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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Nov 28. 2022

치킨 배달이 안되면 내가 튀긴다

축구엔 치맥

월드컵으로 한창인 요즘이다. 월드컵을 보기 위해 스포츠 채널도 구독해서 퇴근  경기들을 즐겨보는 중이다. 아쉬운 점이라면 한국 조별리그 경기가 전부 업무 중인  2시라는 거다. 하지만 한국 경기가 아닌 다른 빅매치 경기들이 있기에 월드컵은 충분히 즐기고 있는 중이다. 축구에는 치맥이 국룰인데 치킨 배달이 안되니 아쉽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 같은 치킨 맛을 이곳에서 즐기기가 쉽지 않다. 조금   도시였다면 괜찮은 한국 치킨 가게 하나쯤은 찾을 수도 있었을지 모르지만, 유럽의 중소도시인 이곳에서는 어림없다.


어제저녁은 스페인과 독일전이 예정되어 있기에 집에 다른 한국인 친구가 놀러 오기로 했다. 내가 간단하게 치킨 너겟으로 양념치킨을 해주겠다 했더니, 제대로 치킨을 하면 안 되냐고 했다. 안될게 뭐 있겠냐 싶어 그럼 진짜 후라이드 치킨을 준비한다고 했다. 한국 치킨이 우리의 목표기 때문에 금요일에 미리 무를 사다가 치킨무를 만들어뒀다. 치킨무는 간단하다. 식초, 설탕, 물, 무만 있으면 된다. 먼저 식초, 설탕, 물을 1:1:1로 섞어준 후, 깍둑썰기로 준비한 무를 넣어준다. 바로 이틀 후 먹을 거기에 실온에 보관해 준다. 다음날 무에서 물이 나오면서 너무 묽어졌다. 안에 있던 물들을 그냥 다 버리고, 식초:설탕=1:1 비율로 다시 넣어준다. 경기가 있는 일요일 당일 오전에 치킨무를 맛 보니 뚜껑을 여는 순간부터 바로 치킨무였다.

닭은 날개와 봉으로 준비했다. 날개에 봉이 달려있어서 튀기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분리시켜줬다. 경기 시작 2시간 전쯤, 닭을 꺼내서 소금, 후추, 맛술로 밑간을 해준다. 경기 시작 30분 전쯤에 준비하려 했으나 시간을 잘 못 알아 1시간 반 전에 준비했다. 하지만 배달도 원래 원하는 시간에 안 오는 법. 치킨은 경기 기다리며 먹는 게 보통이니까 그러려니 했다. 치킨 가루가 있었지만 없다면 튀김가루여도 좋다. 가루에 물을 넣어 반죽을 만들고 밑간을 해 둔 치킨을 넣고 반죽을 묻혀준다. 그런 후, 다른 그릇에 가루를 잔뜩 부어 담고는 반죽이 묻은 치킨에 가루를 묻혀서 준비해준다. 끝났다. 이제 튀기기만 하면 된다.


기름은 보통 170도씨에서 튀기라고들 하지만, 냄비에 넣은 기름 온도를 170도씨로 유지시킬 수가 없다. 타지 않게 익히기 위해 약간은 온도가 낮은 상태로 7~8분간 먼저 초벌 튀김을 해주었다. 그런 후, 온도를 올려 튀김옷이 골든 빛으로 색이 날 때까지 다시 한번 튀겨내주었다. 튀김이 거의 완성되어가자 주방에 치킨 냄새가 가득 차서 설렌다.


양념치킨을 위해 양념도 준비해본다. 간단하다. 고추장, 케첩, 물엽, 갈릭파우더 (또는 다진 마늘). 소스 양념을 냄비에 넣고 물을 조금 부은 후, 부글 한 번 끈적이게 끓여주면 완성이다. 튀겨진 후라이드 치킨에 소스를 버무려주면 양념치킨도 완성이다.


접시에 담아본다. 후라이드 반, 양념 반, 그리고 무 많이. 한국인 친구가 소주를 가져왔다. 냉동실에 넣어 슬러시로 만들어진 소주를 에스프레소 잔에 따라 마셔본다. 윽. 소주는 역시 쓰다. 바로 소맥으로 갈아타서, 소주와 맥주를 섞은 후 마셔본다. 달다. 치킨을 한입 베어 문다. 바삭한 소리가 방 안 가득 찬다. 성공이다. 배달이 안되면 어떠하리. 이곳에 맛있는 치킨이 안 판다면 어떠하리. 내가 직접 튀기면 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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