떡볶이!

떡볶이의 모든 것 보여주기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프랑스인들에게 몇 번의 한식 쿠킹클래스를 진행했다. 시작은 나의 제안서였다. 한글학교에서 일하면서 설날 행사를 함께 진행했다. 사람들이 모여 잡채를 만들고 만두를 빚고 떡국을 끓이며 설날을 축하하고 한국의 문화를 알고자 하는 자리였다. 한글학교에서 처음 함께 한 행사라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진행에서 미흡함이 많이 보였다. 무엇보다 학교 강당에서 요리를 하려다 보니 인덕션 몇 개로 50명의 사람을 위한 만두, 떡국, 잡채 모든 것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인덕션 성능이 너무 떨어져 물조차 제대로 끓지 않았다.) 어찌어찌 행사를 끝내고는 집에 돌아오며 계속 생각했다. 사람들이 잡채, 만두, 떡국 정도에 관심을 보이며 배우고 싶어 한다면 내가 쿠킹클래스를 해서 알려주고 싶다고. 그런데 장소가 열악해서 쿠킹클래스는 불가능해 보였다. 그렇게 계속 고민을 하다 보니 어느 날 자려고 누웠는데 갑자기 머릿속에 '밀키트!!'가 떠올랐다. 유레카다. 내가 앞에서 요리 시연을 하고 함께 밀키트를 만드는 거다. 불을 써야 하는 조리만 집에 가서 각자 하는 거다. 내가 생각해 냈지만 정말 좋은 아이디어라고 느껴져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노트북 앞에 앉아 한글학교 교장선생님께 보여줄 제안서를 작성했다. 그렇게 쿠킹클래스를 시작하게 되었다. 메뉴는 교장선생님이 제안하셨다. 전년도에 김치 담그기를 진행했는데 많은 수강생들이 떡볶이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며 떡볶이가 어떻겠냐고 했다. 그렇게 나의 첫 쿠킹클래스 메뉴는 떡볶이가 되었다.

떡볶이 하나만 만들자니 뭔가 너무 허전했다. 첫 시작을 잘하면 그다음에도 클래스를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한 이걸 준비하던 당시 내가 평소보다도 컨디션이 매우 좋아서 에너지가 넘쳤다. 의욕이 지나칠 정도였는데 그 넘치는 의욕을 해낼 만큼 내 컨디션이 좋았다. 떡볶이를 만든다면 떡볶이에 다양한 온갖 사리들을 다 경험하게 하고 마지막에 볶음밥까지 해서 떡볶이의 모든 것을 경험하게 하고 싶었다. 안 그래도 함께 조리를 하지 못하고 밀키트만 준비한 다는 점에서 보통의 쿠킹 클래스보다 떨어진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만족스럽게 만들어주고 싶어 다양한 떡볶이를 경험할 수 있는 클래스로 준비하고자 했다. 총신청자는 11명으로 2명은 어린이였다. 어린이들을 위해 궁중 간장 떡볶이도 만들기로 한다. 어린이들을 배려해 먼저 간장 떡볶이를 만들고 그 후, 빨간 오리지널 떡볶이를 만들기로 한다. 레시피는 인터넷에서 보고 내가 약간 변형해서 자주 써먹는 레시피를 사용하기로 한다. 일단 레시피를 작성하고 구글 번역기로 프랑스어로 번역한 후 이상이 없는지 확인을 받는다. 밀키트를 준비해야 하니 11명을 위한 재료들을 준비해야 해서 상당하다. (장을 보고 왔는데 추가 인원이 들어와서 추가로 장을 더 보기도 했다.)

내 쿠킹클래스는 다음과 같이 진행되었다.

먼저 내가 준비해 간 떡볶이를 시식하는 시간을 처음에 갖었다. 아침에 조금 설레어 잠을 설치며 아주 일찍 일어나서 시간이 많았다. 원래 준비하려 했던 떡볶이, 궁중떡볶이 외에도 로제떡볶이, 어묵탕, 참치김밥까지 준비했다. 먼저 도착한 사람들에게 앞에 차려진  음식들을 맛보게 하고는 그 요리들을 나눠준 레시피 그대로 만든 것이니 맘에 든다면 이 레시피대로 진행하겠다고 한다. 모두 "Très bon (매우 좋아요)"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고 손가락으로 ok표시를 해준다. 레시피 합격이다.

떡볶이를 시작한다. 시식했던 떡볶이는 어묵과 떡만 들어간 기본 떡볶이였지만 오늘 시연에서는 다양한 사리들을 넣을 거라는 걸 알려준다. 그런 후, 재료들을 하나하나 얻기 전 모두 동의하는지 물어보며 진행을 했다. (내가 불어를 못해서 옆에서 다른 분이 불어로 통역을 해줬다. 내가 불어를 할 줄 안다면 더 잘 진행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먼저 떡볶이에 양배추, 파를 추가했다. 그런 후 삶은 계란도 추가했다. 마지막에는 라면 사리까지 넣은 후, 치즈의 나라답게 치즈를 아주 넉넉히 추가했다. 그런 후, 다들 맛보게 하고는 남은 떡볶이에 밥, 김가루, 참기름까지 추가하여 볶음밥까지 맛보도록 했다. 다들 크게 매워하지 않고 잘 먹는 모습에 뿌듯함을 느꼈다. 다들 천천히 먹기도 하고, 불어 번역까지 하며 진행되다 보니 예상보다 시간이 지체됐다. 조금 일찍 가봐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기에, 여기까지가 기본 떡볶이고 그다음은 처음에 맛봤던 간장떡볶이인데 레시피는 나눠준 종이에 적혀있으니 궁금한 분들만 남아서 보면 된다고 했다. 몇 명은 갈 줄 알았는데 모든 사람들이 남아서 끝까지 간장떡볶이를 지켜봤다. 그러면서 내 간편한 레시피에서 이런 맛이 나온다며 놀라워하기도 했다.

다 마치고 나니 남아서 정리를 도와주는 분이 있었다. 괜찮다며 거절했더니 한국인들이 거절을 잘한다며 정말 괜찮냐고 몇 번이고 물으시고는 끝까지 남아 도와주셨다. 클래스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는 완전히 뻗어버렸던 것 같다. 시간이 조금 지체된 것 외에는 내가 하고자 하는 것들을 전부 할 수 있었고 언뜻 보기에 수강생들이 만족한 것 같았다. 주말에 클래스에 참여했던 아이의 학부모께서 아이와 함께 만든 떡볶이를 후기로 보내주셨고, 한 프랑스인 수강생도 집에서 만든 떡볶이 사진과 함께 내게 감사인사를 보내줬다. 직접 만든 인증사진들 외에도 많은 감사 인사를 받았다. 다들 좋았다고 해줘서 처음이지만 성공적이었다.

즐거웠다. 내가 이런 것도 할 수 있다는 게 기뻤다. 이게 내가 프랑스에 있기 때문이고, 그리고 크지 않은 도시 스트라스부르에 있기 때문이라 생각됐다. 한국에서는 나처럼 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든지 많을 거다. 이곳에 있기에 내가 할 줄 아는 것들이 가치를 보일 수 있는 거다. 내게 이런 기회가 왔음에 기쁘고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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