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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하는 사랑, 그 아픔에 대하여

by 이확위 Mar 19. 2025

드라마를 보면, 남녀 주인공의 러브스토리보다 가슴 아픈 서브남주를 더 응원하곤 했다. 보통은 서브남주 배우를 더 좋아한 이유도 있지만, 어쩐지 안타까운 짝사랑에 더 응원하고픈 마음이 들곤 하더라. 생각해 보면, 그런 가슴 아픈 짝사랑을 경험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짝사랑이라면 짝사랑이었지만, 상대에게 전하지 못한 그런 애절한 사랑은 아니었다. 나의 경우라면, 헤어지자 말하고- 내가 그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러니, 정리 못한 감정이었다고 하자. 그 감정을 상대가 상대해 주었기 더욱 정리하지 못하고 지속되었다.


상대의 이별 사유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른 글을 통해 이별의 이유들에 대해 얘기를 해보려 하니, 생략하겠다. 그는 헤어지자 말했고, 나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어릴 적 치유되지 않았던 “분리불안장애”의 영향인지, 나는 이별이 나의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는 기분이었다. 세상이 흔들리는 것 같았고, 이러한 거절은 겪어본 적이 없었기에 감당할 수 없었다. 어쩌다 헤어진 이후에 다시 보게 됐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헤어지자 말한 후, 기억은 나지 않지만 다시 데이트 같은 약속이 있었고, 평소보다는 조금은 더 꾸미고 나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만남을 가지고, 나는 그가 다시 나를 좋아하길 바랐고, 어째서인지 그는 나를 그의 집으로 데려갔다. 그는 절대 나에게 다시 “사귀자”라는 말을 하지 않았고, 그 누구에게도 우리가 만나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실제 “공식적”으로 사귀던 시간보다 더 오랜 시간을 남몰래 만났다. 그렇게 함께 있을 때면, 종종 그가 내게 말하곤 했다. 나중에 내가 자기를 원망할 거라고.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 좋았던 나는, 아니라고 하지 않으면 그가 다시 만나주지 않을 것 같아, 아니라고 말했다. 나는 절대 원망하지 않을 거라고.


그에 대한 감정이 모두 정리된 후에 생각해 보면, 나쁜 새끼인 거다. 내가 자신을 좋아하는 맘을 다 알면서, 떨구지 않고- 사귈 맘은 없으면서, 계속 이용한 거니까. 그러나 그 당시에는 몰랐다. 그저, 내가 그에게 최선을 다하고 계속해서 옆에 있어준다면, 그가 다시 함께하자 할 것 같았다. 그렇게 정리되지 못한 감정은 계속되었고- 각자의 일상 속에서 만나기는 어려웠지만 계속해서 연락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그가 친구의 주선으로 소개팅을 했단 것을 전해 들었다. 그에게 소개팅을 주선한 친구는 우리가 헤어진 이후에도 만나고 있었던 것을 몰랐을 터이니, 한참 전에 헤어졌던 것이니 자신이 아끼는 동생을 소개해준 것이었다. 둘이 잘 되어가는 것 같다며 나에게 “괜찮지?”라고 묻더라. 나는 당연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우리가 사귄다 할 때, 안 어울린다고 말하던 그 친구였었기에 그 당시에 기분 나빴던 감정이 남아있기도 했고, 이미 소개해주고 잘되어 가는 것 같다고 말하면서 그때서야 내게 괜찮냐고 묻는 건 나에게 어떤 대답을 바라는 건지. 나는 기분이 상했다. 아마도 이 친구는 나에 대한 평가보다 그 사람에 대해 더 좋게 평가하고 있었던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그의 상대로 내가 영 아니었나 보다고, 그렇게 생각했더랬다.


그날 밤, 그가 퇴근했을 즈음, 전화를 했다. 전해 들었다며 소개팅을 했느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하더라. 잘되어간다고 전해 들었다 말했다. 그가 별일 아니라는 듯이 계속 연락해도 된다더라. 그때는, 직접 만나고 있지는 않았으니 그가 양다리나 뭐 그런 것은 아니다. 애초에 우리는 사귀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다만 그는 내게 배려심 따위는 전혀 없었다. 그는 나를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연락해도 괜찮다고 말하는 순간, 바로 그 순간 나는 뭔가 깨달았다. 그가 괜찮다고 한들, 새로운 여자를 만나는 그에게 마음을 품고 연락하는 건, 상대의 여자에게 예의가 아니었다. 나는 비로소 알았다.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이 아니다. 우리가 다시 사귈 일은 없을 거다. 이 관계는 여기서 끝이다.’라고 말이다. 전혀 마음이 아프지도 않았다. 아마도 서서히 내 마음은 정리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니 난 애절한 짝사랑을 해보진 못했다. 혼자 좋아했던 시절은 있지만, 상대도 뻔히 알고 있었고, 내 마음에 같이 상대해주기도 했으니까- 남들이 보기엔 짝사랑일 시절에도 나는 콩고물 정도는 받아먹고 있었다. 그래서, 나의 사랑은 그다지 애절하지는 않았다. 다만, 조금은 서글펐다. 함께 나란히 있으면서 내 손을 어루만지면서도 내게 다시 하지 않는 그 한마디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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