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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시대의 게임 활용법

<아바타>

by mhni

미국 공포 소설의 대가 스티븐 킹은 「셀(Cell)」이라는 소설을 발표한 적이 있다. 휴대전화(cellular phone)의 약자인 이 「셀」이라는 소설은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의 휴대폰에서 괴 전파가 흘러나오고 이 전파를 들은 사람들이 모두 미쳐버려 좀비처럼 된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물론 장르소설 특유의 과장된 표현이지만 요즘 스마트폰에 매여 있는 현대인을 볼 때는 그냥 웃으며 쉽게 넘어갈 대목도 아닌 것 같다. 지하철이나 버스 등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장소에 가면 하나같이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 화면에만 열중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급기야 한시라도 스마트폰이 옆에 없으면 불안 증세를 느끼는 사람들도 빠르게 늘고 있다. 모두 스마트폰에 정신이 팔려 노예가 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스마트폰은 내일 뭐가 튀어나올지 알 수가 없는 판도라의 상자다. 여기서는 온갖 게임, 웹툰, 동영상이 들어있어서 하루 종일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이들 스마트폰 콘텐츠의 특징은 또한 캐주얼(casual)하다는데 있다. 그야말로 깊이나 무게가 없고 간편하게 빨리 즐길 수 있는 가벼운 콘텐츠들이다. 그래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책에서는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는 것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한다. 스마트폰은 정보나 의사소통 자체를 단순화, 분절화 함으로써 깊이 생각하는 방법 자체를 잃어버린 뇌로 만들 수 있다. 저자는 현대인들이 건망증, 집중력 장애를 호소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 스마트폰을 이제부터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끊을 수 있을까? 물론 그런 극단적 선택을 하는 소수도 존재함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미래에는 콘택트렌즈처럼 눈에 장착하는 형태의 스마트폰도 나올 예정이어서 스마트폰은 점점 우리의 일상과 신체로 파고들 것이다.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wearable, 입을 수 있는)’ 기기의 발전은 이런 경향을 뒷받침해 준다.


이렇게 모두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점차 첨단화 되는 시대에 우리가 그 흐름을 벗어날 수 없다면 최대한 스마트폰을 유익하게 사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울러, 우리는 스마트폰이나 PC로 게임을 하는 젊은 게임세대들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기기와 게임에 익숙한 젊은이들은 일터에서도 재미를 추구하고, 목표(퀘스트)를 설정하고 정복하기 위해 도전하며, 그로인한 성취와 보상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미래 세대를 바르게 양육하기 위해서라도 스마트폰과 게임의 세계에 대해서 바르게 알 필요가 있다.


게임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그 중독성 때문일 것이다. 사실 상업적 게임을 만드는 회사로서는 중독성이 필수요소이다. 재미있지 않으면 사람들은 게임에 접속을 하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게임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가 없다. 십여 년 전에 필자가 다녔던 게임회사도 '어린 학생들이 밤을 새며 게임을 해서 코피를 흘리게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게임을 만들게 했다. 비교적 좋은 게임으로 분류되는 가정용 '닌텐도' 게임들도 매일매일 게임에 접속하게 만듦으로써 중독의 위험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게임에 중독되는 폐인들의 심리를 가장 잘 묘사한 영화가 있는데 바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타바>이다. <아바타>의 주인공 제이크 설리는 하반신이 마비된 해병대 대원이다. 그는 아바타에 '접속'하여 자유롭게 활동하다가 결국에는 판도라 행성을 구해내고,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아예 영원히 아바타의 상태로 살아가기로 결정한다.


제이크는 왜 과연 처음에 하반신이 마비된 인물로 그려졌을까? 그건 바로 그렇게 될 때 제이크가 경험하는 자유의 크기가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게임은 현실의 제약을 뛰어넘어 무한의 자유를 제공한다. 청소년들이 온라인 게임에 접속하는 이유도, 개인적인 자유가 없는 틀에 박힌 현실에서 도피하여 꿈과 모험을 즐기고 싶은 욕구 때문일 지도 모른다.

