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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Jul 09. 2024

외국인 50인을 위한 10종 한식 메뉴

 30인을 위한 단체 요리를 경험하고 나니 즐거웠던 기억에 이런 일을 더 할 수는 없을까 생각했다. 그러다 토요일에 일하고 있는 한글학교에서 행사를 가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이유 없이 사람들에게 요리를 해주자니 설득력이 없어서 고민을 해보니, 5월은 가정의 달이었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있다. 그러니 모두를 위하는 자리를 만들면, 어린이/학부모/선생님들 모두 즐길 수 있는 자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제안서를 작성했다. 어버이날쯤에 있는 주말에 스승의 날, 어버이날을 위한 카네이션 만들기도 함께 하고, 수업이 끝난 후에 준비된 요리를 맛보는 시간을 가지면 어떠냐는 내용이었다. 제안서를 작성해서 한글학교 선생님들께 나누니 모두 좋은 생각이라 해줘서 내 제안서가 현실이 되게 됐다.


처음 메뉴를 짠 후에 여러 번 메뉴를 변경했다. 먼저 손이 가는 음식을 줄이고, 또한 재료비가 최대한 적게 들 수 있는 재료들로 준비하고자 메뉴를 계속 변경했다. 아무래도 사람들을 위하는 자리이니 참가비를 많이 받을 수는 없었다. 많은 논의 끝에 결론은 인당 (어린이 제외) 10유로였다. 먼저 행사를 위한 홍보물을 제작하고 SNS에도 홍보를 하고, 한글학교 사람들이 있는 단체메신저에 알리며 참가자 신청을 받았다. 어느 정도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선생님들까지 합쳐서 50명이라는 내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참가하게 되었다.

메뉴는 장보기 직전까지 변경했했다. 먼저 메뉴가 정해지면, 50명이 맛볼 수 있는 양으로 해서 필요한 재료들의 리스트를 작성한다. 금요일 저녁부터 다음날 아침 정도에 요리할 수 있기에 혼자 해야 할 일이 많기에 미리 해야 할 일들을 계획했다. 변경된 메뉴는 최종으로 간장마늘치킨, 야채 전, 소고기볶음밥, 김치볶음밥, 제육볶음이었다. 처음은 10종이 아니었다. 집에서 준비하면서 욕심이 생기며, 집에 있는 재료들로 추가메뉴들을 준비하기 시작해서 가짓수가 늘어난 것이다. 메인메뉴는 간장마늘치킨이었다. 파리가 아닌지라 한국 치킨을 맛보기가 어려운 곳이라, 한국 치킨을 맛 보여주고 싶었다. 밥은 쉽게 배를 채울 수 있을 것 같아 결정했다. 또한 한식이니 김치를 빼놓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도 있으니, 아이들을 위해 고기볶음밥도 간장, 참기름으로 불고기 맛으로 준비하기로 결정했다. 고기 요리도 있어야 할 것 같아 제육볶음을 준비하고, 쌈채소도 곁들이기로 했다. 그런 후, 즉석에서 종류별 야채 전을 부쳐주기로 정했다.

금요일 저녁 퇴근 후부터 재료 준비며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제육볶음은 미리 재워뒀다. 치킨은 다음날 아침에 튀기고 만들어야 하니, 사온 닭고기만 냉장고에 잘 넣어두었다. 다음날 볶음밥을 위해 미리 밥을 한다. 쌀 2 kg를 탈탈 털어 집에 있는 작은 냄비로 여러 번에 걸쳐 냄비밥을 한다. 그런 후, 준비가 너무 금방 끝나고 거의 모두 다음날 일찍 일어나 준비해야 한다는 것 외에 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로 추가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파프리카와 무쌈이 있기에, 무쌈말이를 준비했다. 겨자소스도 만들어 함께 냉장고에 넣어둔다. 다음날 전을 만들건대, 아무래도 즉석에서 다 구워주기엔 50명이라 시간이 촉박할 거라 생각되어, 미리 전을 만들어서 데워주기로 결정했다. 부추전, 파전, 그리고 고추장을 넣어 장떡까지 만들어 준비한다. 뭔가 더 할 것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가지고 있던 호떡믹스로 호떡까지 구워준다.


