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새롭고 예쁜 카페를 보여준다는 것은 날 사랑한다는 뜻이지?
나는 커피를 좋아한다. 매우!
카페에서 오랜 시간 일했고, 하루의 절반이 지날 때까지 커피를 스스로에게 먹여주지 않으면 탈이 날 정도로 카페인에 매료되어 있다. 건강한 습관은 아니지만 아무튼 그렇다. 카페에 가면 하는 일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우선 커피를 시킨다. 자리로 가서 노트북을 꺼낸다. 노트북을 켠다. 와이파이를 연결한다. 오늘 할 일을 확인한다. 커피가 나왔단다. 커피를 받아온다. 마신다. 맛있다! 어디까지 했더라, 아. 이 일을 해야 하는구나. 헤드폰을 노트북에 연결한다. 해야 할 일을 시작한다. 그러다 질리면 집으로 향한다.
이것은 물론 내가 좋아하는 내 삶의 일부이자 최대한 여유롭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렇지만 언제부터였을까? 나는 항상 가던 카페로 향했다. 집에서부터 거리 순으로 최대한 가까운 카페에서, 눈치 보지 않고 할 일을 끝마칠 수 있는 환경에서 주어진 일을 하기 위해 카페에 향했다. 집 밖으로 나가서 뭔가를 한다는 것은 내게 활기를 북돋아주는 일이긴 하다. 집에서는 휴식모드가 꺼지질 않으니 한없이 늘어져서 밖으로 향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카페는 그냥 커피를 마시러 가는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밀린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 될 수도 있고, 아무튼 다양한 의미를 전해줄 수 있는 공간이다. 지금의 내게는 하나의 의미가 되었을 뿐이다.
친구를 만나면서도 일을 처리하기 위해 카페에 향한 적도 많다. 친구를 만나는 목적을 그 공간을 공유하는 것으로 달성하고, 그냥 묵묵히 서로 노트북을 두들기는 것이다. 재밌고 보람차긴 하다. 바쁘면 그마저도 어렵기 때문에, 또 함께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능률이 올라갈 때가 많다. 그렇지만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담소를 나누긴 어렵다. 또 노트북을 충전할 공간이 없으면 곤란하고, 두어 시간을 앉아 있을 테니 너무 작은 카페여도 안된다. 음악소리가 너무 시끄러워도 안되고, 이런저런 신경 쓸 점이 많아 결국 늘 가던 카페에 가게 된다. 학교 앞 카페나, 집 앞 카페나, 거기서 거기인 그런 곳들.
그런데 세상에는 예쁘고 좋은 것들이 참 많다!
안 가본 곳이 참 많고, 그중에서 내가 단골이 되고 싶은 카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 가보면 나는 평생을 모를 것이다. 그곳에서는 어떤 원두를 사용하고, 어떤 분위기의 곡이 나오는지. 주로 찾는 손님들은 누구인지, 사장님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기분 전환을 위해서 경치 좋은 곳에 가는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도 그럴게, 깔끔한 하얀색 책상으로 방 인테리어를 바꿨을 때 내 삶이 얼마나 쾌적해졌는지 모른다. 확실히 기분 전환이 됐고 마음 가짐이 달라졌다. 뭔가 열심히 살고 싶고 잘 될 것 같은 막연하게 들뜨는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새로운 카페를 찾아보자. 내가 자주 향하게 될 새로운 아지트를 만들어보자고 결심했다.
물론 이미 가던 카페들도 내가 애정하는 곳이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편하고 편하고 편해서. 그리고 조건형성이 되어있으므로 가던 카페에 가면 능률이 올라가는 뭐 그런 느낌은 있다. 무조건 그 자리에 앉으면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되니까 도움이 된다. 그렇지만 친구를 만날 때는 그냥 마음 놓고 만나고 싶을 때도 있는거다. 노트북 없이 가벼운 가방을 들고 커피맛을 음미하고 싶은 날도 있다. 휴일에는 버스를 갈아타더라도 검색으로 찾아둔 어쩐지 좋아 보이는~ 카페에 향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해보기로 했다. <생각 비우고 예쁜 카페 즐기기 프로젝트>를.