아바타 스틸컷.jpg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세상에서의 나는 각박한 사회 속에서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하는 나약한 존재이지만, 게임의 세상에는 세계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힘을 가지게 된다. 사람들은 사회의 격차가 커지고 불만이 많아질수록 상대적인 보상을 게임에서 찾으려고 할 것이다. 사회에서는 비록 왕따이고 빵 셔틀을 당하는 대상이지만, 게임 속에서는 누구에게도 무릎 꿇지 않는 막강한 고렙(고레벨) 캐릭터가 된다면 누구든 게임에 빠져서 살고 싶을 것이다. 이건 여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때 유행했던 ‘세컨드 라이프’나 ‘심즈(SIMS)’라는 게임을 보면 온라인 가상공간 안에서 제 2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 여기서는 천하절색의 미녀로 살아가면서 다른 멋진 이성과 연인이 될 수 있다. 이렇게 게임과 현실 사이에는 깊은 골짜기와 같은 괴리가 있다. 그 괴리 때문에 게임에 더 빠져드는 것이다.


스마트 시대에 게임은 좀 더 재미있고 중독적이 될 것이며, 진짜와 같은 사실적인 영상 기술로 젊은 세대를 유혹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세 가지 정도 방안이 있는데 이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첫 번째로, 게임중독과 스마트폰 중독을 만드는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사실은 우리를 둘러싼 사회 환경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게임에 대한 비판과 함께 그런 게임이 만들어지지 못하도록 제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열된 교육열과 경쟁으로 점철된 우리의 교육 환경도 돌아보아야 한다. 지금은 아이들이 놀지 못하도록 생활이 구조화되어 있다. 모두 학원에 가니까 학원엘 가지 않으면 같이 놀 친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노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노는 문화가 다양하지 못한 구조. 이런 환경이 청소년들을 PC방으로, 온라인 게임으로 보내는 것이 아닐까. 게임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눈앞의 수를 두기보다, 먼저 아이들이 다양하게 놀면서 창의성을 발휘하며, 자신만의 꿈을 꿀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두 번째로는, 게임으로 채울 수 있는 만족감에는 한계가 있고 현실에서만 누릴 수 있는 행복과 즐거움이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야 한다. 게임이 아무리 즐거움과 평안을 준다고 해도 그것은 프로그래밍된 인공지능 안에서다. 인공지능은 아무리 뛰어나도 현실의 따뜻한 인간관계를 대체할 수 없다. 어린이의 경우, 게임중독이 맞벌이 가정 등 부모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자주 발생하는 것을 볼 때, 가정에서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인생의 여러 가지 문제를 가정에서 해결할 수 있을 때 아이들은 가상세계를 도피처로 삼지 않을 것이다.

세 번째로, 게임 또는 스마트폰에 빠지지 않기 위한 규칙을 세우고 실천하는 것도 필요하다. 「게임중독 탈출학교」라는 책에는 이런 규칙들이 나온다. 하루에 한 시간씩만 게임하기, 게임 시간이 끝나면 곧바로 컴퓨터 끄기, 컴퓨터를 끈 다음에는 매일 게임 일기 쓰기, 시간이 날 때는 운동하기. 이것들은 모두 어린 친구들을 위한 규칙이다. 부모님을 위한 규칙도 있다. 일찍 집에 와서 아이와 함께 하기, 아이와 많은 대화하기, 함께 게임하기, 함께 운동 또는 여행하기 등...


지금까지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중독은 게임에도 문제가 있지만 중독에 빠지게 하는 환경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실세계만이 줄 수 있는 관계의 즐거움을 부모와 아이가 가정에서 만들어 가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극적인 탄산음료 같은 게임보다는 영원한 생수이신 예수님과 함께하며, 그 분의 은혜 안에서 참된 평안과 즐거움을 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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