아침이 밝았다. 제육볶음을 볶는다. 아이들을 생각하여 일부 남겨뒀던 돼지고기로는 간장소스로 볶아낸다. 2종류가 금세 완성되었다. 김치볶음밥을 볶아낸다. 밥이 많아 볶기에 힘들다. 김치볶음밥을 마치고, 아이들용으로 소고기마늘볶음밥을 얼른 볶아낸다. 간장, 마늘, 참기름으로 맛을 내는데 충분히 맛이 좋다. 그런 후, 서둘러 닭고기를 밑간을 해두고는 튀겨낸다. 한 시간 가까이 튀김을 해내니 힘들다. 튀기면서 동시에 간장마늘소스를 내 레시피대로 만들어본다. 튀겨낸 치킨을 소스에 버무린 후 맛을 본다. 나쁘지 않다. 한국 치킨 맛이 난다. 서둘러 요리를 한다. 너무 서둘렀는지, 예상보다 한 시간 빨리 끝내버렸다. 시간이 남아 뭘 더 할까 생각하다가 김치볶음밥으로 김밥을 만들어볼 생각을 한다. 계란지단도 부쳐서 계란도 준비하고, 냉장고에 내가 먹으려고 사뒀던 단무지를 이용해서 김밥을 말아본다. 김치볶음밥이 너무 고슬고슬해서 밥이 뭉치지 않아 김밥으로 하기 적절치 않다. 한 두어 개 싸다가 그만둔다. 짐을 얼른 챙긴다. 10시에 수업이므로 적어도 9시에는 집을 나서야 한글학교에 제때 도착한다.


10시부터 12시까지 있는 한글학교 수업이 끝나고 한식 점심이 오늘의 주요 행사였다. 유아반 보조교사로 일하고 있었다. 이 날은 아이들과 카네이션 만들기로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유아반이라 너무 어려 간단한 종이접기도 아이들에게 너무 어려웠다. 다른 선생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시간을 보내는 동안 구석에서 혼자 카네이션을 만들었다. 애들에게 부모님께 가져다주라고 말이다. 조금 일찍 수업에서 나와서 오늘 행사가 있을 교실로 향해서 미리 세팅을 하기 시작한다. 미리 챙겨둔 큰 접시에 음식들을 하나하나 세팅하기 시작한다.

1. 무쌈말이

2. 소고기마늘볶음밥

3. 김치볶음밥

4. 김치볶음밥 김밥

5. 고추장제육볶음과 쌈

6. 간장돼지고기볶음과 쌈

7. 고추장떡

8. 부추전

9. 파전

10. 미니호떡


제일 구석에 인덕션을 가져다 두고 프라이팬에 전을 데우기 시작한다. 전을 데우니 바삭하게 구워지지가 않더라. 전날 만들었을 때 맛본 것은 맛있었는데, 이렇게 데우니 영 마음에 안 들었다. 아쉬움이 들었다. 사람들이 오기 시작한다. 아이들 포함 50여 명이 계속해서 들어오는데 양이 부족할까 걱정되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사람들이 줄을 서서 가져가면서 접시에 딱 조금씩 맛보양을 하나 둘 넣으니 한 바퀴가 돌았는데, 음식들이 남아있었다. 얼마나 맘을 졸였는지 모른다. 줄 선 사람들이 모두 한 접시를 챙겨간 걸 확인하니 안심이 되었고 그 후에야 사람들이 잘 먹는지가 눈에 들어왔다. 치킨이 가장 먼저 동이 났다. 일부 한국 분들은 치킨이 너무 맛있다고 한국 맛이라 좋아했고, 프랑스 학생들이 김치볶음밥을 좋아했다. (내 김치볶음밥의 비법은 약간의 고추장이다.) 제육볶음도 금세 동이 났고, 전은 데우는 대로 모두 가져갔다. 디저트인 미니호떡도 다들 좋아했다.

다 끝나고 나니 피곤해서 입맛이 없었다. 사람들이 내게 와서 혼자서 어떻게 다 준비했냐며 힘들지 않냐 했다. 나는 들고 오는 게 힘들었다고만 답했다. 피로감도 있었지만 난 이 모든 과정이 즐거웠기 때문이다. 유아반 한 아이가 엄마와 함께 내게 다가오더니 스승의 날을 위한 꽃이라며 꽃을 안겨줬다. 귀여움에 웃음이 났다. 아이들에게 받아 카네이션을 가지고 있는 부모님들도 보였다. 뿌듯했다. 모두가 맛있게 잘 먹었다며 내게 고마움을 전했다. 사람들이 잘 먹는 모습을 보기 위해 이 모든 걸 준비했고, 성공적으로 마쳤다. 피곤함은 별거 아니다. 모두가 맛있게 즐겼다는 것, 그게 중요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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