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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 들

by 박은실

포스트카터의 자전적 소설인『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 들』은 어린 왕자만큼이나 널리 알려진 책이다. 굳이 어린 왕자에 비유하는 이유는 어린이보다는 어른이 읽어야 하는 동화 같은 책이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유의 깊은 의미로 점수를 매기라고 한다면 나는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처음에 읽은 책은 개정 전이었던 것으로 조금 낡았던 것이었다. 어느 날 서가에서 먼지에 싸여 있더니 그나마도 사라져 버렸다.

어느 날, 저녁 식탁에서였다. 이런저런 대화가 빈약한 식탁을 채워가던 중 오랜만에 자세히 바라본 남편의 얼굴은 세파에 찌들고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려 꼬질꼬질 하다 못해 시커멓게 변해있었다. 독서란 것은 인간이 하는 것은 아니라는 신조로 아예 책 한 권 제대로 읽지 않고 이제까지 살아온 남편이었다. 99% 알프스 청정수라도 길어다 먹이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알프스 물을 한 번 먹었다고 해서 금방 효과가 나타날까 싶기도 했고, 그 물을 길러 알프스를 찾아갈 만큼 지극 정성이 있는 마누라도 아니었고... 하여 이 책을 권해보았다.

마지막 책장을 덮은 남편은 해맑게 웃으며 역시!라고 첫 번째 손가락을 치켜올렸다.

그러면서 “어른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야.”라고 했다. 물론 그 후로부터 최소 일주일 정도는 얼굴색이 뽀얗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칙칙함은 사라졌었다. 지금? 다시 시커메졌다. TV뉴스를 보면서 쌍시옷자를 날리니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거실 장 앞에 다시 이 책을 올려놓아야 할 때인가 보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 책 속에도 정치에 대해 나오는 구절이 있다. 주인공인 체로키 인디언 핏줄인 '작은 나무' 같은 정치가가 있다면 세상이 환해지지 않을까 생각하며 책 속의 명대사를 올려본다. 혹시 이 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흘리는 독자가 있다면 그건 필시 마음이 작은 나무처럼 되어가는 증거이니 걱정하시지 말시기를...



할머니는 누구에게나 두 개의 마음이 있다고 하셨다. 하나의 마음은 필요한 것들을 꾸려가는 마음, 다른 한 가지 마음은 영혼의 마음. 만일 몸을 꾸려가는 마음이 욕심을 부린다면, 영혼의 마음은 점점 졸아들어서 밤톨보다 더 작게 된다. 몸이 죽어도 영혼의 마음은 그대로 남아 있어 평생 욕심부린 사람들은 죽고 나면 밤톨만 한 영혼밖에 남지 않는다. 그럼 다시 태어날 때에는 밤톨만 한 영혼만을 갖고 태어나서 세상의 어떤 것도 이해할 수 없게 된다고 하셨다.


마음을 더 크게 가꾸는 비결은 상대를 이해하는 데 마음을 쓰는 것뿐이라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커지면 영혼의 마음도 커진다고 하셨다.

사랑한다는 건 결국 이해한다는 것과 같은 뜻이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사랑할 수는 없다고 하셨다.



"네 마음속에는 두 마리의 늑대가살고 있단다. 한 마리는 사랑과 평화를 좋아하는 늑대,다른 한 마리는

시기, 질투를 좋아하는 늑대가 있단다."

"그러면 둘이 싸우면 어느 쪽이 이기나요?"

"네가 밥을 주는 쪽이 이긴단다.

우리 안에 두 성품이 있는데어느 것이 발현되는 가는 네가 먹이를 주는 쪽이란다."


영혼의 마음은 근육과 비슷해서 쓰면 쓸수록 더 커지고 강해진다. 마음을 더 크고 튼튼하게 가꿀 수 있는 비결은 오직 한 가지, 상대를 이해하는 데 마음을 쓰는 것뿐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사랑과 이해는 같은 것이었다. 할머니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사랑할 수 없고, 또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는 더더욱 없다. 신도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를 하시곤 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서로 이해하고 계셨다. 그래서 두 분은 서로 사랑하고 계셨다. 할머니는 세월이 흐를수록 이해는 더 깊어진다고 하셨다. 할머니가 보시기에 그것은 유한한 인간이 생각하거나 설명할 수 있는 것들 너머에 있는 어떤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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