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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권하는 사회

by mhni

이번에는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필자는 작년 5월에 ‘게임문화 가족캠프’라는 행사에 초청을 받아 온 가족이 평창으로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이 행사는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문화재단이 주관하는 행사로 4인 가족 60팀 즉, 240명을 초청하여 게임대회, 게임관련 교육 등을 하면서 1박 2일 동안 숙식도 제공해주는 행사였다. 앞으로도 몇 번 더 행사를 한다고 하니 관심 있는 분은 위의 캠프를 검색해 보시기 바란다(관련 사이트에 가서 행사를 신청하면서 ‘우리 가족이 참석해야 하는 이유’를 잘 쓰면 당첨 확률이 높다).


행사의 내용은 단순했다. 첫째 날은 OX 게임 퀴즈대회, 카트라이더 게임대회가 있었고, 저녁 무렵에는 게임음악으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음악가가 본인이 게임을 직업과 연관시키게 된 계기를 특강 형식으로 얘기했다. 그 다음 날에는 브롤스타즈 게임대회를 하고 1박 2일의 짧은 행사가 종료됐다.


정부에서 숙박도 지원해 주고 경품도 푸짐하게 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다녀왔는데, 정부기관은 왜 이런 행사를 개최하는지 궁금해졌다. 내가 내린 결론은 게임이 하나의 디지털 문화로 자리 잡았으니 가족이 게임으로 서로 친해지고 함께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해주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게임은 코로나19와 디지털화를 경험하면서 아이들이 겪는 스트레스를 제한된 시간에 가장 손쉽게 풀 수 있는 방법인 동시에, 스트레스 해소와 아울러 문제 해결력, 사고력, 집중력, 창의력, 사회성을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게임을 그만하라고 무작정 다그치기 보다는 게임을 부모님도 함께 하면서 그것을 토대로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것도 어떻게 보면 지혜로운 방법으로 보인다. 친구들 사이에선 어떤 게임을 주로 하는지, 게임 속 세계관에 대한 이야기 등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대화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가 실제로 해본 바로는 쉽지가 않다. 필자는 이번 행사를 통해 ‘브롤스타즈’라는 게임을 처음으로 접해보았는데 중독성이 강한 게임이었다. 60여개가 넘는 다양한 캐릭터를 활용하여 10명 정도 한 방에 참여하는 상대 플레이어를 없애고 최후의 1인이 되면 되는 게임인데 한 판의 플레이시간은 길어야 3~5분밖에 되지 않는다. 그 짧은 시간의 몰입감이 대단하고 또 최후까지 살아남으면 성취감도 높으며, 주어지는 보상을 통해 캐릭터를 업그레이드하고 게임 아이템을 얻는 즐거움도 있다. 부끄럽지만 나도 이 ‘브롤스타즈’에 빠져서 굿즈를 살 정도였다. 위에서 말한 행사 덕분에 게임 하나를 배워가지고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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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주말 하루 한 시간만 플레이를 하는 것을 제한하였으나 문제는 자녀의 나이가 어릴수록 게임에 대한 생각을 끊어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게임을 하지 않는 나머지 평일의 시간들에 게임을 검색하고 게임을 생각하는데 시간을 보내는 것을 발견했다. 학교에서도 집중력이 떨어질 정도였다. 결국 패드에서 게임을 삭제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물론 내 모바일에서도 게임을 삭제했다.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하므로... 이것은 자녀들이 다니는 기독학교에서도 게임을 금하고 있기에 가능했던 일인 것 같다.


나는 이런 경험을 했지만 사회에서는 여전히 하나의 문화차원에서 게임을 권하는 것 같다. 사회에서는 아이와 함께 게임시간을 제한하고 대신 그것을 통해서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하나의 도구로 삼으라고 한다. 그리고 평균 게임시간(남자 1.63시간, 여자 1.18시간)보다 2시간을 더 게임에 투자했을 때 스트레스가 가장 크게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그 이상 플레이하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심화된다고 한다). 여튼 정부입장에서는 게임 산업을 성장시켜야 할 책임도 있고 또 동시에 게임 과몰입을 막고 건전한 게임문화를 육성해야 하는 책임도 있으니 이래저래 골치 아플 것 같다.


그러나 앞서 나의 경험을 이야기한 것처럼 아무리 시간을 제한해도 아직 어린 자녀들은 게임 외 나머지 시간을 게임을 생각하며 몽상에 빠질 위험이 크다. 또한 하루 동안 3시간 플레이하는 것이 효과가 제일 크다고 하는데 사실 이해할 수 없는 연구내용이다. 방과 후 3시간을 게임하면 학습과 독서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 자녀의 취침시간을 자정으로 설정해 놓았다면 모를까.

그럼 게임을 권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조치하면 좋을까? 게임 자체가 극도의 재미를 추구하기 때문에 게임에 대한 생각을 끊어내기가 어렵다. 그래서 처음부터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무조건 게임을 막으면 반발이 일어나기 때문에 왜 게임을 막을 수 밖에 없는가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자. 그리고 게임 이외에 독서, 자전거, 여행 등 다른 여가 활동도 재미있고 유익하다는 것을 알려주자.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활동을 하던지 간에 그것으로 대화의 소재를 삼아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녀가 보는 콘텐츠에 대해 부모도 알고 공부해야 한다.


지금 언급한 방법은 학교에서도 게임이나 스마트폰을 금지하는 등 주변 환경이 도와줄 때 가능한 이상적인 방법이다. 경우에 따라선 주말에만 플레이하고 학교생활에 집중한다는 조건 등을 걸고 게임을 제한할 수 있겠지만 그 전에는 이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좋은 방법이 있다면 필자에게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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