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 플레이어 원>
지금은 좀 기세가 꺾이긴 했지만 ‘메타버스’(Metaverse)의 광풍이 한 때는 거셌다. 2020년 후반에 이 단어가 조금씩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2021년에는 메타버스가 이슈가 되어 여기저기서 쉽게 듣는 단어가 되었다. 심지어 페이스북도 회사이름을 ‘메타’로 바꿀 정도가 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메타버스’란 무엇일까?
‘메타버스’는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우주, 세계를 뜻하는 ‘버스(-verse)’의 합성어로 가상세계와 현실세계가 융합 및 상호작용하는 3차원 초현실 세계를 의미한다. 가상현실보다는 한 단계 진화한 개념으로 자신의 아바타로 가상공간에서 게임 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현실과 가상 모두 공존할 수 있는 가상세계라는 의미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이 메타버스를 가장 잘 표현한 영화가 있는데 바로 스티븐 스필버그의 <레디 플레이어 원>이다. 미래에는 트레일러에 사는 가난한 사람이라도 머리에 착용하는 HMD만 있으면 가상세계 ‘오아시스’에 접속할 수 있다. 영화에서 묘사된 ‘오아시스’가 바로 메타버스의 세계인 셈이다.
사실은 이 ‘메타버스’의 개념이 지금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성경 말씀처럼 메타버스의 전신(前身)도 필자가 기억하기에는 2000년대 후반에 ‘세컨드라이프’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다. 당시 이 세컨드라이프도 이슈가 되었던 것이, 가상의 세계에 자신의 아바타로 들어가서 게임 뿐 아니라 교육도 받을 수 있고, 가상의 가게를 만들어 장사를 할 수도 있고 심지어 결혼까지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인터넷에서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게 만들어준 것이다. 그러나 이 세컨드라이프도 한 때 지나가는 유행으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다시 이렇게 유행이 돌고 돌아 메타버스라는 가상의 공간이 수면 위로 올라온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코로나19라는 전염병 때문이다. 2020년에 발생한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은 대면으로 만나는 것을 기피하고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찾았다. 그래서 이제 zoom 등의 화상회의 시스템으로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게 되었다.
둘째는 기술의 발전이다.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인공지능 등이 초고속 5G 인터넷과 결합하면서 세컨드라이프 시절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생생한 그래픽이 실시간으로 우리 눈앞에 쏟아지게 되었다. 이러한 요소들의 결합으로 다시 한 번 가상세계의 붐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조금만 SF적으로 상상력을 동원해본다면, 전염병, 기후변화 등으로 현실의 지구가 살기가 어려워지면 모두가 가상의 디지털 세계로 도피하는 시대도 올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켄 리우라는 작가가 쓴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황금가지)>라는 SF 단편집에는 육체를 버리고 가상세계로 들어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뇌 스캔이라는 과정을 통해 방대한 두뇌 데이터를 컴퓨터로 옮기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두뇌가 슬라이스되어 파괴되기 때문에 육체는 죽음에 이르지만, 그 사람의 정신(혹은 영혼)은 먼 북극에 밀집된 서버공간에 저장되어 디지털의 공간에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는 내용이다. 그럼 사람의 영혼이 컴퓨터에 들어간 디지털의 세상은 천국인가? 아니 애초에 사람의 영혼이 컴퓨터에 들어갔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만일 그것이 가능하다면 디지털화된 영혼은 아직도 인간일까 아니면 이제 인공지능일까? 수많은 질문이 파생된다.
필자는 이 모든 것이 여러 가지 어려움이 닥친 현실을 피해 또 다른 세상으로 떠나고 싶은 사람들의 열망이 만들어낸 상상력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의 메타버스 열풍은 그러한 사람들의 열망을 자극하여 인기를 끌고 있다. 메타버스는 자신의 아바타로 가상공간에서 일상과 같은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시도하는 기술이다. 지금은 실제 현실과 가상현실의 차이가 크지만 기술이 점차로 발달하면 정말 자신이 있는 곳이 실제인지 가상인지 혼동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이제 디지털로 이상향을 건설하고 자신의 분신 또는 자신이 들어가는 시대가 도래 했다.
그러나 그것은 완전한 천국이 아니다. 상상의 산물이요, 버그나 해킹으로 인해 언제든지 붕괴될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런 반면에 우리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자들은 유일하고 완전한 천국에 가는 방법을 아는 자들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요14:6).
기술의 발전을 통해 사람들은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는 일들에 대해서 도전하고 있는데, 이러한 도전들은 가장 먼저 인간의 상상력에서 태동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 우리의 대중문화라 할 수 있다. 비약적으로 발전한 특수영상기술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손에 잡힐 수 있을만큼 실감나게 볼 수 있고, 또 그러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그런 움직임에 대해 미리 인지할 뿐만 아니라, 영원무궁하며 ‘도둑도 가까이 하는 일이 없고 좀도 먹는 일이 없는’ 하나님 나라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겠다.