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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치마

by someformoflove


조용한 밤이었다. 방 안에는 불빛 대신 희미한 달빛이 깔려 있었다. 너는 내 옆에 앉아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네 옆모습을 보고 있자니,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완벽해서 불안해질 정도였다. 이런 순간이 영원할 수는 없겠지.


“왜 또 그렇게 봐?”

네가 고개를 돌려 내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냥.”

“그냥은 또 뭐야.”

“네가 좋으니까.”


그 대답이 허무했는지, 네 입가에 작게 웃음이 번졌다. 나는 너의 이런 표정을 볼 때마다 느낀다.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겠다고.


너는 내게로 몸을 돌려 침대에 누웠다. 팔을 베개 삼아 뒹굴면서 천장을 바라보는 너의 모습은, 아무렇지 않게 내 마음을 흔들었다.


“있잖아.”

네가 말을 꺼냈다.

“넌 내가 그렇게 좋아?”

“응.”

“얼마나?”

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 이런 질문에 대답하려면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모를 만큼, 네가 나에게 차지하는 자리가 너무 컸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떠올랐다.


“좋아한다고 말하기에는 좀 부족해.”

“왜?”

“이제는 내가 너 같거든.”


내 대답에 너는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무슨 말이야, 그게?”

나는 천천히 네 손을 잡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이제 뭘 하든, 어디에 있든, 무슨 생각을 하든 네가 항상 그 안에 있어. 내가 웃을 때도, 내가 힘들 때도, 내가 어떤 결정을 할 때도. 다 너 같아.”


네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나를 가만히 바라보던 네가 이내 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런 말은 참 잘해.”

“진심이니까.”


너는 내 손을 살짝 쥐며, 바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너도 참 신기하다. 내가 네 안에 있다는 게.”

“왜?”

“가끔은 내가 나조차도 모르겠는데, 너는 그걸 다 품고 있는 것 같아서.”

나는 너를 가만히 끌어안으며 작게 속삭였다.

“괜찮아. 나는 네가 나라는 게 참 좋아.”


너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신 내 품 안에서 천천히 눈을 감았다. 방 안의 고요함 속에서 너의 숨소리만 들렸다. 그 순간만큼은 너와 내가 하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날 밤, 너는 깊이 잠들었다. 나는 네가 곁에 있다는 사실이 마냥 기뻐서, 한참 동안 너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네가 없는 나는 이제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네가 웃는 날엔 내가 웃고, 네가 힘들면 내가 아프다.


아마 나는 앞으로도 이런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네가 내게 묻는다면 늘 같은 대답일 거다.

“네가 곧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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