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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Nov 04. 2022

양념불삼겹살로 변신!

남은 수육에 양념을 해보자

1인분만 만들기엔 적절치 않은 요리들이 있기 마련이기에 혼자 살면 요리가 종종 남기도 한다. 나에게 그런 요리 중 하나가 수육이다. 수육을 만드는 데 시간도 걸리니 작은 한 덩이만 요리하기는 뭔가 아까운 기분이다. 그렇다고 넉넉히 만들면, 만드는 순간에는 만족스럽지만 결국 언제나 남곤 한다. 그렇다고 내 수육이 맛없는 건 아니다. 분명 촉촉하고 맛있다. 다만 양이 조금 많을 뿐이다. 난 수육은 간단하게 된장 수육으로 만드는 편이다. 만드는 법은 내가 하는 모든 요리가 그렇듯 간단하다. 냄비에 통삼겹을 넣고, 양파를 큼직하게 썰어 넣고, 파도 크게 썰어 넣는다. (나는 쪽파뿐이지만) 통마늘도 넉넉히 넣어주고, 된장을 크게 한 스푼 넣는다. 통후추가 있다면 통후추를 넣고 나는 없어서 후추 그라인더로 넉넉히 갈아 넣어준다. 그렇게 한 번 팔팔 끓게 한 후, 중불로 낮춰서 40분~1시간 삶아주면 끝이다. 핸드폰으로 알람만 맞춰두고 고기가 익는 동안 딴짓을 하면 된다. 불안하다면 15분마다 알람을 맞춰 한 번씩 살펴봐주면 된다. 15분 사이에 뭐가 크게 잘못될 것은 없으니까 말이다.



이렇게 한 끼를 먹고 나서 수육이 남으면 또 먹기는 싫다. 아무리 맛있어도 나는 연속으로 두 끼 같은 메뉴는 잘 먹지 못한다. 양이 적은 게 아니라 한 가지를 계속 못 먹어서 입이 짧은 편이라 할 수 있다. 그럴 때 생각해낸 것이 불족발이었다. 양념된 물에서 익혀낸 족발을 잘라 양념에 다시 익혀내지 않는가. 그런 느낌을 원했다. 양념은 평소 하던 빨간 양념으로 준비해보았다. 고춧가루, 고추장, 간장, 설탕, 다진 마늘 적당한 비율로 내 취향대로 섞어준다. 먼저 남은 수육을 냄비에서 건져내서 고기를 잘라준다. 그런 후 팬에 기름을 두르고 고기를 볶듯이 하다가 양념을 넣어준다. 매운맛을 원한다면 청양고추를 넣어줘도 되겠지만, 난 맵 찔이라 고춧가루로 충분하다. 양념에 볶아주다가 하나 건져내서 먹어본다. 앗! 맛있다. 양념족발 같은 느낌이다. 내가 만들었지만 맛있다. 수육으로 이미 된장이 간이 되어 있는 상태에서, 겉에 양념이 매콤 달달하게 좋다. 불족발이 아닌 불삼겹이다. (비록 불맛이 나진 않지만, 매운맛은 있으니 불이라고 하자.) 수육을 먹거나 시켜먹은 보쌈이 남았다면 한 번 양념을 해서 요리해보자. 남은 요리의 변신도 부담 없는 1인 식탁의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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