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버지가 싫었다.
어릴 적 내 기억 속의 아버지는 항상 자신만을 위한 사람처럼 보였다. 하고 싶은 일을 다 하고, 가족에 대한 책임은 뒷전인 사람. 아버지는 집안일을 거의 도우지 않았고, 어머니가 혼자 아이들을 돌보며 생계를 책임졌다. 집에 돌아와도 그저 피곤하다는 이유로 방에 들어가 버리곤 했고, 나와는 거의 말을 나누지 않았다. 그때의 나는 그가 너무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그를 미워했다.
시간이 흘러, 이제 나도 아버지가 되었을 법한 나이가 되었다. 어느 날 집에 돌아와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던 순간, 문득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고양이를 조심스럽게 쓰다듬는 나의 손길, 깰까 봐 조심스러워하며 이내 돌아서는 내 모습이 이상하게 아버지를 닮아 있었다. 어느새 나는 그가 내게 남긴 기억 속의 모습과 겹쳐지고 있었다. 어릴 적, 내가 잠들었을 때 방에 들어와 나를 바라보던 아버지의 묵묵한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 나는 아버지의 침묵을 무관심이라 여겼지만, 어쩌면 그것이 그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어느새 그가 처음으로 아버지가 되었을 때와 비슷한 나이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가 겪었을 혼란과 무거움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나를 바라보듯, 그도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방황하고 있지 않았을까. 그도 처음 아버지가 되는 법을 배워가고 있었을 것이다. 아버지가 되는 것, 그 무게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 역시 그것을 혼자서 짊어져야 했다. 아버지 역시 완전한 어른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는다.
돌이켜보면, 아버지는 그저 아버지 역할을 처음 해보는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 자리를 채우려 했을 것이다. 서툴렀을 것이다. 나는 그가 우리를 돌보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그에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것뿐이었다. 어른이 되는 일, 특히 아버지가 되는 일은 그에게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었을 수 있다. 나는 그저 그를 나무랐고, 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모습에 실망했지만, 이제 그가 자신의 길에서 얼마나 혼란스러웠을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릴 적 나는 항상 아버지가 강해야 한다고 믿었다. 가족을 지키고, 책임지고, 헌신하는 모습이 아버지의 당연한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그 역시 어른으로서 자기 삶을 감당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들었을 것이다. 그는 어떻게 아버지로 살아가야 할지 몰랐고, 그 자리에서 계속 헤매고 있었을 것이다. 그도 처음으로 아버지가 된 사람일 뿐, 완벽할 수 없었고, 그 서툰 모습이 나에게는 너무 낯설고 멀게 느껴졌던 것이다.
이제는 아버지를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이가 들어 보니, 삶의 무게는 때로 우리를 완전히 감싸버리고, 어떻게 그 무게를 지고 가야 할지조차 모를 때가 많다. 아버지에게는 그 무게가 더욱 막막했을 것이다.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책임을 지면서도, 그도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여전히 성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서른일곱의 봄, 고양이를 쓰다듬던 그날 나는 과거의 아버지를 떠올리며 그가 겪었을 어려움과 방황을 생각하게 되었다. 나도 아직 서툴고, 때로는 어른답지 않게 느껴진다. 어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여전히 선명하게 알지 못하지만, 그 역시 그랬을 것이다. 아버지라는 자리에 서서도 여전히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애썼던 모습이었을 것이다.
이제야 조금씩 아버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