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오니 한국에 있을 때보다 한식과 더욱 가까워졌다. 한식의 매력도 더 크게 알게 된 것 같다. 마치, 멀어지니 그 가치를 알게 되었다-라는 진부한 사랑얘기 같달까. 한국에 있을 때는 한식이 그저 일상이고 당연한 것이었다. 한국을 떠나 프랑스에 오니 내 입맛이 한식에 익숙해서이기도 하지만, 한식만큼 다채로운 요리들을 쉽게 접할 수 없더라. 한식의 다양하고 깊이 있는 맛은 한국인인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나서 한식을 해줬던 외국인들의 반응 속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프랑스니 외식으로 한식을 먹는 게 쉽지 않고 (=싸지 않고) 재료를 구하기도 어렵다 보니 재료를 하나 발견하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한국에서 나를 만나러 오는 언니를 통해 내가 얻은 것이 들깨가루였다.) 한국에서는 당연했던 한식이 프랑스에 오니 당연하지 않다. 내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너무 소중한 일상이란 것을 깨달았다.
나의 정규 한식 쿠킹클래스는 최근 완전히 확정되었고 이제는 학교 교실에서 하는 엉성한 쿠킹 클래스가 아니라 주방시설이 완비된 장소에서 하는 정규 클래스로 프랑스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내가 일 년을 다 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지만 한 달에 한 번씩 일 년간 총 12번의 쿠킹 클래스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거의 다 세워뒀다. 계절별로 시즌에 맞는 한식으로 이미 구상을 마쳤다. 이렇게 내게 좋은 기회가 왔음이 기쁘면서 아무리 내가 쿠킹클래스를 잘하더라도 사람들이 한식에 대한 관심이 없다면 이렇게 진행되지 못했을 것임을 알기에 한국의 문화를 알리기 위해 그 동아 노력해 온 모든 분들이 고맙다고 느껴졌다. 이렇게 프랑스에 와서 나는 한식을 더 많이 요리하고 있고, 한식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한식은 내게 많은 새로운 경험들을 안겨주고 있다.
이 책을 마치면서 외국에서 한식 인기가 진짜냐고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프랑스에서 살고 있는 내 의견은 진짜-이다. 모든 사람이 한식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예전에 비해 한국이라는 나라 이름만 들어도 모두의 관심사 하나쯤에 한국이 잘하는 게 있는 만큼 대다수가 한국의 존재는 안다. 하지만 한식을 접해본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 번 맛보면 싫어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내게 한국 요리 먹어봤고 한국 요리 좋아한다고 말한 사람이 제법 많았다. 아직 한식을 모르는 사람이 옆에 있다면 한식을 맛 보여주자. 예의상 맛있다는 말이 아니라 내가 봤던 사람들의 진짜 반응이 맛있어한다는 것을 보여줬으니 분명 좋아할 거다. 이것은 국뽕이 아닌 내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