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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Jul 14. 2024

다시 서울살이! 2년 반 만에 서울에서 장보기

2년 반 가까이 해외에서 일을 하다가 이제 한국으로 돌아왔다. 서울에 집을 새로 구해야 했는데,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새 일을 시작해야 했기에 언니에 부탁을 하여 집을 구하게 되었다. 그 결과 공항에서 캐리어를 끌고 바로 새 집을 향해 갔다. 택시에서 기사님이 "이쪽 길 맞나요?"라고 물으시는데 "저도 처음이라서요..."라고 밖에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집에 들어섰다. 14시간의 긴 비행 끝에 30 kg이 넘는 캐리어와 5kg의 백팩을 가지고 이동해서 온 터라 지쳐있었다. 집에는 침대도 없고, 책상과 옷장 하나 외에는 텅 비어 있었다. 혼잣말을 하니, 그다지 크지 않은 집인데도 소리가 울렸다. 너무 더워서 바닥이 더러운 것 같았지만 그대로 누워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아직 침대를 구하지 못했는데, 잠자리는 필요해서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쿠팡으로 토퍼와 이불을 주문해 둔 게 도착해 있었다. 간단하게 짐 정리를 하고는 텅 빈 냉장고를 열어본다. 텅 빈 것은 냉장고뿐이 아니었다. 냄비와 수저세트 하나 없는 주방이었기에 무언가 해 먹기 위해서는 사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쓸데없는 소비를 막기 위해 리스트를 작성해 본다. 해외에서 돌아오며 짐정리를 하다가 버리고 온 것들이 너무 ㅁ남ㅎ았기에 앞으로는 절대 맥시멀리스트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돌아왔다. 꼭 필요한 것만 살 것이다.

-칼, 도마, 냄비 최소 2개, 프라이팬, 수저, 국자, 반찬 접시, 밥그릇, 국그릇

- 쌀, 김치, 두부, 콩나물, 간장, 설탕, 참기름, 고춧가룸, 소금...


한국에 돌아온 것을 실감하며 쿠팡에 접속한다. 찾는 모든 물건들이 있고 모두 다음날 새벽 배송이라 한다. 정말이지 배달에 대해서라면 한국이 최고다. 전부 저렴한 것들 중에서 그나마 마음에 드는 것들로 골라본다. 뭔가 어리지 않은 나이에 저렴한 것을 고르는 내 형편이 조금 처량한가 싶다가도 아무렴 어때란 생각으로 쇼핑을 계속한다. 쿠팡에서 주방용품을 주문하고 나서 식재료 구매를 위해 이마트 SSG에 들어간다. (이때는 쿠팡에 쿠팡 Fresh가 있는 것을 몰랐다.) 리스트에 적은 재료들을 하나하나 장바구니에 담는다. 몇 개 담은 것 같지 않은데 7만 원이 넘어간다. 살 것이 더 있었지만 비싼 물가에 충격받아 더 이상 물건을 추가하지 않고 마무리한다.


다음 날 시차 때문에 일찍 눈을 떴다. 새벽에 문 밖에서 뭔가 소리가 나고는 쿠팡과 SSG 배달완료 메시지가 오더라. 이런 이른 아침에 배달이라니 정말 대단한 나라구나 싶었다. 빠른 배송에 감탄하며 무을 열어보니 문 앞에 배송된 물건들이 잔뜩 쌓여있다. 물건들을 집 안으로 들여놓고는 포장을 하나하나 벗기기 시작한다. 박스와 비닐이 넘쳐난다. 최근에 본 환경 다큐멘터리가 생각나며 많은 쓰레기에 괜히 마음이 불편하다.

집 근처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 곳이 있기에 7천 원이라는 돈으로 백반을 먹었다. 가짓수 자체는 예전에 먹던 백반에 비하면 훨씬 적었지만 요즘은 이런 곳조차 찾기 어렵다는 것을 안다. 친구가 선물해진 교환권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새로운 일자리로 향했다. 첫날이기에 계약서를 쓰고는 크게 할 일이 없었다. 다음날 학회가 있어 그곳에서 새 보스를 만나기로 했기에 첫날은 일찍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여유롭게 집에 돌아와서 저녁을 차리기 시작한다. 밥솥이 없어서 냄비에 새로 밥을 짓는다. 김치찌개를 끓이면서 채소가 좀 더 있는 식단이 좋겠다 싶어 시금치를 데쳐내어 나물을 만든다. 조금은 단초로운 저녁 밥상이 차려졌다. 갓 지은 흰쌀밥, 김치찌개 한솥, 방금 버무린 시금치 나물이 전부이다. 김치찌개 국물 한 입 먹으니 가슴속이 따뜻해진다. 서울에 돌아와 처음 요리를 해 먹으며 어쩐지 다시 돌아온 이곳에서 모두 다 잘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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