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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Jul 10. 2024

핑거푸드로 차리는 한식

50명의 사람들을 위한 한글학교 가정의 달 행사를 무사히 마치고서, 한글학교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새로운 제안이 들어왔다. 한국에서 유명한 서예가 한 분이 유럽 투어를 하며 아뜰리에를 여는데 그 시작을 내가 있는 스트라스부르에서 한다는 거였다. 주최 측으로부터 아뜰리에 후에 함께 즐길 수 있는 한국식 다과를 준비하면 좋겠다는 소식에 부탁할만한 사람을 고민하다가 내가 생각났다는 거였다. 혹시 맡아줄 수 있냐는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수락하면서도 머릿속으로 뭘 만들까 하며 메뉴 고민에 신이 났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핑거푸드였다. 다과라고 해서 디저트를 하자니 한식 디저트는... 개인적인 생각으로 프랑스 디저트에 비해 임팩트가 없다. (일단 내가 한국 디저트의 팬이 아니다) 작은 핑거푸드 느낌으로, 한식을 준비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간단한 메뉴를 짜기 시작했다. 그렇게 정해진 메뉴가 다음과 같다.


1. 참치쌈장 쌈밥 - 미닌 상추 위에 미니 주먹밥을 얹고 참치쌈장을 얹는다.

2. 비빔김밥- 고추장 양념으로 밥을 하여 김밥을 만든다

3. 미니 떡갈비- 소고기 다짐육을 이용하여 먹기 좋은 미니 사이즈의 떡갈비를 만든다.

4. 떡꼬치- 떡을 꼬치에 꽂고 구워낸 후, 수제 양념소스를 발라낸다.


메뉴를 선정하고 한글학교 교장선생님에게 보여주고는 메뉴를 확정한다. 하루 전날 장을 보고는 필요한 재료들을 미리 어느 정도 준비해 둔다. 다음날 조금 일찍 퇴근하여 집에서 요리를 시작한다. 상추를 씻고, 새로 밥을 한다. 참치 쌈밥용으로 밥을 미니 주먹밥 사이즈로 만들어서 그릇에 담는다. 참치쌈장은 전날 미리 만들어 두었다. 한 메뉴가 끝났다. 비빔김밥을 위해 밥을 고추장으로 양념하고, 김밥 속재료들을 서둘러 준비한 후 김밥을 말아준다. 두 번째도 끝났다. 미니 떡갈비도 간단하게 양념하고 구워낸다. 떡꼬치는 떡을 오븐에 구워내고, 양념은 전날 미리 만들어 둔 것을 데워준다. 다과로 준비하는 거라 양이 많지 않아 금세 준비가 끝났다.  모두 통에 담아서 서둘러 집을 떠난다.


이날의 행사 장소는 스트라스부르의 한 지역구의 문화센터였다. 무료지만 미리 신청자를 받아 진행한다고 했다. 그저 오픈 형태로 하면 아무 생각 없이 오는 사람들이 많아, 붓 같은 게 망가질 것을 우려해서였다. (이제 투어 시작인데 붓이 망가지면 안 되니까) 아뜰리에 장소에 도착하니 스무 명 남짓한 외국인들이 붓을 들고 화선지에 글씨를 쓰고 있었다. 나는 인사만 꾸벅한 후, 미리 준비되어 있는 식기류들을 꺼내서는 음식을 세팅하기 시작했다. 커다란 까만 쟁반에 음식이 돋보이게 담아내고, 핑거푸드로 가볍게 먹도록 이쑤시개와 같은 것들로 음식에 꽂아준다. 음식 순서는 내가 생각했을 때 먹는 순서대로 차려둔다. 참치쌈밥 먼저, 그다음 고기 미니떡갈비, 그다음 자극적인 고추장비빔김밥, 마지막 한국식 디저트로 떡꼬치 순이다. 금방 모두 차려냈다. 지친 몸을 구석 자리에 앉아 쉬며 아뜰리에를 구경했다. 아뜰리에는 막바지였다. 마지막으로 서예가 분이 퍼포먼스로 글씨를 쓰더라. 글씨라기보다는 그림과 같았다. 멋지더라.

끝나고는 준비된 음료, 알자스 스파클링 와인 (Crement)로 함께 건배사를 한다. 다음에 또 만나기를 기원한다는 말로 서예가 분이 인사를 하셨다. 박수를 친다. 이제 사람들이 내가 차린 음식들을 가져다 맛보기 시작한다. 서예가분과 매니저로 동행한 동생분이 떡꼬치가 한국의 맛이라며 내게 칭찬을 안겨줬다. 고마웠다. 전보다 인원이 적어서 수월하기도 했고, 핑거푸드로 나름 테마를 정해 준비하다 보니 조금은 새로워서 즐거웠던 날이었다. 그리고 결과가 성공적이라 뿌듯하기도 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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