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눈비가 뿌리고 있으니 어쩌면 잠시 후에 눈송이로 바뀌어 이 저녁을 온통 하얗게 뒤덮을지도 모르니 이곳 강변의 여관에서 자고 가기로 합니다. 창문을 열어놓고 맥주를 한 병 마시는데 몸이 술을 마시지 말라고 하네요. 이야기할 사람이 없으면 술을 마시지 말라고 몸이 말을 걸어옵니다. 그럼요, 술은 정말 정말 좋은 사람이랑 같이 하지 않으면 그냥 물이지요. 수돗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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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에 갈까요. 멍을 덮으러, 열을 덮으러 삿포로에 가서 쏟아지는 눈밭을 보며 술을 마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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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에 갈까요.
이 말은 당신을 좋아한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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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물들기 쉬운 사람.
많은 색깔에 물들었으며 많은 색깔을 버리기도 했다. 내 것인 듯하여 껴안았고 내 것이 아닌 것 같아 지워 없애거나, 곧 다른 색으로 이사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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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좋다,라는 말은 당신의 색깔이 좋다는 말이며, 당신의 색깔로 옮겨가겠다는 말이다. 하지만 당신 색깔이 맘에 들이 않는다,라는 말은 무의식적으로 했을 경우, 당신과 나는 어느 정도의 거리를 지켜야 하는 사이라는 사실과 내 전부를 보이지 않겠다는 결정을 동시에 통보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