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는 건강보험을 위한 그린카드, Carte Vitale [꺅뜨 비탈]이 있다. 병원을 가던, 약국을 가던 의료기관에서 바로 요구하는 것이 바로 이 카드이다. 모든 곳에 이 카드의 전용 리더기가 있는 듯하다. 카드에는 카드 발급일, 이름, 사회보장번호, 사진이 있다. 프랑스에서 일하게 되고 머지않아 사회보장번호가 나왔다. 그로부터 4개월째가 되어서야 이 카드를 받을 수 있었다. 카드를 받기 전까지는 내가 매번 병원에서 받은 서류들을 직접 건강보험 관련된 부서로 서류를 보내야 했다. 매우 귀찮은 일이었다. 이 카드를 받고 나니 전산화가 되어 있으니 바로바로 건강보험 관련된 것들이 적용이 되었다.
프랑스에서 꺅뜨 비탈 카드를 이용하며 느낀 것은 의료시스템이 모두 체계적으로 시스템화가 잘 되어 있다는 느낌이었다. 병원과 약국 모두 캭뜨 비탈 카드로 보험처리를 전산화하고, 병원 예약도 통일된 하나의 앱인 Doctolib을 이용한다. 처방전 서류도 포맷이 동일하고, 길거리에서 폭행을 당해 찾아갔던 응급실에서도 이후 나에게 필요한 서류를 바로 전해주었는데 모두 포맷화 되어있는 서류 같았다. 많은 것들이 시스템화되어 있어 그 안에서 처리하는 듯했다. 한국에서는 대학병원이나 아니면 피부과나 치과와 같은 곳 외에는 병원에 예약을 하고 갔던 적이 없다. 프랑스로 오기 직전에 한 이비인후과를 갔는데 환자가 바글바글한 인기가 많은 곳이었다. 그곳에서는 한 병원예약 앱을 사용하고 있었다. (노란색 이미지의 앱) 그 앱을 통해 미리 접수하는 시스템이었다. 프랑스의 예약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덜 기다리고 바로 진료받을 수 있게 앱으로 먼저 접수하는 정도였다. 그 정도로 편함이 있었다. 그러다 프랑스에 있을 때쯤 한국의 뉴스 기사로 그 앱이 유료화된다는 기사를 보았다. 배신감이 드는 기분이었다. 한국의 병원들은 통일된 시스템이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이곳 저것 각자 사용하는 것이 달라 표준화가 덜 되어 있다 느껴졌다.
최근에 한국에 돌아와 병원에 갔더니 신분증을 요구하더라. 지금까지 이름과 주민번호만 말하고 진행했었는데, 법이 개정되어 신분증 확인 후 접수와 진료가 가능하다더라. 본인 확인 과정을 생략하면서 그 빈틈을 이용한 자들이 있던 모양이다. 문득 '공식적인 신분증이 나오지 않은 십 대들은 무엇으로 확인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의 경우, 아이가 있는 지인에게 물어보니 부모의 꺅뜨비탈 카드에 아이들의 번호가 같이 적혀 있다고 했다. 이 카드 하나로 아이들의 신분확인이 되는 셈이다.
내가 어릴 때는 건강보험증이라는 종이로 된 것이 있었다. 부모 밑에 내 이름이 적혀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너무 예전이라 기억이 흐릿하지만, 어느 순간 모든 것이 전산화되어 필요 없어진 것인지 건강보험증이 사라지고, 병원에서는 내 주민번호와 이름만 말하면 진료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매번 '신분증 확인 안 해도 되나? 내가 난 줄 뭘로 믿지?'싶었는데, 결국 요즘과 같이 법이 바뀌어 신분증이 필수가 되었다. 아마도 주민등록번호만으로 건강보험 여부가 모두 시스템에서 검색되는 모양이다. 문득 한국에는 이런 카드의 도입이 필요 없나?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시스템을 내가 정확히 모르니 필요하다/불필요하다 확답을 내가 내릴 수는 없지만, 일단 이런 카드를 이용한 시스템을 2년 4개월간 경험해 본 바로는 이건 꽤나 편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