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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천국

<그녀>

by mhni

처음에 필자가 신한은행 광고로 ‘로지’를 보았을 땐 솔직히 ‘못생긴 애가 춤은 잘추네?’였다. 그도 그럴것이 광고 자체도 짧은데 등장인물이 춤을 추느라 빨리 지나가서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어디서 춤 좀 추는 젊은 여성을 데리고 왔나보다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인물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 ‘사람이 아니었다구?’


요즘 ‘버츄얼 휴먼’(가상인간) 또는 ‘디지털 휴먼’을 논할 때는 항상 선두에 나오는게 앞서 말한 ‘로지’다. 22살인 그녀는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라는 기업이 만든 디지털 인간이다. 얘길 들어보면 제작사는 사람들이 로지에게 친근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 일부러 못생기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녀는 전형적인 동양인의 외모에 친환경 운동을 하는 사교적인 젊은이로 MZ세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사실 버츄얼휴먼도 조상님이 있는데 바로 ‘아담’이라는 사이버가수다. 아담은 훤칠한 비주얼과 함께 90년대 후반에 등장했지만 누가봐도 그래픽이라는게 티가 나서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한때를 풍미했다가 사라졌던 다른 기술과 마찬가지로, 버츄얼휴먼도 이제 발전한 CG기술, 음성기술, 인공지능 기술 등이 합쳐져서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로지가 등장한 이후에 다른 버츄얼휴먼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SNS 공간에서 인플루언서로 활동한다. 진짜 살아있는 사람처럼 SNS를 하면서 일상을 공유하며 동시에 광고와 마케팅 활동을 진행한다.

이렇게 ‘버츄얼 휴먼’이 각광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첫 번째의 이유는 이들이 환경의 제약을 받지 않고 24시간 활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뻔한 이야기겠지만 이들은 자고 먹을 필요가 없다. 그리고 인터넷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기 때문에 공간의 제약도 없다. 인간의 신체가 없으므로 질병도 안 걸리고 사고를 당할 일도 없다. 자가격리 등으로 스케쥴에 펑크날 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생활이 매우 깨끗하다. 음주운전을 할 일도 없고 약물복용도 안 할 것이며 이성과의 사이에서 문제를 일으킬 일도 없다. 무엇보다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으니 그야말로 ‘불로장생’ 캐릭터가 아닌가!


이들이 이슈가 되는 것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고도의 디지털 시대라는 것을 잘 대변한다. 우리는 대부분 연예인을 실제로 보지 못하고 매체를 통해서 접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디지털 휴먼 또한 매체를 통해서 접하게 되므로 별반 차이가 없다. 거기에 이제 사람들은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으로 소통하는데 익숙해졌다. MZ세대는 디지털에 익숙할뿐더러 새로운 변화를 소화하는데에도 익숙하다. 메타버스, 버츄얼휴먼 모두 미래세대에게는 진짜 세상과 다를 바 없이 현존하는 또 하나의 세상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버츄얼휴먼은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 두 가지 관점에서 상상해볼 때, 버츄얼휴먼의 하드웨어(외양)은 점차로 진짜 사람처럼 변해갈 것이다. 곧 지금 화면 상으로 보는 사람인지 실제인지 아니면 CG인지 전혀 구분할 수 없을 것이다. 여기에 인공지능이라는 소프트웨어 탑재된다면 어떨까? 현재 인공지능은 머신러닝 등 스스로 학습하면서 점차 사람처럼 변해가고 있다. <그녀>라는 영화를 보면 인공지능 ‘사만다’가 거의 사람과 동일한 수준으로 남 주인공과 대화를 주고 받고 서로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댄 브라운 소설 「오리진」에서는 구겐하임 미술관 안내를 맡은 ‘윈스턴’이 나오는데 랭던 교수는 뒤늦게야 그가 인공지능인 것을 알아낸다.

그녀 스틸컷.jpg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위에서 말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결합된다면 어떨까? 디지털의 공간에서 실제 사람처럼 살아움직이는 인간이 탄생하지 않을까? 조금 더 상상력을 확대하면 현재 생존해 있는 사람의 복제인간을 가상세계에 집어넣을 수 있지 않을까? 죽은 사람도 부활시키는 일은? 고인이 남긴 많은 글, 사진, 음성과 같은 데이터를 인공지능에 집어넣는다면 불가능할 것 같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인물들을 메타버스를 통해서 가상현실로 들어가서 직접 만날 수 있다. 나중에는 죽은 이들을 만날 수 있는 ‘천국’이라는 가상현실 플랫폼이 오픈할지도 모른다. 여러 첨단기술들이 어우러지면 이런 일들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실제로 MBC에서 방영된 휴먼다큐 <너를 만났다>를 보면 질병, 사고 등으로 안타깝게 헤어진 이들을 VR로 만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어 큰 사회적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인간복제, 죽은 자의 부활 등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일들이 가상현실에서는 가능해진다면 어떨까? 지금까지 하나님의 영역이었던 것이 이제 인간의 힘으로 구현되는 것 아닐까? 디지털 환경에 너무나 친숙하여 거부감이 없는 MZ세대에게는 이 현상에 대해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많은 질문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일들이 지금 바로 일어날 수는 없을 것이며, 의식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수준에 이르려면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만들어낸 인간이나 공간은 여러 가지 제약을 받는다. 당장 알 수 없는 재난으로 전기가 끊어지고 네트워크가 끊어진다면 그런 일에는 속수무책인 것이다. 버그나 해킹 문제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결국 완전한 천국은 하나님이 성경에서 말씀하신 그 ‘천국’밖에 없는 것이다.


‘버츄얼 휴먼’을 논하다가 너무 멀리 온 것 같다. 요약하자면, 이제 발전한 기술은 사람을 만들던지 또는 다른 세상을 창조하는 일에서 하나님의 영역을 넘보는 수준까지 왔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작업은 결코 완전하지 않다. 완전한 것은 불변하는 하나님의 말씀과 그 나라인 것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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