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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hni Oct 27. 2024

가상현실 2, 인간이 만든 천국의 한계

<원더랜드>

영화 <원더랜드>는 근미래를 다루고 있다. 이 미래에는 죽은 사람 또는 의식 불명인 사람을 가상세계에서 만날 수 있다. 가상세계에 있는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이다. 현실세계에 살아있는 이들은 가상세계의 죽은 사람과 언제 어디서든 전화로 연결될 수 있다.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바로 ‘원더랜드’다. 영화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바이리’(탕웨이)와 ‘정인’(수지)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바이리는 일단 자신의 죽음을 사랑하는 딸에게 숨기기 위해서 원더랜드를 이용하고, 정인은 사고로 의식 불명이 된 ‘태주’(박보검)을 만나기 위해 서비스를 이용한다.


 내가 볼 때 이러한 영화의 설정은 가까운 미래에는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이 이제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자연스러운 대화를 하게 된 지금, 그리고 정교한 그래픽으로 실제와 구분이 안되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요즘을 생각하면 원더랜드 서비스가 정말로 출시된다고 하여도 놀라지 않을 것 같다. 죽은 사람이 생전에 가지고 있던 데이터를 모두 서버에 올려 놓으면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학습하여 그 사람의 생전의 모습을 그대로 복사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래서 원더랜드 서비스의 캐치 프레이즈도 ‘언제 어디서든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이다. 미래에는 더 이상 사람들이 죽은 사람을 그리워하거나 슬퍼하지 않는 삶을 선택할 수 있다.


 만약 원더랜드 서비스가 진짜로 구현이 된다면 ‘천국’은 더 이상 필요없지 않을까? 원더랜드 안에 들어가서 살면 더이상 늙거나 병들거나 죽는 일이 없는데? 필자도 돌아가신 어머니를 이렇게 만난다면 정말 좋은 서비스가 아닐까 생각해 봤다. 그야말로 천국과 전화연결 되는 거나 마찬가지일테니까. 


 그런데 더 생각을 해보면 문제점이 하나 둘 발견될 것 같다. 일단 대화를 하면서도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실제가 아니라 인공지능 캐릭터라는 사실을 계속 생각하면서 대화를 하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늙지도 않고 병들지도 않고 항상 좋은 이야기만 하는 인공지능에게 위화감을 느끼지 않을까? 원래 살아있는 사람들의 관계라는 것은 예측이 불가능하고 항상 즐거운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이런저런 것들을 생각하다보면 결국 원더랜드 서비스는 갈증에 바닷물 마시는 일과 똑같은 일이 아닐까 싶다.


 영화에서도 실제 이런 일이 일어난다. 혼수상태에 빠진 연인을 그리워하다가 가상현실의 연인을 만들어 버린 정인에게 실제 연인이 깨어나는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진짜 태주는 혼수상태에서 깨어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워 하고 여러가지 사건사고를 일으킨다. 정인은 자연스럽게 이상적인 연인인 가상세계의 태주를 찾게 된다. 하지만 결국에는 가짜를 지우고 진짜를 선택하게 된다. 이것이 인간들이 만든 천국이 가진 한계 아닐까? 이 천국은 서버가 파괴되거나 프로그램 오류가 발생하면 한 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는 세계인 것이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또 한 가지 영화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가상세계 속의 인공지능이 너무나 인간 같아서 그만 자신이 실제로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 죽은 존재라는 것을 알아차린다는 점이다. 바이리라는 인물이 그 사실을 깨닫고 자동차를 몰고 세상의 끝까지 가서 창조자를 만나려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 '트루먼쇼'가 연상되는 지점이다. 원더랜드 관리자는 당황하여 시스템을 중지시키려고 하고, 이런 바이리를 이생과 저승의 경계를 오가는 중간자 역할을 하는 ‘성준’(공유)이 겨우 말리게 된다. 내가 볼 땐 자기가 만들어진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 인공지능은 처음 보는 것 같다. 그래도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이런 일도 벌어질 수 있고 이는 곧 인간이 만들어 낸 천국이 오류 투성이임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성경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천국은 정말로 눈물이 없고 이별이 없는 좋은 장소임에는 분명하지만 정말 그 장소에 가야지 그곳이 어떤 곳인지 정확히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천국이 어떤 장소인지 궁금해하고 나름대로 상상력을 발휘해 보지만 결국엔 그 상상력이 걸림돌이 되어 버리고 만다.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천국이 존재한다면 우리가 천국에 대해 취하는 가장 좋은 자세는 오직 신이 우리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신다는 믿음 아닐까?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 영화도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고 있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죽은 이를 자기가 원할 때 언제든지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욕망 말이다.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너무나도 가슴 아픈 일이기에 이것을 해결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대중문화는 이렇게 이루어질 수 없는 꿈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의 소원이나 욕망을 대신 만족시켜 준다. 

 <원더랜드>는 결국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지 않고 영원히 함께 살 수 있기를 바라는 염원을 품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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