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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Dec 23. 2023

안녕 , 2023년

마치 한해를 마무리하는 글처럼 보이지만 , 많은 이야기들을 쏟아내려 한다. 그러고 싶은 마음이다.


첫째, 가스라이팅.

10년 넘게 우상에게 기대하고 의지하고 그 사람만 쫓으면서 지냈던 세월. 너무나도 아팠다. 그 때는 내가 건강하지 못한 방식으로 그 사람에게 기대고 있는지 몰랐다. 그 사람이라면 나를 이 지옥같은 바보같은 성격과 표정에서 구원해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시선을 조금이라도 바꾸려는 의지만 있었더라면 스스로 연습해볼 수도 있는 일이었다. 왜 그렇게 그 사람만을 의지했을까. 그 사람의 선동적인 말버릇과 열정은 다른 사람들을 그 사람 곁으로 모이게 하기에 아주 충분했고 훌륭했다. 그러나 지금 이렇게 와서 생각해 보면 적절하지 않고 건강하지 못한 방식으로 의지했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순간 순간 그 사람이 한 말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그런 말들이 생각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리고 추천해준 책들도 잊지 못해서 홀로 꼬약꼬약 읽고있다. 모두 진화론적이고 과학적인 책들인데 그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는 전혀 관심도 없던 책들이었다. 그 책들에 지난 10년간 집착했던 덕분에 책과 친해 책이 없으면 불안한 사람이 되었다. 뭔가 읽어야 될 것 같고 그런 기분이 드는 것이다. 가스라이팅 후유증의 미래를 장담할 순 없지만, 그 책들을 안읽기로 결정해 본다. 나중에, 아주 나중에 그 사람 생각이 요만큼도 나지 않을 때 꺼내보면 그 땐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그럴 일은 없겠지. 아예 안읽으면 안읽었지, 그것들을 피해서 읽게 될 것 같다.


둘째, 꿈.

나의 꿈은 쓰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으나, 어쩌다 보니 전공에 걸맞는 꿈이 생겨버렸다. 순수하게 전공에 대해 생각해보고 초심으로 돌아가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나 , 모르겠다. 직장인 동호회라도 나가며 전공관련 일을 접해보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핑계는 한 가득이다. '일 하나만 해도 힘들텐데 동호회까지 두개 씩이나? 그리고 너 교회도 가고싶잖아. 어떻게 하려고 하니?'

갑자기 불현듯 찾아온 꿈. 나도 하고 싶다는 꿈. 과정에서 희열을 느끼고 싶은 그 꿈이 너무나 강렬해서 지금도 가슴이 아려온다.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 나를 사랑해주기 위해, 한번은, 인생에서의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에 한 번은 이기적인 선택을 내리기를 바란다고 어느 배우가 말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눈물이 찔끔났다. 그 선택 무서운 거 아니잖아. 일을 때려치겠다는 것도 아니고. 근데 또 하나의 핑계가 발목을 잡는다. '부모님이 보기에 한숨쉬는 일이면 어떡해? 내가 연습하고 있는 모습이라도 본다면 한숨만 푹푹 쉬실것 같은데. 그 순간을 당당하게 견딜 수 있겠어?' 모두 다 핑계다. 하고 싶으면 하는 건데 난 또 공부도 하고 있다. 역시 하고 싶은게 많은 꿈쟁이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근데 하고 있는 일을 하면서 내 꿈, 이뤄갈 수 있을까?

걱정 또 걱정이다. 내 꿈에게 미안한 순간이다.


셋째, 그 둘의 혼합.

내 꿈과 그 사람으로부터 가스라이팅을 나 자신에게 시킨 것은 연관되어 있다. 혹여나 내가 들키면 어떡하지, 내 꿈을 이루어갈 때 그사람을 만나게 되면 어떡하지 하는 우려가 드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쓸 데 없는 우려일 수 있다. 내가 나중에 죽을 때 가장 후회가 덜하는 방식으로 살았다면 그것은 참 좋은 인생일 것이다. 그 인생에 있어서 하나의 티끌은 그저 먼지 일 뿐이다. 만나든 말든 상관 없어하는 멘탈이 중요할 것이다. 다 알고 있는데 실천이 안되는 나의 답답함.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넷째, 일(JOB)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모르던 내가 아직도 부끄럽지만 그들에게 말을 걸고 시간 관리를 해주고 진도도 꼼꼼히 체크해가며 요새는 그들에게 추천해 줄 영화까지 챙겨본다. 많이 성장했다. 아직도 허점이 있고 단점이 있고 종종거리며 걱정하지만, 그래도 난 감사하다. 이런 일과 좋은 상사와 동료를 만날 수 있어서 말이다. 그러니 이 일을 떠나기 여간 아쉬운 것이 아니다. 급여도 그렇지만 근무 환경이 나에게는 제격이고 좋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꿈만을 쫓는 것은 현실을 외면하는 일이기에 쉽게 이 일을 그만 둘 수가 없는 것이다. 이 또한 감사할 일이다. 자의로 그만 둘 수 없으니 얼마나 좋은가. 자칫 맘에 들지 않는 일을 하거나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힘들게 하면 현실을 외면하고 꿈만 쫓다가는 꿈까지 저당 잡히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감사하다.


다섯째, 계획

이번 년도는 계획을 세우지 않고 공부를 하고 일을 하고 많은 것들을 했다. 그러니 2024년이 오기 전에 언제가 기념일이고 언제 돈이 많이 나가는지 체크를 해볼 일이다. 계획을 세우지 않고 많은 것들을 하다보면 한꺼번에 스트레스와 번아웃이 몰려온다. 에너지를 발에 불이 떨어졌을 때 막판 스파트를 내려고 쓰기 때문에 건강에도 좋지 않다. 그러니 하려는 모든 일, 나눠서 너무 스트레스나 자극을 받지 않게 계획을 세우는 것도 나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일일 것이다.


여섯째, 운동

이번년도는 운동을 거의 안했다. 가끔씩 계단에 오르거나 팔굽혀펴기, 실내자전거, 스쿼트 등을 했는데 꾸준하지 않아서 효과를 보지 못했다. 운동도 계획을 세워서 체력을 길러나가야 겠다.


일곱째, 영어공부와 스토리텔링

내 일에 가장 관련된 것인데, 아무래도 유학다녀온지 너무나 오래됬기에 많이 잊어 버린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말의 기술에 대한 공부와 대인관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공부도 필요하다.


점점 뒤로 갈 수록 있었던 일에서 해야할 일들로 바뀌어 가는 것을 느꼈고 하고 싶은 이야기도 급하게 짧아졌다. 새해 , 새 마음가짐도 중요하지만, 꾸준함도 굉장히 중요하기에 계획에 따라 꾸준히 뭐든 하는 2024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2024년에도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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