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하게 빛나던 시절,
내가 지닌 색은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다웠다.
아침 햇살을 닮은 따뜻함과
늦은 오후의 평온함을 품은 색,
그것으로도 나는 만족했지.
하지만 너와 함께하면서,
나는 그 빛이 서서히 바래가는 걸 느꼈다.
바람에 스치는 낙엽처럼,
나의 색은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달라졌다.
새벽의 안개처럼 흐릿해지기도 하고,
저물어가는 노을처럼 깊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변화는 결코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나의 색이,
너와 함께하면서 변해가는 과정이
무언가 더 완전한 것으로 느껴졌다.
나 혼자만의 빛도 충분히 고왔지만,
너와 함께여서 바래지는 색조차
더없이 편안했다.
그 변화는 마치 오래된 벽에
시간이 쌓여 만들어낸 따뜻한 흔적 같았고,
함께 걸은 시간 속에서
나의 색이 너의 색과 뒤섞여가는 모습은
아주 자연스러웠다.
너로 인해 나는,
내가 아닌 더 큰 무언가로 물들어갔다.
그것이 너의 색이라서,
그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나에겐 기쁨이었고, 안식이었다.
나의 빛은 이제 너의 흔적을 머금고 있다.
그리하여 바래지더라도,
그 색이 너로 인해 변해간 것이기에
나는 그것을 더없이 소중하게 여긴다.
나의 색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고,
너와 함께 변해간 그 모든 시간이
내 안에 깊숙이 새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