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만 보면 여기가 바로 한국
프랑스에서의 내가 요리해 먹는 것들을 사진으로 친구나 가족에게 공유하면 종종 "너 한국이야?"라는 말을 듣는다. 프랑스에 오기 전에 내 생각은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 가니 맛집도 많이 다니고 프랑스 식재료로 새로운 요리를 많이 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프랑스에 와보니 장바구니는 물가는 저렴하지만 그에 비해 외식은 내 월급으로 자주 즐기기는 부담스럽더라. 조금 저렴한 식당으로 가면 양은 많지만 맛에서 만족스럽지 못해서 차라리 내가 요리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곤 했다. 내가 만족할 만한 곳을 가려면 메인 메뉴 하나만 30유로 정도는 돼야 한다. 여기에 만약 마실 것이나 애피타이저 같은 것만 추가해도 50유로는 거뜬히 넘긴다. 전 세계의 박사 후연구원의 월급은 대부분 현지에서 월세내고 혼자서 그럭저럭 살만한 정도이다. 결코 넉넉한 형편이 아니기에 필요한 소비만 하고 최대한 아끼는 생활을 하는 게 맞다. (나는 좀 낭비하는 삶을 살고 있지만) 경제적 요인뿐만 아니라 내가 사는 곳이 도심 중심에서 벗어난 외곽이다 보니 집 근처에 외식을 할 만한 식당이 없다. 게다가 배달을 시키자니 프랑스에서 우버이츠는 배달을 자전거로 한다. 뭘 시켜도 중심가에서 우리 집까지 자전거로 오면 다 식을 게 뻔하다. 그걸 배달료까지 내며 먹고 싶지는 않다. 이런 이유로 나는 일 년 반이 넘도록 거의 매일 저녁 직접 요리를 해 먹고 있다.
프랑스 식재료들이니 프랑스 요리를 해 먹을 거라 생각할 수도 있다. 나도 그러려고 했고 내가 그럴 줄 알았다. 그런데 프랑스 음식이 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더라. 연구소의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곤 하는데, 메뉴들을 보면 특별히 이게 프랑스 요리인가 싶은 게 별로 없다. 한국으로 치자면 소고기찜 정도 될 뷔프부르기뇽, 식사용 타르트인 퀴시, 잠봉과 치즈를 넣어 튀긴 치킨 코르동 블루,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라따뚜이 이 정도 말고는 어니언 수프, 달팽이, 한국의 육회 같은 스테이크 타르타르 정도가 생각난다. 프렌치 음식이 유명한 건 아무래도 가정식보다는 값비싼 파인 다이닝 요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안타깝게도 나는 파인 다이닝에 다닐 여유가 없다. 연구실의 프랑스인 동료들에게 "너는 집에서 뭐 해 먹어?"라고 물어봤던 적이 있다. "파스타나 샌드위치나 쿠스쿠스나..." 내가 생각한 프랑스 요리가 아니다. 이 친구에게 집에서 프랑스 요리를 하나씩이라도 해보려고 한다고 뭘 하면 좋을지 알려달라고 해서 리스트를 받았다. 이 친구가 생각해도 별로 몇 개 없나 보다. 5개 정도를 적어서 메시지를 보내줬다.
한국에서 대학원 생활을 할 때에는 요리할 시간이 없어서 주로 배달을 시켜 먹었는데, 워낙 배달 메뉴들이 다양하니 전 세계 각국의 요리들을 주문해 먹으며 식단이 좀 더 화려했었다. 하지만 막상 프랑스에서 나의 식탁은 프랑스 티가 나는 건 가끔 식사에 곁들이는 와인정도라 할 만큼 한식에 매우 충실하다. 여기 오기 전에 예상했던 것보다도 아시아마켓에는 한식 식재료들이 거의 완비되어 있어서 원하는 대부분의 요리를 할 수가 있다. 내 요리의 70%가 한식, 20%가 그 외 아시아 요리, 10%가 서양 요리정도 되는 것 같다.
2부에서는 프랑스지만 너무나도 한국같이 차려먹는 나의 소박한 식탁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한국에 계신 분들이라면 해외에서도 저렇게 한식을 즐길 수 있구나라고 재미로 봐주셨으면 좋겠고, 해외에 계신 분들이라면 한식이 먹고 싶을 때 참고하실 수 있는 글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진은 오늘 아침에 만든 제육김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