일주일간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친구들과 안 가본 카페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잡아보았다. 버스 2개를 갈아타고 30분간 달려서 찾은 카페가 두 군데, 더 나가서 1시간이 넘게 달려서 찾은 카페도 한 군데 있었다. 한 친구와는 어쩔 수 없이 노트북을 들고 만났지만, 다른 친구와는 노트북도 없이 만나서 엄청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처음에 노트북 들고 갈까? 하는 이야기를 꺼내긴 했다. 습관인지라. 그런데 그럴 거면 학교에서 만나자는 답변이 돌아와서 웃었다. 맞는 말이다. 오랜만에 봐서 안 그래도 반가운데 노트북을 사이에 두고 버석한 시간만 갖다가 돌아올 것이라면 그렇게 먼 걸음을 해서 새로운 카페에까지 뭐 하러 가겠냐는 생각도 들었다.
괜히 멀리 나왔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혼자서 다시 와야지 하는 생각은 들었다. 실제로 다시 가기도 했다. 나는 생활반경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사람이다.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든가 하는 마음이 강렬하게 든 적은 손에 꼽는다. 내가 정적인 사람인건지 개방성이 낮은 건지 모르겠다만 후자는 아닌 것 같으니까 아마 전자일 것이다. 그렇지만 항상 나가보면 달랐다. 나가보면 재밌고, 새로운 사람들도 알고 보면 반갑고, 특히나 예쁘고 커피 맛 좋은 카페는 대환영인데, 아무래도 새로운 경험을 하기 귀찮은 것이 컸던 것 같다. 이동하는 시간 등등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새로운 곳을 알아보기 귀찮기도 했고,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이런저런 자원이 많이 들어갔다. 그렇지만 어차피 살아야 하는 것이라면, 새로운 곳에 가서 내가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고 들뜰 수 있다면 그냥 가보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아무래도 나랑 평생을 살아야 하니까.
그렇다!
솔직히 사실 별 뜻 없이 시작했는데 후에 의미를 부여해 보자면 그렇다. 해석하기 나름인 게 세상이니 이해해 주시길. 요리를 하는 것이 우울한 기분의 전환에 도움이 되는 것은 나를 아껴주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나를 대접한다는 것은 내가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사람이라는 뜻이고, 실질적으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그 과정을 통해 느끼게 된다. 카페를 포함해 좋은 장소에 간다는 것도 그렇다. 내가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것을 보고 듣고 느낄 자격이 있는 사람이구나 자연히 깨닫게 된다. 나 자신과의 데이트는 정말 중요하다. 내가 휴식하고 여유를 되찾을 시간을 확보한다는 것은 그만큼 나를 아낀다는 의미다. 물론 그 시간이 확보가 안된다고 나를 아끼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그건 그냥 내가 바쁘다는 뜻이다.
하루하루는 참 바쁘게 돌아간다. 같은 일을 해도 스스로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에 따라 기쁨을 줄수도 있고 자신을 한없이 불행하게 만들 수도 있다. 내 머릿속이 너무 복잡하고 여유가 없는데 심지어 그 생활이 하나도 즐겁지가 않다면 분명 변화는 필요할 것이다. 이것이 나와의 데이트를 즐겨야 한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이렇게 힘든 세상을 오늘까지 살아준 나 자신이 너무 멋지고 대견해서라도 꼭 즐겨주었으면 한다. 카페가 아니어도 괜찮다. 사랑스럽고 좋고 즐겁고 기대되는 감정을 내게 전달해 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찾아가 보면 좋겠다. 내가 그걸 느낄 수 있도록 허락한다는 것은, 그 여유를 내게 할애해 준다는 것은 나를 사랑한다는 뜻이다. 평생을 함께 할 동반자인 자기 자신과의 데이트!
방문한 카페의 커피가 하나같이 맛있었다!
참고로 감상평이 매번 후하긴 하지만 모든 커피를 다 맛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다. 카페 내부가 하나같이 예뻤다. 만족. 찾아 간 가치가 있었다.
.... 그렇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버스 하나를 타고 30분을 가는 경로였다면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